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 다이닝, 프랑스 음식이란 말 틀려” 특급 호텔 셰프 미카엘

박미향 기자 2024. 10. 5. 08:0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박미향의 요즘 뭐 먹어 ‘소피텔 앰배서더 서울’ 총괄 셰프 인터뷰
서울 송파구 ‘소피텔 앰배서더 서울’의 총괄 셰프 미카엘 로빈. 박미향 기자

“에스카르고(프랑스 식용달팽이 요리)는 평민들의 음식이었죠. 귀족들이 먹는 음식이 아니었어요. 먹을 게 없는데 비는 오고, 달팽이가 많이 보이니까 잡아서 먹은 거죠.” 대표적인 고급 프랑스 음식인 에스카르고가 기실 출발은 ‘미식’이 아니라 ‘생존’이었다고 ‘소피텔 앰배서더 서울’ 총괄 셰프 미카엘 로빈(50)은 말한다. 프랑스 북서부 출신인 그는 프랑스, 영국, 미국 등 여러 나라의 특급 호텔에서 일한, 30년 경력의 요리사다.

보리, 구운 서양대파 등이 들어간 은대구 요리. 박미향 기자

전세계 식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나라가 프랑스다. 19세기 프랑스 법학자이자 미식가인 앙텔름 브리야사바랭(1755~1826)이 책에 언급한 글귀 ‘당신이 무엇을 먹었는지 말해 달라, 그러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려주겠다’는 지금도 성경 구절처럼 인용된다. 프랑스 요리사 마리 앙투안 카렘(1784~1833)이 기틀을 다진 조리법과 오귀스트 에스코피에(1846~1935)가 체계화한 주방 시스템은 서양요리의 기초가 됐다. 우리네 사찰음식과 철학이 유사한 ‘식재료 본연의 맛을 최대한 살려내는 단순하고 절제된 조리기법’을 강조한 1960년대 ‘누벨 퀴진’ 운동도 프랑스가 출발지다.

귀족·평민 음식 결합, 프랑스 스타일로

소피텔 앰배서더 서울에 있는 레스토랑인 ‘페 메종’의 메뉴 중 하나인 고급 달팽이 요리 ‘에스카르고’. 과거엔 평민 음식이었다. 박미향 기자

전세계 푸디(식도락 여행객)들의 참고서가 된 ‘미쉐린 가이드’의 나라이자, 주식인

바게트 빵을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에 등재시킨 나라 프랑스. ‘먹는 일’에 진심인 이 나라도 랜선으로 하나 된 글로벌 시대에선 미식국가로서의 명성을 지켜내기가 버겁다. 여러 나라의 다채로운 먹거리 경험에 도전하는 미식 여행자가 늘면서 프랑스 요리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미카엘 로빈은 ‘프랑스 가정식’을 제대로 알게 되면 생각이 바뀔 것이라고 한다. 프랑스 가정식이야말로 웰빙(참살이)을 맨 앞줄에 내세우는 현대 미식과 궤를 같이하는 식사라고 강조한다. 지난해 6월 서울 송파구 ‘소피텔 앰배서더 서울’에 부임한 그는 레스토랑 ‘페 메종’ 등 호텔 식음료 업장을 자신의 색깔로 조금씩 바꾸고 있다. 변화에 ‘세련된 가정식이 일품’이라는 평이 들린다. 그를 지난달 30일 만나 ‘진짜 프랑스 음식’ 이야기를 들었다.

―당신이 추구한다는 ‘프랑스 가정식’이 궁금하다.

“어머니의 음식이다. 고향 브르타뉴는 작은 도시인데, 어머니가 요리하는 모습을 보면서 느꼈던 행복이 지금도 떠오른다. 해산물 요리를 특히 좋아했는데, 아버지가 생선이나 해산물을 고르면 어머니가 요리를 했다. 해안가라 홍합이 많았다. 아버지와 함께 홍합을 캐오면 어머니가 껍질 한쪽만 떼버리고 쪄서 소스로 버무린 요리를 내놓았다. 인생 최고의 요리다. 몸에 좋은 음식이다. 그게 프랑스 가정식이다. 지역의 특징이 잘 스며든 소박하고 간결한 음식이다.”

