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장기계약? 단기 계약? 김하성이 악마와 손 잡았다…어깨 수술에도, FA 경우의 수 무궁무진
[OSEN=조형래 기자] 악마와 손을 잡았다. 곧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김하성에게 선택 가능한 경우의 수가 무궁무진해질 전망이다.
샌디에이고 유력 매체 ‘샌디에이고 유니온-트리뷴’의 케빈 에이시 기자는 지난 4일(이하 한국시간), ‘오프시즌에 접어드는 김하성의 흥미로운 행보다. 파드리스 유격수가 대신할 에이전시로 보라스 코퍼레이션을 고용했다’라고 전했다.
김하성이 기존 고용했던 에이전시는 ISE 베이스볼이다. ISE 에이전시 역시 대형 회사다. 올해 신인왕이 유력한 폴 스킨스(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저스틴 벌랜더(휴스턴 애스트로스), 폴 시월드(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등 굵직한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김하성은 더 큰 회사로 둥지를 옮겼다.
올 시즌을 마지막으로 김하성과 샌디에이고의 동행은 끝날 가능성이 높다. 2021시즌을 앞두고 포스팅시스템으로 샌디에이고와 4+1년 최대 3900만 달러의 계약을 맺었다. 이 계약을 이끈 게 ISE 베이스볼이었다.
올 시즌으로 4년 보장 계약이 마무리 되고 올 시즌이 끝나면 1년 뮤추얼 옵션(상호 옵션) 계약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하성이 예년처럼 온전히 시즌을 마무리 했다면 옵션 연장 없이 시장에 나서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었다.
하지만 김하성은 어깨 수술을 받는다. 지난 8월 19일, 쿠어스필드에서 열린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경기, 안타로 출루한 뒤 상대 견제에 1루로 귀루하는 과정에서 부상을 입었다.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하다가 우측 어깨를 삐끗했다. 어깨 염증으로 시즌 내에 복귀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상태는 호전되지 않았고 복귀 일정도 밀렸다. 결정적으로 송구가 되지 않았다. 관절 와순 파열 진단으로 결국 수술을 받기로 했다. 포스트시즌이라는 마지막 쇼케이스 기회가 사라진 것.
하지만 김하성은 포스트시즌 쇼케이스 여부와 관계 없이 검증된 선수이고 뮤추얼 옵션 없이 시장에 곧바로 나설 것이라는 예상이 현지는 지배적이다. ‘메이저리그트레이드루머스(MLBTR)’은 ‘미국 무대에 진출한 이후 김하성의 타격 발전은 인상적이다. 무엇보다 내야수로서 가장 큰 장점은 탄탄한 수비력이다. 지난 3년 간 OAA(Outs Above Average) +21로 전체 내야수 중 17위에 올랐다. DRS(Defensive Run Saved)eh +30으로 유격수 4위이자 전체 내야수 중 11위였다. 유격수뿐만 아니라 2루수, 3루수 모두 수준급 수비력을 보여줬다. 이런 다재다능함으로 김하성의 수비 가치는 더욱 높아졌다’라고 설명했다.
김하성의 에이전트 교체 소식을 전한 ‘샌디에이고 유니온-트리뷴’은 ‘김하성은 2025년 상호옵션을 거부할 것으로 보인다. 어깨 수술을 받을 예정이지만 FA 시장에서 각광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전했다. ‘악마의 에이전트’와 FA 시장을 보내겠다는 것.
샌디에이고 팬 베이스 매체인 ‘프리아스 온 베이스’는 ‘김하성은 최근 우측 어깨 와순 파열을 재건하기 위해 수술을 받기로 하면서 시즌을 마감했다. 샌디에이고와의 인연은 아마 이대로 끝날 가능성이 있다. 내년 상호 옵션이 걸려 있지만, 어깨 수술을 받더라도 김하성은 시장에서 더 큰 계약을 찾아 나설 가능성이 높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당연히 어깨 수술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MLBTR’도 ‘김하성의 어깨 수술 소식이 전해지면서 FA 전망은 상당히 어두워졌다. 김하성의 가치 상당 부분은 수비에 있다. 어깨 수술은 잠재적으로 김하성을 노리는 팀들을 걱정하게 만들 수 있다. 강력한 다년 계약을 보장 받을 것이라고 보였던 그의 FA 위상도 복잡해질 수 있다’라면서 김하성의 어깨 수술이 FA 계약 전선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미스포츠매체 ‘디애슬레틱’은 올 시즌을 앞두고 김하성의 예상 계약 규모로 7년 1억3000만 달러~1억5000만 달러 가량을 예상했다. 1억 달러가 넘는 잭팟을 예상했다. 이제는 이런 낙관적인 예상도 여전히 유효하지만 어깨 수술로 인한 시장의 냉정한 평가도 생각해야 한다.
그렇기에 ‘악마의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의 협상 전략이 중요해졌다. 보라스는 이미 한국 선수들과 일하는 게 익숙하다. 2000년 12월 박찬호와 텍사스의 5년 6500만 달러 대형 FA 계약을 이끌었고 2012년 12월 포스팅시스템으로 메이저리그에 도전한 류현진과 LA 다저스의 6년 3600만 달러 계약을 완성했다. 2013년 12월에는 추신수가 텍사스와 7년 1억3000만 달러 FA 잭팟을 터뜨리게 만들었다. 이후 류현진의 첫 FA 자격을 얻었던 2019년 12월 토론토 블루제이스 4년 8000만 달러 계약을 주도했다. 여기에 지난해 12월 이정후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맺은 6년 1억1300만 달러도 보라스의 작품이었다.
보라스는 시장 상황, 선수의 상황에 맞는 다양한 협상 전략을 펼치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 겨울 오프시즌, 보라스의 고객들은 대형 계약을 맺지는 못했다. 모두 연평균 금액을 높이면서 단기 계약을 맺는 방식을 택했다. 사이영상 투수 블레이크 스넬은 2년 6200만 달러, 올스타 3루수 맷 채프먼은 3년 5400만 달러에 샌프란시스코와 게약했고 MVP 출신 중견수 코디 벨린저도 3년 8000만 달러 계약을 맺었다. 스넬과 채프먼 벨린저는 옵트아웃 조건을 삽입해서 FA 재수가 가능하게끔 했다.
당시 이들은 시장의 큰 인기를 끌지 못한 채 스프링캠프 기간에서야 계약을 맺었다. 보라스의 실패로 불리기도 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보라스는 증명했다. 채프먼은 올 시즌 활약을 바탕으로 6년 1억5100만 달러에 샌프란시크와 연장 계약을 맺었고 스넬도 후반기 맹활약으로 자신을 증명하며 FA 재수로 대박에 도전한다.
구단들에게 악명은 높지만 선수에게는 최대의 만족을 선사할 수 있는 에이전트가 보라스다. 김하성의 최대 만족을 위한 다양한 계약 경우의 수를 준비할 수 있다.어깨 수술 여파로 시장의 반응이 기대 이하라고 하더라도 단기 계약 등으로 구단의 위험을 최소화 하면서 선수도 재도전을 택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할 가능성이 높다. 기존 대형 계약을 준비하는 것은 물론이다. 과연 김하성은 보라스와 함께 따뜻한 겨울을 맞이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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