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확 튀는 빨간 양말 신고, 320년 된 명품 첼로 연주합니다" [스프]
심영구 기자 2024. 10. 5. 09:03
[더 골라듣는 뉴스룸] 한재민 첼리스트
"피아노에 임윤찬이 있다면 첼로에 한재민이 있다"는 얘기 들어보셨나요? 한재민은 15살에 에네스쿠 국제콩쿠르 사상 최연소 우승, 16살에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 우승 등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2006년생 첼리스트입니다.
첼로가 가장 사람의 목소리와 닮은 악기라고 말하는 한재민은 자신의 첼로를 마치 사람처럼 대합니다. 그의 동반자인 첼로의 '성격'과 '족보'에 관해 들어봤습니다.
한재민은 공연 때마다 신고 나오는 빨간 양말이 트레이드마크인데요.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래요. 빨간 양말을 신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요?
(첼리스트 한재민이 출연한 골라듣는뉴스룸 커튼콜 234회 본편은 여기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 https://youtu.be/D5AR_84VfOs ]
이병희 아나운서 : 언제부터 첼로를 시작하신 거예요?
한재민 첼리스트 : 제가 7살 이때부터 첼로를 했어요. 지금 10년 조금 넘었네요.
김수현 기자 : 특별히 첼로를 하게 된 계기가 있어요?
한재민 첼리스트 : 저는 부모님이 두 분 다 플루트를 전공하셔서 음악이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러웠어요. 어렸을 때 엄마가 취미로 피아노도 배우게 하고 바이올린도 배우게 하셨었는데, 첼로를 해봤는데 그게 되게 마음에 들었나 봐요. 그거를 하고 싶다고 부모님께 말씀을 드려서 취미로 일단 시작을 했고, 어느 순간 시간이 지나니까 이렇게 하고 있네요.
이병희 아나운서 : 지금은 첼로의 매력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한재민 첼리스트 : 일단 첼로는 다 포용할 수 있는 음역대의 악기인 것 같아요. 어떨 때는 베이스 파트도 했다가 어떨 때는 중간에서 내성 역할을 해 줄 수 있는 악기고, 어떨 때는 솔로가 될 수도 있는 악기고, 카멜레온 같은 매력이 있는 악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저는 첼로가 사람 목소리랑 가장 비슷한 음역대를 가진 악기라고 생각해요. 사람이 노래하는 것을 가장 가깝게 표현할 수 있는 악기가 첼로인 것 같아요.
김수현 기자 : 악기 바뀌신 거죠? 그 뒤로.
한재민 첼리스트 : 악기가 바뀌었죠. 삼성문화재단에서, 감사하게도.
김수현 기자 : 후원받아서. 그 악기는 쓰기 시작한 지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잖아요?
한재민 첼리스트 : 지금 제가 쓰고 있는 악기요? 2년이 안 됐네요. 1년이 좀 넘었어요.
김수현 기자 : 그러면 이제 조금 길이 들었다고 할 수 있나요? 사실 되게 오래 걸린다고 하더라고요. 제대로 길이 들려면.
한재민 첼리스트 : 맞아요. 길이 들려고 하는 것 같아요. 조금 이제 얘가 어떤 악기인지도 알았고 어떤 성격을 가지고 있는지도 알아가지고. 이제 어떻게 하면 얘가 싫어하는지 어떻게 하면 얘가 화를 내는지 이런 것도 좀 배웠고.
김수현 기자 : 그러니까요. 악기 연주하시는 분들이 좋은 악기 쓰시면 꼭 사람처럼 얘기하시더라고요.
이병희 아나운서 : 어떤 건지 궁금해요.
김수현 기자 : 그러니까 이렇게 하면 얘가 싫어한다. 이런 말을 저도 많이 들었거든요.
한재민 첼리스트 : 예를 들면 지금 제 악기는 조금 힘을 줘서 센 소리를 내려고 하면 소리를 뱉어버려요. 그러니까 소리가 깨져요. 그래서 큰 소리 내는 것도 되게 조심히 내줘야 되고, 그러니까 어떤 느낌이냐 하면 이렇게 때릴 때, '들어갈게' 약간 이런 느낌이에요. 젠틀하게 '준비하고 있어'.
