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 상원의원이 종로의 작은 전시회를 찾은 까닭
바다의 물결, 산의 능선 위로 달이 떠올랐다. 푸른 새벽이 담긴 캔버스들 사이로 4일 고든 M 존슨 미국 뉴저지주 상원의원이 들어섰다. 뉴저지주 8선 하원의원을 거쳐 주 상원의원으로 재임 중인 그는 9박10일간의 한국 방문 마지막 일정으로 서울 종로구의 작은 갤러리를 찾았다.
존슨 의원이 찾아온 서울 종로구 미앤갤러리에선 이정태 작가의 개인전 ‘Flux(플럭스)’가 열리고 있었다. 이 작가는 ‘시간의 흐름’을 주제 삼아 20여년째 산과 바다, 폭발하는 꽃 등을 묘사한 작품을 만들어 왔다. 의원은 2층짜리 전시장을 둘러 본 다음 이 작가의 손을 맞잡으며 말했다. “멋진 작품을 선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림, 춤, 음악, 연기 등 문화 콘텐츠를 교류하며 서로 다른 문화를 이해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존슨 의원은 대표적인 ‘지한파’ 정치인이다. 2006년 첫 방한 이후 10여차례 한국을 방문했다는 그는 “뉴저지에 한국계 미국인들이 많다”며 “함께 살아가기 위해,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자연스레 한인 사회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2023년 재외동포청이 발표한 ‘2023재외동포현황’에 따르면 뉴저지에 거주하는 재외동포는 13만여명이다.
그는 2012년 뉴저지주 의회에서 일본군 ‘위안부’ 역사교육 결의안 등 한국 관련 법안을 발의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존슨 의원은 “10여 년 전 일본군 ‘위안부’ 역사를 처음 들었을 때, 제 자신처럼 이 사실을 모를 미국인들을 교육시켜야겠다고 다짐했다”며 “가슴 아픈 일”이라고 말했다. 동행한 이종철 전 뉴저지 팰팍 부시장은 “뉴저지에 한국군 월남 참전비를 세우고, 한복의 날(10월21일)을 제정할 수 있었던 데엔 존슨 의원의 노력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존슨 의원과 이 작가의 만남은 올해 초 이 작가가 뉴저지에서 두 차례 개인전을 열었던 것이 계기였다. 존재의 흐름을 화폭에 옮겨 온 이 작가는 “3년 전쯤부터 미국을 왕래하며 전시를 해왔는데, 뉴저지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한 한국 작가가 별로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문화 교류의 의미를 되새겨보게 돼 개인적으로도 뜻깊다”고 했다. 존슨 의원은 이날 이 작가에게 한미 문화 교류 공로를 인정하는 감사패를 전달했다. 이정태 초대전 ‘Flux’는 오는 15일까지 미앤갤러리에서 열린다.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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