남관표·장하성 몰아붙여 사드 ‘3불’ 부인 이끌어내다
2020년 주일·주중 대사관 동시 국정감사 활용해
야당 이태규 김석기 정진석 조태용 박진 의원이
잇달아 3불 문제 집중적으로 제기, ‘빌드업’ 시켜
“中에 약속 없었기에 안 지켜도 돼” 확인 받아내
[조선일보 외교부·민주당 출입 기자·한나라당 취재반장·외교안보팀장·워싱턴-도쿄 특파원·국제부장·논설위원과 TV조선 정치부장으로 정치·외교·분야를 25년간 취재해왔습니다. 주요 사안의 막전막후에서 취재한 비사를 전해드립니다.]
7일부터 국회 국정감사가 시작됩니다. 야당이 주도하는 국회 국정감사는 정부의 고위 관계자들을 상대로 한 질의·답변에서 새롭거나 주목할만한 사실이 터져 나오곤 합니다.
2020년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화상을 통해 실시했던 국회 외교통상위원회의 국정감사가 이런 경우에 해당합니다. 당시 송영길 국회 외통위원장은 여야 간사들과 협의, 주중대사관과 주일대사관을 동시에 연결해서 국감을 실시했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 상황이 아니라면 국회의원들이 베이징과 도쿄의 대사관을 방문, 현장에서 국감을 진행했겠지만, 당시 상황이 여의치 못했던 겁니다. 이에 따라 2020년 10월 21일 이례적으로 서울-베이징-도쿄를 연결해서 외통위 국감이 열리는 바람에 외교안보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3불(不)’ 관련 뉴스가 나오게 됩니다.
3불은 2017년 문재인 정부가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로 인한 중국의 보복을 무마하기 위해 ‘미국 MD(미사일 방어) 참여, 사드 추가 배치, 한·미·일 군사 동맹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것을 의미합니다. 사드 사태는 2016년 한미 양국이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의 사드를 한국에 배치하기로 결정하면서 발생한 정치적, 외교적 갈등압다. 이에 대해 중국이 강하게 반발, 여러 차원에서 보복 조치를 취해 문제가 돼 왔습니다.
◇국민의당 이태규 의원이 3불 문제 질문 시작
이날 3불 문제를 먼저 제기한 것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아니라 국민의당 이태규의원이었습니다. 이 의원이 주중대사관의 장하성 대사에게 이렇게 질문합니다. 이 의원이 “저 개인적으로 (3불 조치) 이것은 대한민국 외교안보 주권을 스스로 제약한 굴욕적인 조치라고 생각한다”라며 장 대사에게 말했습니다.
이 위원은 “그래서 주는 게 있으면 얻는 게 있어야 동반자 관계고 실리외교인데 우리는 중국한테 3불 정책을 주면서 롯데마트 철수라는 치명적인 경제 손실을 받았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도 한국 영화 상영이나, 대중문화 공연 부분 이런 부분에서 중국의 한한령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고 했습니다.
다음으로 국민의힘 김석기 의원(현 외통위원장)이 나섰습니다. 김 의원은 “3불 정책 얘기가 나왔는데, 우리 정부가 중국에 대해서 사드 추가 배치 안 하겠다, 미국 미사일 방어체계에 편입 안 하겠다, 한미일 군사동맹 철회하겠다. 이게 도대체 얘기가 되느냐. 대한민국의 안보 주권을 중국에게 넘긴 거나 다름없지 않나. 우리가 왜 중국에 대해서 이렇게 굴종적인 저자세 외교를 해야 되느냐. 이것이 저자세 외교가 아니면 뭐냐”고 따졌습니다.
같은 당의 정진석 의원이 남관표 주일대사에게 3불 문제를 질의하면서 이 문제는 본격화됩니다. 그는 남 대사에게 “지금 (3불 합의후) 3년 지났는데 그것 잘한 결정이고 잘한 합의였다라고 생각이 드느냐, 아쉬움이 많이 남는 결정이었다고 생각이 드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남 대사는 “3불 약속을 해 줬다 그러는데 어디에서 3불 약속을 해 줬다고 말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했다. 도쿄에서 국감을 지켜보던 저는 이 때부터 뭔가 뉴스가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남 대사는 “3불이라는 말은 우리가 만들어 낸 이야기”라며 “정확한 것은 세 가지 우려”라고 했다. 그는 “중국 측이 그런 문제에 대해서 중국의 입장과 우려를 천명하였고 우리 측은 그간 한국 정부가 공개적으로 밝혀 온 관련 입장을 다시 설명했는데 여기에 어떻게 약속이 들어가느냐”고 반문했습다.그러자 5선의 노련한 정 의원이 남 대사의 3불 발언을 더 깊숙이 끌고 들어갔습니다. “그러면 MD 참여 안 한다, 사드 추가 배치 안 한다, 한미일 군사 동맹 안 한다라는 이른바 3불 약속을 한 적이 없느냐”고 했습니다. 이에 대해 남 대사는 명확한 어조로 “약속한 적 없다”고 했습니다.
저는 즉각 휴대폰을 집어들고 서울의 조선일보 편집국에 보고했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3불 합의 주역인 남 대사가 3불 합의를 부인하고 있으니 기사를 써야 한다”고 알렸습니다.
