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가격 안정 책무를 은행창구에…‘법 근거 없지만 알아서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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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최근 몇 달간 어느 정도 '과열' 양상을 보여온 가계대출(주택담보대출)과 주택가격을 둘러싸고 2024년 8월22일부터 9월9일까지 이른바 'F4 회의' 수장들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언론에 내놓은 메시지다.
F4는 경제부총리, 한국은행 총재, 금융위원장, 금융감독원장이 참석해 거시경제·금융현안을 점검하고 정책공조 방향을 협의하는 부정기 간담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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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최근 몇 달간 어느 정도 ‘과열’ 양상을 보여온 가계대출(주택담보대출)과 주택가격을 둘러싸고 2024년 8월22일부터 9월9일까지 이른바 ‘F4 회의’ 수장들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언론에 내놓은 메시지다. F4는 경제부총리, 한국은행 총재, 금융위원장, 금융감독원장이 참석해 거시경제·금융현안을 점검하고 정책공조 방향을 협의하는 부정기 간담회다.
“금리가 예전처럼 연 0.5% 수준으로 빠르게 내려가 ‘영끌’ 부담이 적을 것이라 생각하면 안 된다. 한은이 부동산가격 상승 심리를 자극하는 실수를 범해서는 안 된다. 정부 거시건전성 정책이 효과를 나타내도록 공조할 필요가 있다.”(이창용 한은 총재, 8월22일)
“수도권 집값 상승은 더 이상 용인돼선 안 된다. 은행권에 더 세게 개입할 필요성을 강하게 느끼고 있다. 이 과정이 정부 개입으로 비치면 어쩔 수 없다.”(이복현 금융감독원장, 8월25일)
“은행 등 금융회사들이 책임감을 갖고 스스로 가계대출 관리에 만전을 기해주길 바란다. 국민들도 감당하기 어려운 대출을 받아 조급하게 주택을 구입하기보다는 상환능력에 맞게 운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김병환 금융위원장, 9월6일)
“정부가 ‘이런 경우가 실수요다, 투기수요다’라고 답변하는 방식의 대출규제나 건전성 관리 방식은 이제 안 한다. 대출 관련 리스크 판단은 현장에서 혼선이 빚어져도 은행이 자율적으로 풀어나가야 한다.”(최상목 경제부총리, 9월9일)
이른바 ‘영끌족’을 향해 한은 총재와 금융위원장이 거듭 경고하고, 금감원장도 본연의 임무(은행건전성 규제)를 넘어 “집값 상승을 용인하지 않겠다”며 주택가격 안정 지휘자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다. 금감원은 금융정책 수립 및 금융업 인·허가권을 가진 금융위(정부조직)로부터 지휘를 받긴 하지만 금융회사 감독업무를 정부 입김이나 정치논리에서 벗어나 독립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설치된 조직이다. 각종 주택가격 안정 정책을 수립·집행하는 임무를 부여받은 기관은 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금융위, 나아가 한국은행 정도라고 볼 수 있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더 높이거나 은행 여신건전성 관련 주댁담보대출액 위험자산가중치 비율을 올리는 등의 강력한 추가 규제에 대해서는 “가계대출 상승세가 안 잡히면 언제든 시행할 준비를 해두고 있다”(김 금융위원장)는 말만 시장에 던지고 있다. 정책 대신에, 표면상으론 ‘은행권의 자율적인 현장 판단’을 앞세우지만 사실상 ‘대출창구 지도’를 정책수단 방향으로 삼은 모습이다. 은행이 먼저 알아서 잘 관리해주길 바란다는 건데, 가계대출 억제에 나서도록 은행을 강제할 제도적·법률적 근거는 없다. 단지 은행업은 국가로부터 허가받아 영업하는 라이선스(면허) 업종이라서 규제당국의 태도와 분위기에 맞춰 즉각 적응해온 것이 관행이고, 은행의 공적 기능(국민경제 자금·금융중개)을 감안할 때 창구 지도에 ‘관치’ 딱지를 성급하게 붙일 일도 아니다.
이런 상황과 조건에서 가장 까다로운 대목은 ‘실수요자’ 구분이다. 누군가 돈을 융통할 때 비록 그 목적을 표기하더라도 수많은 예외적 유형·사례가 있는 터라 그 성격에 실수요와 투기수요 꼬리표를 붙이기란 매우 애매하다. 어떤 무주택 가계가 내 큰돈 들이지 않고 남의 돈을 저렴한 비용으로 빌려 내 집을 구입하거나 다소 과도한 신용대출을 일으켜 자녀 교육비를 마련할 필요가 있을 때 시중자금을 여기에 충분히 공급해주는 일도 은행의 역할이다. 실수요에 획일적 기준을 정하기 어렵다며 ‘시장개입’ 어휘를 극력 기피해온 ‘F4팀’ 체제에서 주택가격 안정 책무가 은행 일선 창구에 부여된 계절이다.
한겨레 선임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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