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연설비’ 설치 안 된 지하주차장, 화재 ‘무방비’?
[앵커]
인천 청라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전기차에서 불이 나서 큰 피해가 발생했던 현장을 KBS가 심층 분석했습니다.
당시 CCTV 화면을 입수한 결과 불이 지하주차장 전체로 순식간에 번진 구조적 이유가 있었습니다.
이규명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폭발과 함께 화염에 휩싸인 차량.
천장에서 불똥이 떨어지더니 순식간에 멀리 떨어진 곳까지 불이 번집니다.
[박경환/한국소방기술사회 회장 : "이 배관 보온재를 타고 이쪽으로 간 거예요. 보온재에서 막 불비가 뚝뚝뚝 떨어지니까."]
그런데 불이 난 전기차의 바로 왼쪽 차량들은 오히려 피해가 적었습니다.
연기가 빠져나간 흔적을 따라가자, 지상으로 뚫려 있는 환기구가 나옵니다.
[박경환/한국소방기술사회 회장 : "열기가 (불이 난 전기차에서) 탄 것이 위로 쫙 빨려가면서 옆 차로 열기가 전달이 안 됐던 것 같아요."]
당시 지하주차장에 유독가스를 빼내는 '제연설비'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지하주차장 도면을 토대로 시뮬레이션을 해봤습니다.
제연설비 가동 시 유독가스가 급격히 퍼지지 않고 일정 구역에 머뭅니다.
외부 공기를 불어 넣고 유독가스는 외부로 빼내기 때문입니다.
지하주차장에서 불이 난 상황을 가정해 진행한 실험에서도 같은 효과가 나타났습니다.
제연 설비를 작동시키자, 빠른 속도로 연기가 빨려 들어가 시야가 확보됩니다.
[이준규/인천 서부소방서 현장지휘팀장 : "열과 연기가 가득 차 있으면 쉽게 전진하기가 어렵고 또 위험합니다. 그 위험 요소를 제거하는 작업 자체가 시간이 좀 많이 소요되고."]
현행법상 제연 설비는 16층 이상 아파트의 주거동에만 설치되고, 지하주차장에는 설치 의무가 없습니다.
환기시설이 있지만 전체 유독가스를 빼내기엔 역부족입니다.
[박경환/한국소방기술사회 회장 : "뜨거운 열기가 (환기설비를) 통과하잖아요. 회전 속도가 줄어요. 점점점. 나중에는 다 이제 멈춰버리는 거죠."]
아파트 모든 동과 연결돼 점차 깊고 넓어지고 있는 지하주차장.
화재 대비 시설 강화가 필요합니다.
KBS 뉴스 이규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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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명 기자 (investigat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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