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보유세’ 내야 한다 VS 아니다…전문가들 의견은?[댕냥구조대]

박지애 2024. 10. 5. 09: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제 3차 동물복지 종합계획’ 수립 중 검토
정부 “구체적인 결정 없어 검토 단계일 뿐”
동물단체·전문가들 “세금 걷는 건 필요하지만
…‘보유’라는 명칭 개선은 필요해“
국민 71% “책임 강화 효과 있을 것”

[이데일리 박지애 기자] ‘반려동물 보유세’ 논란이 뜨겁습니다. 반려동물 보유세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에게 매년 일정금액을 부과해 이를 동물 복지 등 관련한 재원으로 활용하자는 취지의 정책입니다.

반려동물 보유세를 걷으려는 이유는 크게 2가지 입니다. ‘양육자의 책임강화’와 ‘동물 복지 강화’를 위한 재원 확보입니다.

반려인구가 1500만명에 육박하면서 유기 동물 급증, 관련된 복지 시스템 미비 등 사회적으로 다양한 문제가 제기되자 이에 대한 해결 방안으로 반려동물 보유세 카드를 꺼내든 것입니다.

대부분의 국민들이 반려동물 보유세에 찬성을 하고 있지만, 전제가 있습니다. 세금을 걷더라도 세수를 어떻게 활용할 지 목적을 명확히 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입니다.

명칭에 대한 반감도 적지 않습니다. ‘보유’라는 단어 자체가 물건이나 재산을 가지고 있단 어감이 강해 생명이 있는 동물을 물건으로 본 건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는 것입니다.

이번에 논란이 된 건 정부가 내년 1월부터 시행될 ‘제 3차 동물복지 종합계획’ 수립과정에서 반려동물 보호자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알려지면서 입니다.

다만 현재 정부는 구체적이고 명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진 않습니다. 없던 세금을 걷는 것인 만큼 조세 저항이 클 수밖에 없어 신중하게 접근하는 모습입니다.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민간 위원들을 중심으로 다양한 정책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단계”라며 선을 긋고 있습니다.

실제 반려동물 보유세는 민간위원으로 구성된 분과위원회가 반려동물 관련 정책에 필요한 재원 마련을 위해 도입 효과와 방식 등을 검토하는 단계입니다.

사실 반려동물 보유세는 이번에 처음 나온 이야기는 아닙니다. 앞서 농림축산식품부는 2020년 제2차 동물복지 종합계획을 시행하면서 “2022년부터 반려동물 보유세 또는 부담금, 동물복지 기금 도입에 대해 관련 연구용역이나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 국회 논의 등 공론화를 거쳐 중장기적으로 검토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으나 도입이 되진 않았습니다.

그 만큼 필요성에 대해서는 계속 인지하지만 도입에 있어서는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의외로 대다수의 국민들은 반려동물과 관련한 세금이 긍정적인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양육자의 책임 강화에 효과가 있을 것이란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형주 어웨어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소장은 “반려동물 보유세는 재원 확보 보다는 책임 강화가 우선시 돼야 한다”며 “현재 하고 있는 동물 등록을 매년 갱신하며 등록비를 낸다는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한다. 실제 다른 나라도 반려동물을 일회성 등록하는 나라는 별로 없는데 이는 모두 세수 확보가 목적이라기 보단 양육자가 책임을 가지고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는지에 대한 확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가 실시한 ‘2023 동물복지에 대한 국민인식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71%가 반려동물에 대해 매년 일정한 등록비를 지불하도록 하거나 세금을 부과하면 반려동물 양육자 책임 강화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온라인에서 판매되고 있는 노펫존 표시판들
또 반려동물 세금을 납부함으로써 반려동물을 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반려인구가 늘고 있음에도 ‘노펫존’ 등 반려동물 출입을 금지하는 공공장소가 여전히 더 많은 상황이지만, 세금 납부로 반려동물들이 보다 당당하게 다닐 수 있는 곳이 늘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혜원 경복대학교 반려동물보건과 교수는 “독일은 매해마다 개세금(Hundesteuer)을 지자체에 납부해야 하는데 개인적으로 독일에서 생활하면서 느낀 건 보호자들이 개세금을 냄으로써 개들도 사회의 일원으로 인정되는 것으로 보였으며 사람 주민세를 내듯이 개세금을 내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듯 했다”며 “개세금은 지자체마다 비용이 다른데 물가가 비싼 도시의 경우는 아무래도 개세금도 비싸다. 뮌헨의 경우 맹견이 아닌 품종들은 100유로 정도”라고 전했습니다.

이어 이 교수는 “독일의 경우 지자체의 세수로 개세금이 포함되어 지자체가 필요한 예산으로 사용된다. 물론 이 중에는 동물복지와 관련된 것도 분명 있겠지만 개세금이 동물복지에만 쓰이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에서는 상대적으로 동물에 대한 복지 시설이 미비한 만큼 개보유세를 도입한다면 동물복지에 쓰이면 좋을 것 같다”며 “예를 들어 유기동물이나 입양동물 관련 예산이나 공원마다 배변봉투를 설치한다던가 반려견 놀이터가 좀더 활성화 되면 세금을 걷는 명확한 목적이 생길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사진=픽사베이
다만 대부분의 전문가들과 동물단체들은 세금을 걷더라도 ‘반려동물 보유세’라는 명칭 수정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보유세는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하지만 일종의 주민세 개념이라 보고 명칭은 적절하게 변경하면 좋을 듯하다”며 “동물은 물건이 아니라고 명시된 민법 개정이 반드시 함께 이뤄져야 한다. 보유세라는 명칭에서 보듯 동물을 물건이라고 보는 인식이 담긴 듯해 안타깝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관련한 세금을 정당하게 낼 경우 최소한의 법적 권한도 보장 받을 수 있는 개선 방향에 대한 논의가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소장도 “보유세라는 명칭은 반려동물을 물건으로 본 인식이 담겨 있어 적절치 않다”며 “등록세, 갱신세 등의 개선도 좋을 듯 하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 뿐 아니라 반려인들 대부분은 ‘세금을 낼 의향이 있다’는 의견을 내고 있습니다.

다만 세금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활용할 지 또 물건이나 재산으로 본 보유세 보다는 등록세나 동물복지기금과 같은 명칭 변경이 동반 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당시 홍보 영상을 통해 “동물을 등록하면 세금을 조금 내는 대신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하겠다”고 약속을 하기도 했습니다.

선진 반려문화를 위해 우리 사회가 한 번은 넘게 될 ‘반려동물 관련 세금’ 논란, 보다 많은 국민들의 의견을 청취해 정부가 이번에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동의할 만한 정책을 낼 지 기다려보겠습니다.

박지애 (pjaa@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