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맛이 그 맛, 다 똑같다고요?…이맘때만 먹을 수 있는 특별함 [스프]
심영구 기자 2024. 10. 5. 09:03
[스프카세] 사과가 가르쳐준 맛의 세계 (글 : 정고메 작가)
먹방과 레시피, 와인 등 우리가 먹고 마시고 즐기는 모든 것들의 이야기. 스프에서 맛깔나게 정리해드립니다.
가을은 모든 과일을 통틀어 사과를 가장 좋아하는 나에게 가장 설레는 계절이다. 생각해 보면 어렸을 때는 사과를 그다지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사과라는 존재를 흔하게 여겼다. 사과, 배가 함께 있으면 늘 달콤한 배를 먼저 먹고는 했었다. 그러다 사과가 특별해진 계기가 있었는데 그건 '양광'이라는 품종의 사과를 만나게 되면서부터이다.
양광 사과를 처음 알게 된 건 10여 년 전, 처음 독립해서 살기 시작할 때였다. 나는 처음 혼자 살게 될 곳으로 시장 바로 옆 동네를 골랐다. 주말 아침이면 상인들의 과일과 채소를 판매하는 목소리가 어렴풋이 들릴 정도로 시장과 인접해 있었다. 시장의 매대는 네 개의 계절보다 촘촘하게 바뀌었다. 제철에 볼 수 있는 식재료들을 맛보며 섬세한 절기를 오롯이 경험할 수 있었다. 그러던 중에 10월 초에 보았던 '양광'이라고 쓰여 있는 사과를 보았다. 생전 처음 들어보는 사과 품종에 호기심이 생겨 양광 사과 5개를 사 왔다.
양광 사과의 색은 다른 품종의 사과에 비해 노란색이 빠진 푸름을 바탕으로 한 선명한 빨간색이었다. 그리고 군데군데 초록빛 흔적이 빨강을 돋보이게 한다. 사과를 깨끗하게 씻고 칼로 썰었다. 썰리는 소리가 보통의 다른 사과와 다르다. 수분의 밀도와 섬유질이 촘촘해서 경쾌한 소리가 났다. 잘라낸 과피의 단면은 노랗기보다는 창백한 흰색에 가깝다. 양광 사과의 도드라지는 특징은 아삭함이다. 바삭바삭하다고 표현해도 아쉽지 않을 만큼 아삭함이 남달랐다. 달콤한 맛이 있지만 새콤함도 함께 존재한다. 비율로 구분하자면 6:4 비율 정도인 것 같다. 산미 덕분에 오히려 달콤함이 섬세하게 느껴졌다.
아마 사과의 이상화된 존재가 있다면 아마 양광 사과가 아닐지 생각했다. 처음 먹어보는 존재감이 뚜렷한 사과를 앞에 두고 정신 차려보니 2개를 먹어 치웠다. 아쉬워서 저녁에 또 먹었고, 그 주 계속 양광 사과를 사러 다녔는데 2주가 지나니 양광 사과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청과점에 물어보니 철이 끝나서 나오지 않는다고 했다. 내년까지 기다려야 한다니! 나는 그때부터 10월이 되면 아무리 바빠도 착실하게 청과 가게를 서성였다. 10월 찰나에만 먹을 수 있는 양광 사과. 이 새로운 경험은 내가 모르는 많은 품종의 과일과 채소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했다. 또 단순히 맛있다, 맛없다로 구분하기보다는 품종마다 각각의 고유한 맛과 성질을 지닌다는 점을 인지하게 했다. 동시에 나의 맛의 세계를 확장해 주었다.
사과의 특별함을 깨달은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요즘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과일 하면 대명사로 떠올리던 국민 과일인 사과의 존재가 더욱 귀해졌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으로 가격이 두 배 이상 오른 것도 그렇고, 고령화로 사과 농가 면적이 점점 줄고 있는 데다가 기후변화로 사과 생산량도 줄어들고 있다. 농촌진흥청에서는 50년 뒤에는 한반도에서 사과나무를 재배할 수 있는 지역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는 시나리오를 내놨다.
