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약이 무효일까’ 또 가을야구 동반 탈락한 롯데와 한화

김양희 한겨레신문 기자 2024. 10. 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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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장 김태형·김경문 영입하고도 7·8위로 올 시즌 마감
롯데, 불펜 부진으로 ‘역전패 최다’…한화는 뛰는 야구 안 돼

(시사저널=김양희 한겨레신문 기자)

사령탑을 바꿨지만 올해도 가을야구는 없었다. 우승 가뭄이 길어지는 롯데 자이언츠, 한화 이글스가 그렇다. 롯데는 7위(66승74패4무·승률 0.471), 한화는 8위(66승76패2무·승률 0.465)로 2024 시즌을 마쳤다. 지난해에도 롯데는 7위(68승76패·승률 0.472), 한화는 9위(58승80패6무·승률 0.420)였다. 롯데는 2018년부터 7년 연속, 한화는 2019년부터 6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됐다.

롯데는 올 시즌을 앞두고 7시즌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3회 우승)을 일궈냈던 두산 사령탑 출신 김태형 감독을 영입했으나 성적은 제자리걸음이었다. 레이예스·윤동희·고승민·나승엽·황성빈 등이 활약한 팀 타율은 정규리그 1위 KIA 타이거즈(0.301)에 이어 2위(0.285)에 올랐으나 '한 방'이 부족했다. 팀 홈런이 전체 8위(125개)다. 팀 내 홈런 1위는 3월말 트레이드를 통해 롯데 유니폼을 입은 손호영인데, 18개를 쳤다. 10개 구단 중 20홈런 타자가 없는 곳은 롯데와 세대교체 중인 최하위 키움 히어로즈(송성문·19개)뿐이다. 유강남과 노진혁, 한현희 등 성민규 전 단장이 영입한 고액의 FA 선수 3인방은 올해 팀 성적에 전혀 도움이 안 됐다.

마운드(팀 평균자책점 4.15·6위) 또한 두텁지 못했다. 뒤로 갈수록 무너졌다. 선발 평균자책점은 4.91(6위)이었는데, 불펜 평균자책점은 5.36(9위)으로 뒤처졌다. 믿었던 4선발 나균안이 개인사 등으로 부진했던 게 크다. 박세웅 또한 자동볼판정시스템(ABS)에 고전하면서 6승11패 평균자책점 4.78에 그쳤다. 신인 전미르는 시즌 초반 중간계투로 쏠쏠한 활약을 보여주다가 부상으로 6월에 낙마했다. 노장 김상수(17홀드)가 분투하는 가운데 필승조라던 구승민(13홀드)이나 김원중(25세이브)도 큰 믿음을 주지는 못했다. 허리 이후가 약화되며 롯데는 올해 가장 많은 역전패(39회)를 당했다. 롯데의 올해 팀 블론세이브는 27개로 역시나 10개 구단 중 제일 많다.

9월28일 부산 동래구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24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 홈 마지막 경기를 마친 롯데 선수들이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롯데 7년 연속, 한화 6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좌절'

김태형 감독 또한 "올 시즌 점수를 내는 덴 큰 문제가 없었지만, 뒤에서 (불펜이) 막아주지 못하는 상황이 적지 않았다"고 아쉬워한다. 롯데가 마지막으로 가을야구를 한 것은 2017년. 한국시리즈 우승은 1992년이 마지막이다. 한국시리즈 진출도 1999년이 마지막이다.

롯데 다음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에 목마른 한화(1999년 마지막 우승)는 시즌 중반 최원호 감독을 경질하고 김경문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앉혔으나 역시 가을야구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나마 9월초까지 포스트시즌 진출 싸움을 했다는 게 위안이다. 한화는 최근 17년 동안 단 한 차례(2018년)만 가을야구를 했다. 최근 3년 동안 3명의 사령탑에게 지휘봉(수베로·최원호·김경문)을 맡기면서 성적 반등을 원했던 이유다.  