파슬리, 버터 등이 들어간 랍스터 요리. 박미향 기자

―어머니 음식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신선한 해산물이 넉넉하게 들어간 크레이프이다. 조리도 간편하고 풍미도 훌륭한 음식이다.”

―프랑스 음식의 위상이 예전만 못하고 비싼 고급 음식이란 인식 때문에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의견이 있다.

“프랑스에는 산도 있고, 바다도 있다. 대서양, 지중해와도 인접한다. 기후가 다른 지역도 많다. 그만큼 식재료가 다양하다는 얘기다. 이는 좋은 음식을 만드는 데 기본 조건이다. 또 역사적으로 따져보면 프랑스는 두 가지 스타일이 있었다. 왕실과 귀족들의 ‘파인 다이닝’(고급 정찬)과 가난한 평민들이 먹는 음식이다. 19~20세기 들어 이 둘이 결합하면서 프랑스 스타일이 구축됐다. “파인 다이닝이 프랑스 음식”이란 얘기는 틀린 말이다. 누구나 만들 수 있는 레시피가 널리 퍼졌고, 지금 프랑스는 저렴하고 조리가 단순한 소박한 음식도 많다.”

그가 손님 대부분이 단출한 프랑스 음식을 즐긴 첫번째 일터 얘기를 하면서 한가지를 덧붙였다. “프랑스 음식의 진짜 비밀은 소스”라고 말이다. “다른 나라 음식과 차별화에 성공한 것도, 세계적인 대중화에 성공한 것도 다 소스 때문”이라고 했다.

메밀 화이트 초콜릿 봉봉. 박미향 기자

―버터가 많이 들어가 비만을 부른다는 얘기도 있다.

“프랑스 남부 사람들은 올리브 오일을 많이 먹는다. 스페인이나 그리스에서 나는 질 좋은 식물성 올리브 오일과 같다. 이탈리아 토마토처럼 신선하다. 건강에 도움되는 지중해 식단을 즐긴다. 북쪽 사람들은 버터나 크림 같은 동물성 지방을 많이 섭취한다. 춥기 때문이다. 겨울에는 더 많이 먹는다. 환경이 먹는 것을 결정하는데, 이는 한국도 다르지 않다. 비만은 먹는 양의 문제인 거다. 양을 줄이면 되는 일이다. 독일이나 영국, 미국 등 이웃 나라의 비만 문제가 더 심각하다. 이들 나라에 견주면 프랑스인들은 훨씬 건강한 모습이다.”

―한식은 지금 과거 프랑스 음식처럼 세계적으로 인기다. 한식을 어떻게 생각하나?

“‘2008 베이징 올림픽’ 때 아시아 음식을 처음 접했다. 올림픽 연회 진행을 위해 2개월간 베이징에 머물렀는데 아시아 문화, 특히 식문화에 흥미가 생겼다. 음식은 오래 이어져온 문화, 역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한국은 고유한 문화가 있는 나라다. 음식 문화도 한국만의 독창적인 면이 있어서 매우 흥미롭다. 한국을 배우러 온 셈이다. 한국에 오기 전에는 ‘한식’하면 김치, 불고기만 생각했는데 지역마다 1000가지가 넘는 레시피가 있고, 내륙에서 하는 음식이나 해안 마을에서 하는 음식, 산골에서 하는 음식이 다 달라 놀라웠다. 같은 음식도 도시마다 요리하는 법이 다르고 김치만 해도 수십 가지가 넘어 매우 흥미롭다.”

“제주 고기국수·돼지국밥 끝내줘”

메밀과 밀크초콜릿이 들어간 라즈베리 케이크. 박미향 기자

―좋아하는 한식은 무엇인가?

“한식 탐험 하는 것을 정말 좋아한다. 김치국수 좋아하고, 제주 갔다가 맛본 고기국수나 돼지국밥은 끝내준다. 순대는 가장 좋아하는 한식이다. (순대국밥의) 국물도 좋다. 만들기 쉬워 보이지만, 잘 만들기는 어려운 음식이다. 김치만두는 언제나 맛있다. 소박한 한식을 좋아한다.”

