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의 산길[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469〉

나민애 문학평론가 2024. 10. 4. 23:0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서리 내린 가을날산길을 가면찬 바람 살랑살랑불어오고요찬바람을 타고서단풍잎들이사뿐사뿐 길 위에떨어집니다바람찬 가을날에산길을 가면쓸쓸히 들국화만피어있고요떨어진 단풍잎을밟아서 가면단풍의 붉은 길이열리입니다―목일신(1913∼1986) 시인들이 예전부터 동시를 쓰고, 그것을 예쁜 노래로 만든 것은 아주 은밀하고도 거대한 '한글 지키기 작전'이었는지도 모른다.

노래가 된 시, 시가 된 노래를 좋아한다면 목일신 시인을 기억하시길 바란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리 내린 가을날
산길을 가면
찬 바람 살랑살랑
불어오고요
찬바람을 타고서
단풍잎들이
사뿐사뿐 길 위에
떨어집니다

바람찬 가을날에
산길을 가면
쓸쓸히 들국화만
피어있고요
떨어진 단풍잎을
밟아서 가면
단풍의 붉은 길이
열리입니다

―목일신(1913∼1986)


시인들이 예전부터 동시를 쓰고, 그것을 예쁜 노래로 만든 것은 아주 은밀하고도 거대한 ‘한글 지키기 작전’이었는지도 모른다. 어려서 노래로 배운 동시들은 영영 잊혀지지 않기 때문이다. 노래가 된 시, 시가 된 노래를 좋아한다면 목일신 시인을 기억하시길 바란다. “따르릉 따르릉 비켜나세요 자전거가 나갑니다 따르르르릉” 이렇게 시작하는 ‘자전거’도 목일신 시인 작품이고 “하늘나라 아기별이 깜빡깜빡 잠자지” 이렇게 예쁜 가사인 ‘누가 누가 잠자나’도 같은 시인의 것이다.

우리 말과 글을 지키는 게 독립운동이라고 생각한 시인. 독립운동하는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도 독립운동에 투신한 시인. 감옥에 갇혀서도 동시를 쓴 시인. 목일신이 남긴 여러 편의 시는 노래가 되었는데 특히 ‘단풍의 산길’은 가장 최근에 가곡으로 만들어졌다. 동요가 좀 쑥스러운 어른들에게는 이 가곡을 추천한다.

노래를 타고 시가 들어온다. 노래를 타고 마음이 흘러온다. 노래를 타고 우리 말과 글도 전해온다. 한글날을 기념하고 싶다면, 좋은 가사 우리 노래 듣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나민애 문학평론가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