남 대사는 이례적으로 ‘3불 합의’로 불리게 된 상황도 설명했습니다. “이게 약속이 아닌데 이 합의가 끝나자마자 중국 외무성에서 이 합의문을 올리면서 약속과 비슷한 워딩을 썼습니다. 그래서 저희들의 강력한 반대로 인해서 두 시간 만에 내려왔습니다. 그러고 나서 우리 언론에서 3불 약속이란 말을 쓰기 시작했기 때문에 3불 약속이란 말이 지금 나타나고 있는 것이지 이것은 전혀 근거가 없는 개념”이라고 했습니다.
◇ 결정타 날린 경기고 동기동창 조태용 의원
야당 의원 중에서 네번째로 3불 문제를 제기하며 결정타를 날린 것은 남 대사의 경기고 71회 동기동창인 조태용 의원(현 국정원장) 이었습니다. 조 의원은 “굉장히 중요하니까, 다시 한번 확인한다”며 3불 문제를 하나 하나 다시 짚어갔습니다. 그는 “남 대사가 한중 간에 합의를 했다고 알려졌지만 합의도 아니다라고 몇 차례 분명하게 말씀을 했다”고 논의를 진전시켰습니다.
“그러면 사드의 추가 배치나 미 MD 체계에 참여하는 문제, 한미일 군사 동맹에 대해선 만일 대한민국 정부가 추후에 그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하기로 결정을 하더라도 중국과 관계가 나빠지지 않는 것이지요?”
남 대사가 생각지도 못했던 질문을 받고 머뭇거리자 “그렇게 한다고 해서 중국이 약속 위반이라고 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라고 몰아붙였습니다. 조 의원은 결국 남 대사로부터 “약속이 없었기 때문에 약속 위반이라고 할 수 없다”는 답변을 이끌어냈습니다.
조 의원은 “아주 중요한 말씀을 해 주셔서 속기록에 잘 기록이 되고, 이 사실은 국민들께도 많이 알려져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쐐기를 박았습니다.
마지막으로 박 진 의원(전 외교부 장관)이 나와서 정리를 합니다. 그는 장하성 대사를 상대로 “지난 9월 15일 강경화 외교부장관이 (나의)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3불 합의한 겁니까?’, ‘아닙니다.’ 그러면 ‘구속력이 있습니까?’, ‘없습니다.’ 이렇게 대답을 했다”며 “그러면 사드 3불은 합의도 아니고 약속도 아니고 뭐냐”고 몰아붙였습니다.그러자 장 대사는 “남관표 대사가 이야기하신 것처럼 3불은 약속이나 합의로 그렇게 보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박 의원이 다시 확약 받듯 “구속력도 없지요”라고 하자 장 대사가 “예” 했습니다.
저는 국정 감사 중에 나온 3불 기사를 빠르게 써서 송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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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과 ‘3불 합의’ 주역 남관표 “합의 아니니 안지켜도 문제없다”
2017년 국가안보실 2차장으로 중국과의 소위 ‘3불(不) 합의’를 주도했던 남관표 주일대사는 21일 “중국에 당시 언급한 세 가지는 약속도 합의도 아니다”라며 이에 구애받을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10월 한국의 미국 미사일 방어체계(MD) 참여,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추가 배치, 한·미·일 군사협력에 대한 중국의 우려를 인정한다며 이를 추진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이 내용이 ‘3불 합의’로 불려왔다. 남 대사는 이날 화상으로 진행된 주일 한국대사관 국정감사에서 조태용 국민의힘 의원의 3불 합의 관련 질의에 대해 “당시 한국 정부가 공개적으로 밝힌 것을 중국에 설명해준 것”이라며 “(3불 합의라는) 근거 없는 것이 떠돌고 있다”고 했다.
이에 조 의원이 “그렇다면 대한민국 정부가 나중에 필요성이 있어서 (사드 추가 배치 등을) 추진해도 중국이 약속 위반이라고 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묻자, 남 대사는 “그런 약속이 없기에 약속 위반이라고 할 수 없다”고 했다. 장하성 주중대사도 이날 3불 합의 관련 질문에 “남 대사의 말처럼 (한·중 간) 약속이나 합의로 보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남 대사의 발언에 대해 야당에서는 중국이 사드 배치에 반발하며 보복조치를 하자 3불 입장을 표명해놓고 말을 바꾸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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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남관표 주일대사·장하성 주중대사의 3불 합의 부인은 야당 의원들, 특히 국민의힘 의원 4명이 잇달아 문제를 제기해서 이끌어낸 겁니다. 당시 야당인 국민의힘은 국가안보실 2차장으로 3불 합의를 주도했던 남관표 주일 대사와 청와대 정책실장이었던 장하성 주중대사가 동시에 나오는 국정감사를 적절하게 활용, 효과적으로 공세를 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당시 야당 의원들이 서로 역할분담을 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축구에 비유하면 골을 넣기 위한 ‘빌드 업’이 잘 된 케이스에 해당합니다. 정치부 기자로 그동안 국회 회의나 국정감사를 숱하게 봐 왔는데, 비교적 논리적으로 잘 진행됐다는 점에서 기억에 남습니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이런 국감을 많이 볼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주일·주중 대사관의 3불 합의 부인, 다음주 하편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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