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송기 인근까지 포탄이…레바논 교민 등 97명, 무사히 고국 품으로[르포]
일부 교민은 눈물 훔치고 감격…"대한민국 자랑스러워, 무사 귀국한 감정 표현 못해"
5일 낮 1시5분 서울공항 활주로. '대한민국 공군 001' 문구가 쓰인 공군 수송기 '시그너스'(KC-330) 출입문이 열리자 레바논 교민·가족 97명을 한국에서 기다리던 가족들이 박수와 환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공군 장병들은 '우리 교민들의 안전귀국을 환영합니다'라는 현수막을 펼쳤다.
군 수송기에서 내린 정양희씨(70)는 "대한민국 사람이라는 게 그 어느때보다 자랑스럽다"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정씨는 "밤마다 포탄이 떨어지는 곳에서 안전한 조국으로 무사히 돌아올 수 있어 너무나 감사하다"며 "눈물이 나고 가슴이 벅차다"고 했다.
아내, 딸과 함께 레바논에서 돌아온 이국희씨(31)는 "베이루트에서 1시간 정도 걸리는 자흘레라는 지역에서 4년 정도 살았는데 최근 집 인근에 미사일이 떨어지고 위험한 상황이 계속됐다"며 "우리 대사관에서 제공한 차를 타고 현지 공항에 도착해 무사히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교민(61)은 "급작스럽게 귀국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와 군인들이 친절하고 세심하게 배려해줘 모든 교민들이 한국에 편안히 귀국할 수 있었다"며 "이렇게 환영해주시는 감정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고 했다.
이번 교민 '구출작전'은 한 편의 첩보작전을 방불케 했다. 국방부는 지난 2일 국군통수권자인 윤석열 대통령의 '국민 철수를 위한 군 수송기 투입' 지시를 받고 공군 수송기인 시그너스를 띄웠다. 시그너스는 인원 300여명과 화물 47t(톤)을 운송할 수 있다.
공군은 지난 3일 김해공항에서 16시간을 비행한 끝에 베이루트 공항에 도착했다. 베이루트 곳곳에는 포탄이 떨어지고 일부 지역에선 이스라엘과 레바논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투가 벌어져 비행경로를 우회하기도 했다고 한다. 공항에 도착했을 때도 인근에서 포탄이 여러발 떨어졌던 것으로 파악됐다.
우리 외교부와 주레바논 대사관은 현지에 남은 교민 130여명에게 출국을 권고하면서 공군 수송기 제공 소식을 알렸다. 귀국을 희망한 97명 가운데 집결지인 베이루트 공항과 거리가 먼 교민들에겐 대사관 차량을 제공해 안전한 이동을 도왔다.
결국 우리 국민 96명과 우리 국민의 레바논 가족 1명이 공군 수송기에 무사히 탑승할 수 있었다. 우리 군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공군 특수부대요원인 공정통제사(CCT) 요원도 수송기에 탑승시켜 안전 대책을 마련했고 '무박 38시간' 만에 임무를 완수할 수 있었다.
박성태 공군 소령(시그너스 조종사)은 "재외국민 보호라는 국가의 의무를 다하는 데 기여할 수 있어서 뜻깊게 생각한다"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국제평화 유지에 이바지할 기회라면 그 어떤 순간에도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할 수 있도록 태세와 능력을 유지하겠다"고 했다.
이재용 외교부 신속대응팀 단장(영사안전국 심의관)은 "레바논에서 이번에 철수시킨 국민 97명 가운데 성인이 되지 않은 아이들이 30%를 넘는다"며 "영유아 등을 비롯해 아이들을 안전하게 귀국시킬 수 있어 더 큰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레바논은 지난 1일부터 베이루트와 남부 국경지역에서 이스라엘 지상군의 융단 폭격을 받고 있다. 레바논은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기반 지역이어서 이스라엘이 대규모 공격을 감행하면서 수천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다.
우리 국민들도 민간 항공편을 구해 귀국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외교부·국방부 등이 신속 대응하면서 귀국을 희망한 교민을 모두 귀국시켰다. 미국을 비롯해 영국,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캐나다, 일본 등 각국 정부도 레바논 상황이 악화하면서 최근 전세기와 수송기 등을 동원해 현지 자국민을 철수시키고 있다.
한편 이날 레바논 교민 귀국 현장에는 김선호 국방부 차관, 강인선 외교부 2차관, 이영수 공군참모총장(대장), 이승범 국방부 국제정책관, 윤주석 외교부 영사안전국장 등이 나와 교민과 가족들의 만남을 축하했다.
성남(경기)=김인한 기자 science.in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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