김수현 기자 : 신기하다. 그럼 그전 악기는 어땠는데요?
한재민 첼리스트 : 콩쿠르 때 썼던 악기는.
김수현 기자 : 걔도 뭔가 내 마음에 안 들어서 자꾸 끊어 먹은 거 아니에요?
한재민 첼리스트 : 근데 그 친구는 맷집이 되게 좋았어요. 그래서 갑자기 이렇게 확 소리를 내야 될 때도 깨지지도 않고 되게 잘 내줬던 악기고. 물론 지금 악기가 그래서 안 좋다는 게 아니에요. 이 악기가 안 가지고 있는 걸 이 악기가 가지고 있고. 근데 그 악기는 윤이상에는 조금 더 어울렸던 악기일 수도 있다.
김수현 기자 : 지금 악기는 이름이 뭐예요?
한재민 첼리스트 : '지오반니 그란치노'라고. 17세기, 1697년 악기예요. 그래서 엄청 할아버지시고, 할머니인가 할아버지인가.
김수현 기자 : 그전에 썼던 분이 누군지 아세요? 족보 같은 게 있지 않아요?
한재민 첼리스트 : 양성원 선생님이 쓰셨고요. 그다음에 문태국 씨가 쓰셨고, 그다음에 제가 쓰고 있어요.
김수현 기자 : 그렇구나. 근데 똑같은 악기라도 연주자에 따라서 또 다른 소리가 나고.
한재민 첼리스트 : 맞아요. 그래서 이 악기가 또 양성원 선생님에서 문태국 선생님한테 넘어갈 때 달랐을 거고, 문태국 선생님에서부터 저한테 넘어올 때 너무 달랐고, 어쨌든 세 명 다 플레이 스타일이 다른 연주자들이니까 그랬죠.
김수현 기자 : 악기 얘기 들을 때마다 신기해요. 나의 동반자인데 그 동반자하고 맞춰야 하는 거잖아요.
이병희 아나운서 : 친해지는 단계가 필요한.
김수현 기자 : 비행기 탈 때도 옆에 앉히고.
한재민 첼리스트 : 그렇죠.
김수현 기자 : 표 한 장 더 사서. 그러면 안전벨트도 해주고?
한재민 첼리스트 : 안전벨트는 항상 해줘야 해요.
김수현 기자 : 흔들리고 이러면 안 되니까.
한재민 첼리스트 : 그래서 가끔 되게 신기한 경험을 하는데, 비행기를 타면 많이 해본 승무원들은 '첼로를 갖고 탔구나, 그게 필요하구나' 딱 갖고 와요. 엑스트라 시트 벨트를, 익스텐션을 가져오는데. 새로 들어온 승무원 분이 계실 때는 제가 그걸 한다고 그러면 어떤 분이 가서 저거 보라고, 제가 하는 걸 옆에서 보고 계시더라고요. 교육 차원에서 보는 것 같아요.
김수현 기자 : 첼로한테 식사를 갖다 주는 분은 안 계시겠죠?
한재민 첼리스트 : 기내식도 안 주더라고요.
김수현 기자 : 근데 그 빨간 양말 얘기를 사실 다른 인터뷰에서도 제가 본 것 같긴 한데, 빨간 양말은 정확히 어디서 시작된 거예요?
한재민 첼리스트 : 빨간 양말의 시작은 에네스코 콩쿠르이고요. 그때 파이널 곡이 쇼스타코비치였어요. 여성 연주자분들은 드레스로 곡의 색깔에도 패션으로 맞추기도 하고, 뭐 이런 게 있는데 남자 연주자들은 그러기가 힘들잖아요. 다들 정장, 슈트, 연미복 입고 연주하니까. 그래서 뭘 할 수 있을까 생각을 하다가 양말은 그래도 딴 걸 신을 수 있겠다 싶어서 루마니아의 백화점에 가서.
그때 제가 루마니아에서 교회 사모님이랑 같이 다녔는데 사모님이 가서 빨간 양말을 사주셨어요. 그래서 그거 신고 감사하게 좋은 결과가 있어서 그다음부터 신고 있고, 그게 트레이드마크 비슷한 게 돼서 언제 한 번 안 신었더니, 처음에는 왜 신냐고 여쭤보시는 분들이 많으셨는데 안 신으니까 왜 안 신었냐고 여쭤보는 분들도 생기고 그렇게 됐더라고요.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피아노에 임윤찬이 있다면 첼로에 한재민이 있다"는 얘기 들어보셨나요? 한재민은 15살에 에네스쿠 국제콩쿠르 사상 최연소 우승, 16살에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 우승 등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2006년생 첼리스트입니다.