지금도 안정적으로 사과가 자랄 수 있는 환경은 아니라서 앞으로 먹을 사과의 맛과 형태도 바뀌어 갈 것이다. 그런 사과의 미래를 앞에 두고 있자니, 지금이라도 부지런히 사과를 먹어두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몇십 년 뒤에는 비싸더라도 품종을 골라 가며 사과를 먹을 수 있는 지금이 그나마 호시절이었다고 떠올릴지도 모른다.
사과로 가장 자주 해 먹는 레시피들을 골라 왔다. 다른 과일로 대체할 때보다 사과가 있어야 비로소 완성되는 사과를 위한 요리들이다. 가을과 잘 어울리는 요리들이니, 부디 부지런히 올해의 사과를 즐겨주시길!
1. 사과 스무디
몸이 무거워졌을 때 찾게 되는 스무디. 수분과 식이섬유, 비타민을 듬뿍 섭취할 수 있는 아침으로 이만한 게 없다. 어떤 조합으로 만들더라도 사과는 필수다. 가장 좋아하는 조합은 사과, 양배추, 셀러리. 셀러리 대신 시금치나 케일도 좋다. 꼭 들어가야 하는 것은 사과와 양배추다. 생레몬을 살짝 뿌리면 맛이 훨씬 화려해진다.
모든 재료를 믹서기에 넣고 갈아준다. 잘 갈리지 않을 때는 물을 약간 추가한다. 스무디를 먹을 때는 견과류를 함께 먹으면 스무디를 꼭꼭 씹어먹을 수 있고 채소 과일의 비타민 흡수율을 높여주기도 한다.
2. 사과 피넛버터 토스트
사과와 피넛버터, 시나몬 조합은 마치 하나의 영혼을 공유하는 사이처럼 찰떡이다. 맛있는 사과를 더욱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비법이다. 아직 경험해 본 적이 없다면 꼭 시도해 보시길.
빵은 앞뒤로 살짝 토스트 한다. 빵 위에 피넛버터를 바르고 사과는 얇게 슬라이스 해서 올린다. 시나몬 가루를 살짝 뿌려 먹는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먹방과 레시피, 와인 등 우리가 먹고 마시고 즐기는 모든 것들의 이야기. 스프에서 맛깔나게 정리해드립니다.
가을은 모든 과일을 통틀어 사과를 가장 좋아하는 나에게 가장 설레는 계절이다. 생각해 보면 어렸을 때는 사과를 그다지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사과라는 존재를 흔하게 여겼다. 사과, 배가 함께 있으면 늘 달콤한 배를 먼저 먹고는 했었다. 그러다 사과가 특별해진 계기가 있었는데 그건 '양광'이라는 품종의 사과를 만나게 되면서부터이다.
양광 사과를 처음 알게 된 건 10여 년 전, 처음 독립해서 살기 시작할 때였다. 나는 처음 혼자 살게 될 곳으로 시장 바로 옆 동네를 골랐다. 주말 아침이면 상인들의 과일과 채소를 판매하는 목소리가 어렴풋이 들릴 정도로 시장과 인접해 있었다. 시장의 매대는 네 개의 계절보다 촘촘하게 바뀌었다. 제철에 볼 수 있는 식재료들을 맛보며 섬세한 절기를 오롯이 경험할 수 있었다. 그러던 중에 10월 초에 보았던 '양광'이라고 쓰여 있는 사과를 보았다. 생전 처음 들어보는 사과 품종에 호기심이 생겨 양광 사과 5개를 사 왔다.
양광 사과의 색은 다른 품종의 사과에 비해 노란색이 빠진 푸름을 바탕으로 한 선명한 빨간색이었다. 그리고 군데군데 초록빛 흔적이 빨강을 돋보이게 한다. 사과를 깨끗하게 씻고 칼로 썰었다. 썰리는 소리가 보통의 다른 사과와 다르다. 수분의 밀도와 섬유질이 촘촘해서 경쾌한 소리가 났다. 잘라낸 과피의 단면은 노랗기보다는 창백한 흰색에 가깝다. 양광 사과의 도드라지는 특징은 아삭함이다. 바삭바삭하다고 표현해도 아쉽지 않을 만큼 아삭함이 남달랐다. 달콤한 맛이 있지만 새콤함도 함께 존재한다. 비율로 구분하자면 6:4 비율 정도인 것 같다. 산미 덕분에 오히려 달콤함이 섬세하게 느껴졌다.