우리 음식을 한국인보다 더 사랑하는 그가 요즘 부쩍 눈길이 가는 음식이 있다고 했다. “사찰음식을 맛보고 꼭 배워보고 싶습니다.”

그가 서울에서 일한 지는 1년이 조금 넘었다. 첫발을 내디뎠을 때 한국의 문화와 교육 수준이 높은 점에 감동했다는 그는 지금 한국에 더 빠져들고 있다. “한국인과 만나고 함께 일하는 모든 게 (나를) 행복하게 만듭니다. 프랑스 음식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가진 이가 많아서 그런 이와 소통하는 일이 즐겁습니다. 좋은 음식이 무엇인지도 잘 아는 이도 많더군요. 서울도 감동적인 도시인데, 빠르게 움직이면서도 평화가 느껴지는 도시라고 생각합니다.”

그의 소망은 어머니의 손맛이 부린 마술로 빚은 ‘행복’을 자신도 만들어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것이란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행복해지길 바랍니다. 내 음식을 찾아준 손님들도 행복해지길 바랍니다.” 활달하게 웃으며 그가 강조한 ‘행복’엔 국경을 초월한 맛이 배어 있다.

박미향 기자 mh@hani.co.kr

‘소통하는 셰프’가 알려주는 프랑스 북부의 맛

미카엘 로빈 셰프가 만든 ‘해산물 허브 크레이프’. 소피텔 앰배서더 서울 제공

미카엘 로빈 셰프는 음식으로 세상과 소통하고 싶어 한다. 그 방법의 하나가 레시피 공개다. 자신의 비밀 책장에 꽁꽁 숨겨둔 ‘해산물 허브 크레이프’ 조리법은 그의 고향인 프랑스 북부 브르타뉴의 자연과 밀접하게 연관돼있다. 크레이프(크레페)는 이 지역 대표 음식이다. 흐리고 비바람이 몰아치는 날이 많아 농산물이나 과일 생산이 제한돼, 대안으로 낙농업이 발달한 이 지역 특징이 반영된 음식이다. 질 좋은 우유, 크림, 치즈 같은 유제품이 재료로 쓰인다.

‘해산물 허브 크레이프’ 조리법

재료

마리니에르 소스와 크레이프 롤 재료를 각각 준비한다.

소스 : 무염 버터 30g, 껍질을 제거해 손질한 해산물(새우, 홍합 등), 다진 양파 30g, 다진 파슬리 20g, 화이트와인 200㎖, 크림 200㎖, 소금과 후추 약간

크레이프 롤 : 중력분 35g, 달걀 1개, 우유 150㎖, 소금 1g, 버터 15g, 허브(다진 차이브 4g, 딜 4g)

만들기

마리니에르 소스(해산물 크림소스)

1.중간 불에 달군 팬에 버터를 녹인다.

2.양파와 껍질 제거한 해산물을 넣고 계속 저어가며 볶는다.

3.화이트와인과 다진 파슬리 넣은 뒤 팬 뚜껑을 닫고 해산물이 익을 때까지 찐다.

4.팬에 크림을 넣은 뒤, 소스가 걸쭉하게 될 때까지 졸인다.

크레이프 롤

1.중간 크기의 ‘믹싱 볼’에 우유와 달걀을 넣고 휘젓는다.

2.체를 친 밀가루를 조금씩 넣으면서 계속 휘젓다가 허브, 소금, 녹인 버터를 넣어 섞는다.

3.반죽을 냉장고에 넣어 1시간 정도 둔다. 불에 달군 팬에 기름을 얇게 바른다.

4.팬 바닥에 반죽을 천천히 부어 얇은 크레이프를 만든다. 팬 전체가 얇게 덮일 정도로 붓는다.

5.다 구워진 크레이프는 살짝 식힌 후, 동글게 말아 롤을 만든다. 먹기 좋게 자른다.

6.온기가 남은 크레이프 롤을 접시에 예쁘게 담은 뒤, 소스를 뿌린다. 허브로 장식한다.

박미향 기자 mh@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