첼로가 가장 사람의 목소리와 닮은 악기라고 말하는 한재민은 자신의 첼로를 마치 사람처럼 대합니다. 그의 동반자인 첼로의 '성격'과 '족보'에 관해 들어봤습니다.
한재민은 공연 때마다 신고 나오는 빨간 양말이 트레이드마크인데요.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래요. 빨간 양말을 신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요?
(첼리스트 한재민이 출연한 골라듣는뉴스룸 커튼콜 234회 본편은 여기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 https://youtu.be/D5AR_84VfOs ]
이병희 아나운서 : 언제부터 첼로를 시작하신 거예요?
한재민 첼리스트 : 제가 7살 이때부터 첼로를 했어요. 지금 10년 조금 넘었네요.
김수현 기자 : 특별히 첼로를 하게 된 계기가 있어요?
한재민 첼리스트 : 저는 부모님이 두 분 다 플루트를 전공하셔서 음악이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러웠어요. 어렸을 때 엄마가 취미로 피아노도 배우게 하고 바이올린도 배우게 하셨었는데, 첼로를 해봤는데 그게 되게 마음에 들었나 봐요. 그거를 하고 싶다고 부모님께 말씀을 드려서 취미로 일단 시작을 했고, 어느 순간 시간이 지나니까 이렇게 하고 있네요.
이병희 아나운서 : 지금은 첼로의 매력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한재민 첼리스트 : 일단 첼로는 다 포용할 수 있는 음역대의 악기인 것 같아요. 어떨 때는 베이스 파트도 했다가 어떨 때는 중간에서 내성 역할을 해 줄 수 있는 악기고, 어떨 때는 솔로가 될 수도 있는 악기고, 카멜레온 같은 매력이 있는 악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저는 첼로가 사람 목소리랑 가장 비슷한 음역대를 가진 악기라고 생각해요. 사람이 노래하는 것을 가장 가깝게 표현할 수 있는 악기가 첼로인 것 같아요.
김수현 기자 : 악기 바뀌신 거죠? 그 뒤로.
한재민 첼리스트 : 악기가 바뀌었죠. 삼성문화재단에서, 감사하게도.
김수현 기자 : 후원받아서. 그 악기는 쓰기 시작한 지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잖아요?
한재민 첼리스트 : 지금 제가 쓰고 있는 악기요? 2년이 안 됐네요. 1년이 좀 넘었어요.
김수현 기자 : 그러면 이제 조금 길이 들었다고 할 수 있나요? 사실 되게 오래 걸린다고 하더라고요. 제대로 길이 들려면.
한재민 첼리스트 : 맞아요. 길이 들려고 하는 것 같아요. 조금 이제 얘가 어떤 악기인지도 알았고 어떤 성격을 가지고 있는지도 알아가지고. 이제 어떻게 하면 얘가 싫어하는지 어떻게 하면 얘가 화를 내는지 이런 것도 좀 배웠고.
김수현 기자 : 그러니까요. 악기 연주하시는 분들이 좋은 악기 쓰시면 꼭 사람처럼 얘기하시더라고요.
이병희 아나운서 : 어떤 건지 궁금해요.
김수현 기자 : 그러니까 이렇게 하면 얘가 싫어한다. 이런 말을 저도 많이 들었거든요.
한재민 첼리스트 : 예를 들면 지금 제 악기는 조금 힘을 줘서 센 소리를 내려고 하면 소리를 뱉어버려요. 그러니까 소리가 깨져요. 그래서 큰 소리 내는 것도 되게 조심히 내줘야 되고, 그러니까 어떤 느낌이냐 하면 이렇게 때릴 때, '들어갈게' 약간 이런 느낌이에요. 젠틀하게 '준비하고 있어'.
김수현 기자 : 신기하다. 그럼 그전 악기는 어땠는데요?
한재민 첼리스트 : 콩쿠르 때 썼던 악기는.