아마 사과의 이상화된 존재가 있다면 아마 양광 사과가 아닐지 생각했다. 처음 먹어보는 존재감이 뚜렷한 사과를 앞에 두고 정신 차려보니 2개를 먹어 치웠다. 아쉬워서 저녁에 또 먹었고, 그 주 계속 양광 사과를 사러 다녔는데 2주가 지나니 양광 사과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청과점에 물어보니 철이 끝나서 나오지 않는다고 했다. 내년까지 기다려야 한다니! 나는 그때부터 10월이 되면 아무리 바빠도 착실하게 청과 가게를 서성였다. 10월 찰나에만 먹을 수 있는 양광 사과. 이 새로운 경험은 내가 모르는 많은 품종의 과일과 채소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했다. 또 단순히 맛있다, 맛없다로 구분하기보다는 품종마다 각각의 고유한 맛과 성질을 지닌다는 점을 인지하게 했다. 동시에 나의 맛의 세계를 확장해 주었다.
사과의 특별함을 깨달은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요즘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과일 하면 대명사로 떠올리던 국민 과일인 사과의 존재가 더욱 귀해졌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으로 가격이 두 배 이상 오른 것도 그렇고, 고령화로 사과 농가 면적이 점점 줄고 있는 데다가 기후변화로 사과 생산량도 줄어들고 있다. 농촌진흥청에서는 50년 뒤에는 한반도에서 사과나무를 재배할 수 있는 지역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는 시나리오를 내놨다.
지금도 안정적으로 사과가 자랄 수 있는 환경은 아니라서 앞으로 먹을 사과의 맛과 형태도 바뀌어 갈 것이다. 그런 사과의 미래를 앞에 두고 있자니, 지금이라도 부지런히 사과를 먹어두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몇십 년 뒤에는 비싸더라도 품종을 골라 가며 사과를 먹을 수 있는 지금이 그나마 호시절이었다고 떠올릴지도 모른다.
사과로 가장 자주 해 먹는 레시피들을 골라 왔다. 다른 과일로 대체할 때보다 사과가 있어야 비로소 완성되는 사과를 위한 요리들이다. 가을과 잘 어울리는 요리들이니, 부디 부지런히 올해의 사과를 즐겨주시길!
올해의 사과를 즐길 수 있는 레시피
몸이 무거워졌을 때 찾게 되는 스무디. 수분과 식이섬유, 비타민을 듬뿍 섭취할 수 있는 아침으로 이만한 게 없다. 어떤 조합으로 만들더라도 사과는 필수다. 가장 좋아하는 조합은 사과, 양배추, 셀러리. 셀러리 대신 시금치나 케일도 좋다. 꼭 들어가야 하는 것은 사과와 양배추다. 생레몬을 살짝 뿌리면 맛이 훨씬 화려해진다.
- 재료 : 사과 1/2개, 양배추 1장, 셀러리 1/2대, 물 종이컵 1컵
모든 재료를 믹서기에 넣고 갈아준다. 잘 갈리지 않을 때는 물을 약간 추가한다. 스무디를 먹을 때는 견과류를 함께 먹으면 스무디를 꼭꼭 씹어먹을 수 있고 채소 과일의 비타민 흡수율을 높여주기도 한다.
2. 사과 피넛버터 토스트
사과와 피넛버터, 시나몬 조합은 마치 하나의 영혼을 공유하는 사이처럼 찰떡이다. 맛있는 사과를 더욱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비법이다. 아직 경험해 본 적이 없다면 꼭 시도해 보시길.
- 재료 : 식빵 1개, 사과 1/4개, 피넛버터 1스푼, 시나몬 가루 약간
빵은 앞뒤로 살짝 토스트 한다. 빵 위에 피넛버터를 바르고 사과는 얇게 슬라이스 해서 올린다. 시나몬 가루를 살짝 뿌려 먹는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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