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美 서부극 메카 가는 '매쉬빌'…"새벽에 편집하다 알았죠"[EN:터뷰]
美 산타페 국제영화제서 '경쟁작'…2회 상영 잡혀
유바리도 '경쟁작' 초청…판타지아 국제영화제 '감독상'
지난 7월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2024 판타지아 국제 영화제에서 한국 영화 한 편이 미국 영화 전문 매체 콜리더(Collider)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코엔 형제와 타란티노의 만남"
잇따른 호평 속에 영화는 슈발 누아르 경쟁 부문에서 감독상에 오르며 연출력과 작품성을 동시에 인정받았다. 황욱 감독과 임동민 작가 겸 프로듀서의 영화 '매쉬빌(Mash Vill)'이다.
영화는 오는 16일 미국 산타페 국제 영화제와 24일 제34회 유바리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에 연이어 '경쟁작'으로 초청받으며 또 한번 기대를 모으고 있다. 특히 산타페 국제 영화제에서는 두 차례에 걸쳐 작품이 상영될 예정이다.
최근 서울 광진구 한 사무실에서 CBS노컷뉴스와 단독 인터뷰를 가진 황욱 감독, 임동민 작가 겸 프로듀서는 이 같은 소식을 전했다.
황 감독은 "새벽 6시쯤 편집 작업을 하다 메일을 보고 알게 됐다"며 "영화제에 초청받는 것만으로도 영광인데 경쟁작으로 초청돼 정말 감사하다"고 기뻐했다.
그는 "서부 영화라는 장르적 특성 때문에 기획했을 때부터 북미 시장에서 먼저 인정받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특히 웨스턴 무비 본고장인 산타페 국제 영화제에 초청받게 돼 감격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산타페 국제 영화제는 매년 미국 뉴멕시코주 산타페에서 열리는 영화제다. 서부 영화의 역사적 배경과 문화적 유산 덕분에 서부 영화의 중심지로 인식되고 있다.
매쉬빌은 한국 영화에서 보기 드문 서부 영화 분위기를 자아내는 블랙 코미디 장르다. 작품 곳곳에 서부 영화의 상징적인 요소인 권총과 웨스턴바가 등장한다.
이에 황 감독은 "다른 대륙의 문화를 한국식으로 해석하고 싶었다"며 "코엔 형제, 타란티노, 존 포드 등 여러 작품에 영향을 받아 우리가 할 수 있는 문학적인 부분과 캐릭터적인 부분을 살려보자고 했다"고 설명했다.
해외에서 주목한 매쉬빌은 한복을 입은 사이비 종교 신도들이 한 마을의 평화를 깨뜨리는 이야기를 다룬다.
신도들은 1월생부터 12월생까지 12구의 시체를 모아 의식을 치르려다 한 농부의 친한 친구까지 살해하게 되고 농부는 결국 살인마를 제거하기 위해 총을 든다.
그렇다고 단순한 복수극은 아니다. 당초 작품에는 선과 악의 경계를 명확하게 두지 않았다고 한다. 죄책감과 쾌락이 공존하는 이른바 '길티 플레저(Guilty Pleasure)'를 의도했다고. 임 작가가 작품을 두고 "선과 악의 구조가 불분명하다"고 설명한 이유다.
임 작가는 영화 제목인 '매쉬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철자 그대로 해석하면 매쉬(Mash)고 빌(Vill)인데 마을을 뒤섞는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또 서부 영화에서 빠질 수 없는 위스키를 제조하는 과정인 '매쉬빌'의 의미도 있다고 덧붙였다.
현장 촬영은 순탄치 않았다. 국내에서 서부 영화적인 느낌의 사막 황무지를 찾기란 만만치 않은 과제였다.
이들은 구글 지도를 참고해 1개월 넘게 돌아다닌 끝에 마침내 경기도 화성 한 지역을 찾았다. 하지만 당시 115년 만에 내린 기록적인 폭우로 결국 촬영하지 못했다.
임 작가는 "많은 비가 내려 사람이 활동할 수 없는 땅으로 변해버렸더라"며 "현장에서 촬영할 때 다같이 있어야 하는데 장소 찾는다고 난리였다"고 당시 막막했던 상황을 회상했다.
이들은 촬영 일정을 한 차례 연기하고 이후 극적으로 장소를 찾아 마지막 촬영을 마무리했다. 황 감독은 "오히려 신의 한 수였다. 그 장소가 더 좋았다"며 "위기가 기회로 변한 사례였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들은 판타지아 국제 영화제 초청 연락을 받았던 순간을 떠올렸다.
황 감독은 당시 낮에 고깃집 아르바이트를, 임 작가는 방송국 아르바이트를 했고 저녁이 돼서야 함께 영화 작업을 했다. 그날도 아르바이트 가는 길에 이 연락을 받았다고 한다.
황 감독은 "이 영화가 어떻게 갈까라는 고민이 있었던 참에 연락을 받았다"며 "(이제야) 인정 받은 느낌이다"고 강조했다. 임 작가도 "초청작이 발표된 후 경쟁 부문에 올라갔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 정말 기뻤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들은 또 판타지아 국제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할 거라고 전혀 생각치 못했다고 말했다. 황 감독은 수상작으로 호명되던 때 느낀 감정을 전했다.
"가장 꿈에 그리던 순간 중 하나였기에 그동안 있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어요. 명예적인 상을 받는 순간이 언제일까라고 생각했는데 그때가 딱 그날이었죠."
이들은 차기작 시나리오 작업에 들어갔다. 이번에는 오컬트 소재 작품을 준비 중이라고 귀띔했다.
코엔 형제처럼 함께 활동하며 도전을 이어가길 원하는 황욱 감독과 임동민 작가. 이들의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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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정재림 기자 yoongbi@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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