김수현 기자 : 걔도 뭔가 내 마음에 안 들어서 자꾸 끊어 먹은 거 아니에요?
한재민 첼리스트 : 근데 그 친구는 맷집이 되게 좋았어요. 그래서 갑자기 이렇게 확 소리를 내야 될 때도 깨지지도 않고 되게 잘 내줬던 악기고. 물론 지금 악기가 그래서 안 좋다는 게 아니에요. 이 악기가 안 가지고 있는 걸 이 악기가 가지고 있고. 근데 그 악기는 윤이상에는 조금 더 어울렸던 악기일 수도 있다.
김수현 기자 : 지금 악기는 이름이 뭐예요?
한재민 첼리스트 : '지오반니 그란치노'라고. 17세기, 1697년 악기예요. 그래서 엄청 할아버지시고, 할머니인가 할아버지인가.
김수현 기자 : 그전에 썼던 분이 누군지 아세요? 족보 같은 게 있지 않아요?
한재민 첼리스트 : 양성원 선생님이 쓰셨고요. 그다음에 문태국 씨가 쓰셨고, 그다음에 제가 쓰고 있어요.
김수현 기자 : 그렇구나. 근데 똑같은 악기라도 연주자에 따라서 또 다른 소리가 나고.
한재민 첼리스트 : 맞아요. 그래서 이 악기가 또 양성원 선생님에서 문태국 선생님한테 넘어갈 때 달랐을 거고, 문태국 선생님에서부터 저한테 넘어올 때 너무 달랐고, 어쨌든 세 명 다 플레이 스타일이 다른 연주자들이니까 그랬죠.
김수현 기자 : 악기 얘기 들을 때마다 신기해요. 나의 동반자인데 그 동반자하고 맞춰야 하는 거잖아요.
이병희 아나운서 : 친해지는 단계가 필요한.
김수현 기자 : 비행기 탈 때도 옆에 앉히고.
한재민 첼리스트 : 그렇죠.
김수현 기자 : 표 한 장 더 사서. 그러면 안전벨트도 해주고?
한재민 첼리스트 : 안전벨트는 항상 해줘야 해요.
김수현 기자 : 흔들리고 이러면 안 되니까.
한재민 첼리스트 : 그래서 가끔 되게 신기한 경험을 하는데, 비행기를 타면 많이 해본 승무원들은 '첼로를 갖고 탔구나, 그게 필요하구나' 딱 갖고 와요. 엑스트라 시트 벨트를, 익스텐션을 가져오는데. 새로 들어온 승무원 분이 계실 때는 제가 그걸 한다고 그러면 어떤 분이 가서 저거 보라고, 제가 하는 걸 옆에서 보고 계시더라고요. 교육 차원에서 보는 것 같아요.
김수현 기자 : 첼로한테 식사를 갖다 주는 분은 안 계시겠죠?
한재민 첼리스트 : 기내식도 안 주더라고요.
김수현 기자 : 근데 그 빨간 양말 얘기를 사실 다른 인터뷰에서도 제가 본 것 같긴 한데, 빨간 양말은 정확히 어디서 시작된 거예요?
한재민 첼리스트 : 빨간 양말의 시작은 에네스코 콩쿠르이고요. 그때 파이널 곡이 쇼스타코비치였어요. 여성 연주자분들은 드레스로 곡의 색깔에도 패션으로 맞추기도 하고, 뭐 이런 게 있는데 남자 연주자들은 그러기가 힘들잖아요. 다들 정장, 슈트, 연미복 입고 연주하니까. 그래서 뭘 할 수 있을까 생각을 하다가 양말은 그래도 딴 걸 신을 수 있겠다 싶어서 루마니아의 백화점에 가서.
그때 제가 루마니아에서 교회 사모님이랑 같이 다녔는데 사모님이 가서 빨간 양말을 사주셨어요. 그래서 그거 신고 감사하게 좋은 결과가 있어서 그다음부터 신고 있고, 그게 트레이드마크 비슷한 게 돼서 언제 한 번 안 신었더니, 처음에는 왜 신냐고 여쭤보시는 분들이 많으셨는데 안 신으니까 왜 안 신었냐고 여쭤보는 분들도 생기고 그렇게 됐더라고요.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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