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아몬드 같아!" 가을 밤하늘 '불꽃 장관'에 100만 인파 환호
한강 다리도 인산인해…여의나루역 무정차·사육신공원 통제 등 인파관리
(서울=연합뉴스) 윤보람 홍준석 이율립 기자 = "와, 예쁘다! 다이아몬드 같아!"
5일 저녁 어둑해진 서울 한강 위 밤하늘을 도화지 삼아 형형색색의 불꽃이 저마다 또렷한 선을 그리며 한폭의 그림을 완성했다.
'펑펑' 소리를 내며 공중에서 터진 불꽃이 비처럼 쏟아져 내리는 장관이 펼쳐질 때마다 감탄과 환호성이 일제히 터져 나왔다.
'서울세계불꽃축제 2024'를 즐기기 위해 이날 저녁 가족과 연인, 친구와 여의도 한강공원을 찾은 시민들은 황홀한 풍경과 가을밤의 정취에 흠뻑 빠졌다.
오후 7시 26분께 사회자의 카운트다운에 맞춰 일본팀의 첫 불꽃이 하늘을 가르며 솟아오르자 우레 같은 박수와 함성이 공원을 가득 메웠다.
쉴 틈 없이 거대한 불꽃이 연달아 터지면서 새까만 밤하늘은 금세 수많은 전등을 켜놓은 것처럼 밝아졌다.
일본팀은 '다채로운 공간예술'을 주제로 일본의 전통색을 살린 불꽃을 연출했고, 이어서 미국팀은 '캘리포니아를 꿈꾸며'란 주제에 맞춰 보다 강렬한 색의 불꽃들로 자유와 꿈을 표현했다.
'불꽃비'가 쏟아져 내리는 장관을 바라보는 시민들은 저마다 "우와", "정말 멋있다"와 같은 감탄사를 연발했다. 순식간에 사라져버리는 불꽃을 카메라에 담느라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시민도 많았다.
체감온도 21도의 선선한 날씨도 축제를 즐기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초등학생 아들과 함께 왔다는 김혜경(37)씨는 "몇 년째 보고 있는데 정말 예쁘다"며 "작년에도 멋진 사진을 찍어서 올해도 멋진 사진을 한 장 건지고 싶다"고 웃어 보였다.
축제 현장을 여러 번 찾았다는 김씨는 '베테랑'답게 간이의자까지 챙겨 자리를 잡고 있었다.
남편과 함께 서서 가만히 불꽃을 응시하던 김모(64)씨도 "올까 말까 했는데 오길 잘했다"며 감동한 표정을 지었다.
정승은(43)씨는 "별빛이, 은하수가 확 쏟아지는 느낌을 받았다"며 딸 김보정(7)양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김 양도 "예쁘고 재밌어요"라고 수줍게 말했다.
또 하나의 불꽃축제 명당인 이촌한강공원 일대도 이른 시각부터 많은 시민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오후 6시 40분께 한강대교 북단은 이미 넘치는 인파에 옴짝달싹 못 하는 상황이었다.
한강대교 북단 교차로에서 강변북로로 진입하는 우회전 도로 공사장은 불꽃놀이 관람 극장으로 변했다. 좁은 교통섬 옆 방호벽으로 둘러쳐진 공간도 관람객으로 가득 찼다.
공사장 관계자는 "불꽃축제 때문에 오늘 공사도 미루고 안전관리를 위해 직원을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불꽃축제를 즐기러 지방에서 서울을 찾은 이들도 적지 않았다. 외국인 관람객들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경남 김해시에서 가족과 함께 왔다는 신은정(43)씨는 일본팀 공연을 본 뒤 "너무 멋졌다. 고양이나 벚꽃 모양 불꽃이 보여 일본팀만의 주제가 있어 보였다"고 감탄했다.
인도에서 일하러 와 두 달째 한국에 머무르고 있다는 산키트 파텔(36)씨도 8세 아들과 함께 2시간 걸려 축제 현장을 찾았다.
그는 "이렇게 큰 규모의 불꽃놀이는 처음 보는데 더 가까이 가지 못해 살짝 아쉽다"면서 "아들을 계속 목말 태우고 있어 힘들지만, 평생의 추억을 만들어주려는 것이니 괜찮다"고 활짝 웃었다.
이날 주최 측 추산 107만여명의 관람객이 한강 일대에서 축제를 즐겼다.
100만명 이상이 운집한 만큼 사고 예방과 안전 관리를 맡은 경찰과 지자체 관계자들은 분주히 움직였다.
차량과 인파를 통제하는 모범운전자들의 호루라기 소리가 곳곳에서 울려 퍼졌고 한강공원으로 들어서는 입구에는 "원활한 통행을 위해 멈추지 말고 이동해달라"는 안전요원과 경찰의 안내가 이어졌다.
한강공원 일대에는 "7시부터 많은 시민이 모이고 있으니 안전한 축제 관람을 위해 가급적 이동을 삼가고 7시 20분부터는 이동하지 말아달라"는 내용의 방송이 반복해서 나왔다.
이날 경찰은 총 2천417명을 동원해 인파 관리를 지원했다. 마포대교와 한강대교에는 하위 1개 차로에 인파 이동을 돕는 철제 펜스를 설치했다.
서울시는 주최사인 한화를 비롯해 소방재난본부, 영등포·용산구, 서울경찰청 등 유관 기관과 협력해 행사장에 종합안전본부를 설치하고 전년 대비 안전 인력을 28% 증원했다. 현장의 교통·안전 상황관리에 드론도 활용했다.
축제 관람객 급증으로 오후 5시 30분부터 노량진 사육신공원 출입이 통제됐다. 이후 노량진 수산시장, 용양봉 저정공원, 노량진 축구장의 출입도 잇따라 막혔다.
오후 6시부터 5호선 여의나루역에서는 지하철이 정차하지 않고 통과 중이다.
서울시는 이날 오후 2∼10시 행사장 주변 여의동로(마포대교 남단∼63빌딩 앞)를 전면 통제했다. 버스 등 차량은 모두 우회 운행하고 지하철 5·9호선은 각각 18회, 52회 증회 운영한다.
행사 종료 후엔 인파가 빠르게 빠져나갈 수 있도록 오후 8∼10시 여의도환승센터·여의도역·여의나루역을 경유하는 버스 노선 26개를 집중 배차한다.
br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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