한화는 올 시즌 팀 타율 8위(0.270), 팀 평균자책점 5위(4.98)였다. 타선에서 노시환(타율 0.272, 24홈런), 채은성(타율 0.271, 20홈런)이 들쑥날쑥했다. 페라자(타율 0.275, 24홈런) 또한 시즌 초반만 '반짝' 했다. 올 시즌 규정 타석을 채운 한화 타자 중 타율 3할을 넘긴 이는 안치홍(0.300) 한 명뿐이다. 그나마 안치홍도 막판에서야 타격감이 살아나며 3할에 턱걸이했다. 상위타선 출루율(0.344)은 꼴찌다. 도루 성공률(0.627) 또한 제일 안 좋다. 팀 내에서 장진혁만이 올해 두 자릿수 도루를 성공(14개)했다. 김경문 감독은 뛰는 야구를 선호하지만 팀 체질상 수정이 불가피하다.

9월29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와 NC 다이노스의 경기에서 패배한 한화 선수들이 관중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롯데 타선 짜임새, 한화 불펜 희망…내년 기대 

마운드에서는 돌아온 에이스 류현진(10승8패 평균자책점 3.87) 혼자서 분투했다. 시즌 전에 구상했던 선발 투수진 중 김민우가 일찌감치 수술대에 올랐고, 페냐와 산체스 두 외국인 투수는 부진과 부상으로 시즌 중반 교체됐다. 지난해 신인왕 문동주는 극심한 성장통을 겪으면서 7승7패 평균자책점 5.17에 그쳤다. 

시즌 전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표를 받았으나 롯데, 한화 모두 내년 시즌 희망은 있다. 일단 롯데는 타선의 짜임새가 생겼다. 외국인 타자 레이예스는 시즌 202안타를 치면서 KBO리그 단일 시즌 최다안타 신기록을 세웠다. 내년 시즌에도 재계약은 확실해 보인다. 레이예스(타율 0.352)를 비롯해 나승엽(0.312), 고승민(0.308)도 규정 타석을 채우면서 3할 이상의 타율을 기록했다. 윤동희, 전준우(이상 0.293), 그리고 규정 타석은 채우지 못했으나 황성빈 또한 0.320의 높은 타율을 써냈다. 손호영의 타율도 0.317에 이른다.

레이예스, 윤동희(156개), 고승민(148개), 나승엽(127개), 손호영(126개), 전준우(124개), 황성빈(117개), 박승욱(106개)까지 세 자릿수 안타를 친 선수가 8명에 이르는데, 이는 2010년 이후 14년 만이다. 김태형 감독은 선수들에게 3볼-노스트라이크에서도 과감하게 휘두르라고 주문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이런 기조가 선수들에게 잘 스며들었다. 약한 불펜은 보강이 필요하다. 지난해 가장 많은 역전패를 당한 뒤 스토브리그에서 불펜 보강에 역점을 둔 공격적인 투자로 올해 정규리그 2위까지 순위가 상승한 삼성 라이온즈가 좋은 참고가 될 것 같다. 

롯데와 달리 한화는 불펜에서 내년 희망을 봤다. 후반기에 합류한 양상문 투수코치의 지도 아래 박상원·한승혁·이민우·김서현 등이 안정을 찾았다. 여기에 이상규가 가능성을 보였고, 롱릴리프 이태양 또한 내년 시즌에 돌아온다. 박상원이 흔들린 뒤 시즌 중에 마무리 투수 중책을 맡은 주현상(8승4패 23세이브 2홀드 평균자책점 2.65) 또한 튼튼한 뒷문지기가 됐다. 한화는 불펜 평균자책점이 5.07로 전체 5위였다. 2023년에는 7위, 2022년에는 8위였다.

외국인 선수 중 와이스만 재계약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1선발급 외국인 투수와 장타력을 갖춘 외국인 타자를 찾는 것은 숙제로 남았다. 문동주의 내구성에 물음표가 생기면서 국내 선발진을 어찌 꾸릴지도 관건이다. 김경문 감독이 "투구폼이 부드럽다"고 극찬한 고졸 신인 정우주의 쓰임새도 지켜볼 일이다. 올 시즌 총 47차례(72경기) 매진을 기록하면서 총 80만4204명의 관중을 동원한 한화는 내년 시즌부터 한화생명이글스파크 바로 옆에 신축한 구장(베이스볼드림파크)을 사용하게 된다. 반드시 성적을 내야만 하는 상황이다. 짧은 휴식 뒤 10월3일부터 바로 팀 훈련에 돌입한 이유다. 

오랜 시간 성적이 잘 나지 않으면서 '만년 하위권'이라는 주홍글씨가 새겨진 롯데와 한화. 두 베테랑 감독의 지휘 아래 내년에 진짜 반등할 수 있을지는 긴 겨울이 지나봐야 알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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