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엔 공포, 다른 한쪽엔 환호…아이들의 삶을 비참하게 만드는 전쟁[신문 1면 사진들]

강윤중 기자 2024. 10. 5.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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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1면이 그날 신문사의 얼굴이라면, 1면에 게재된 사진은 가장 먼저 바라보게 되는 눈동자가 아닐까요. 1면 사진은 경향신문 기자들과 국내외 통신사 기자들이 취재한 하루 치 사진 대략 3000~4000장 중에 선택된 ‘단 한 장’의 사진입니다. 지난 한 주(월~금)의 1면 사진을 모았습니다.

■9월 30일

<레바논 국민들, 반이스라엘 시위> 이스라엘군이 헤즈볼라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를 암살한 데 대해 분노한 레바논 국민들이 28일 밤(현지시간) 남부 항구도시 시돈에서 열린 규탄 시위 중 그의 사진을 들고 반이스라엘 구호를 외치고 있다. AP연합뉴스

‘폭살’ ‘전면전’ ‘초토화’ ‘복수’ 같은 전쟁의 단어들이 즐비합니다. 월요일 아침 밝은 뉴스로 하루를 시작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중동 전쟁 사진이 대부분 중앙일간지의 1면을 장식했습니다. 이스라엘군은 헤즈볼라 지휘부 회의가 열린 레바논 베이루트 남부를 공습해 헤즈볼라를 30년 넘게 이끈 수장 하산 나스랄라를 암살했습니다. 이란을 주축으로 한 중동의 반이발스라엘 무장 조직 연대인 ‘저항의 축’은 일제히 보복을 다짐했습니다. 1면 사진은 나스랄라 암살에 분노한 레바논인들의 시위 사진입니다

■10월 1일

<아이들 억울함 어떻게...분통 터트린 유가족>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혐의로 기소된 박희영 서울 용산구청장이 30일 무죄를 선고받고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을 빠져나가자, 한 유가족이 주저앉아 울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김창길기자

법원이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책임자들에 대한 1심 판결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에게 무죄를,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이 금고 3년형을 선고했습니다. 유가족들은 박 구청장의 무죄 판결에 “엄중한 처벌을 간곡히 바라던 유가족의 믿음과 한 가닥의 희망마저 저버렸다”며 반발했습니다. 1면 사진은 판결 후 법원 앞에 주저앉아 울분을 터뜨리는 한 유가족의 모습입니다.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참사 2주기를 한 달 앞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10월을 기억과 애도의 달로 선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10월 2일

<이순신 장군 앞 지나는 군 행렬> 건군 제76주년 국군의 날 시가행진이 열린 1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서 군 지상장비들이 광화문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군의 날을 맞아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도심 시가행진이 진행됐습니다. 앞서 건군 76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는 핵무기 위력에 맞먹는 미사일 ‘현무-5’가 처음 공개됐고, 미군의 전략폭격기 ‘B-1B’가 상공을 날았습니다. 윤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북한 정권을 향해 핵 도발 시 종말을 맞을 것이라고 경고했지요. 1면 사진은 시가행진에 동원된 무기들이 대열을 맞춰 숭례문에서 광화문 방향으로 이동하는 장면입니다.

1면 지면에 편집된 사진 위에 ‘이스라엘, 레바논 지상전…3개의 전쟁 불사’라는 제목의 기사가 있어서인지, 첨단 무기의 행진과 대통령의 대북 발언을 요약하자면 ‘전쟁 불사’로 읽힙니다.

■10월 3일

<공포 그리고 환호> 이스라엘 예루살렘 인근의 쇼레쉬 시민들이 1일 저녁(현지시간) 이란의 미사일 발사에 따른 공습경보가 울리자 도로변 대피소로 피하고 있다. (왼쪽 사진) 이란 수도 테헤란 시민들이 1일 저녁(현지시간) 혁명수비대가 이스라엘을 향해 미사일 대거 발사하자 국기를 흔들며 환호하고 있다. AP연합뉴스·EPA연합뉴스

이란이 이스라엘 영토를 향해 탄도미사일을 대거 발사하는 보복 공격을 단행했습니다. 최근 이스라엘이 이란을 주축으로 한 반이스라엘 연대 ‘저항의 축’을 연거푸 때리자, 대응 수위를 저울질해오던 이란이 결국 군사행동에 나선 겁니다. 이스라엘이 다시 보복을 천명하면서 중동의 전운은 더 짙어지고 있습니다. 관련 사진이 1면일 수밖에 없는 날이었습니다.

외신 사진을 뒤졌습니다. 이란의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이스라엘의 아이언돔 미사일 방어체계가 만들어낸 불빛 궤적 사진들이 여럿이었습니다. 밤하늘을 수놓는 전쟁의 궤적이 이 전쟁을 제대로 들여다보게 하는 걸까, 하는 의문이 문득 들었습니다. 궤적 사진 사이에서 공습경보에 대피해 겁에 질린 이스라엘 아이들의 사진이 눈에 띄었습니다. 고만한 또래의 이란 아이들이 어른들 사이에서 이스라엘을 향한 미사일 발사 소식에 환호하는 사진도 보였습니다. 전쟁은 아이들의 삶을 비참하게 만들고 있었습니다. 두 장의 사진을 붙여 1면 사진을 구성했습니다.

■10월 4일

<따사로운 햇살·싱그러운 바람...완연한 가을> 지겹던 무더위가 물러가고 완연한 가을 날씨가 찾아온 3일 서울 마포구 하늘공원을 찾은 시민들이 억새밭 옆 산책로를 걸으며 가을 정취를 즐기고 있다. 연합뉴스

지겹던 무더위가 지나갔습니다. 싱그러운 바람과 투명하도록 파한 하늘과 따사로운 햇살이 완연한 가을을 감각하게 하는 날들입니다. 괜히 들뜨고, 어디든 떠나고픈 충동을 느낍니다. 드물게 기분 좋은 요맘때의 날씨가 길지 않을 것을 알기에 조바심이 생기기도 합니다. 지난여름의 지독했던 더위에 차라리 겨울이 서둘러 왔으면 했습니다. 기상학자들은 올겨울 역대급 한파를 예측했다지요. 짧은 가을이 가고 혹독한 추위가 길어지면 ‘차라리 더운 게 낫다’고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주봐도 지겹지 않은 가을 분위기 물씬한 사진을 1면에 배치했습니다.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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