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 잃는다'는 화순 주민들…동복천댐 추진 반발 왜?
화순군민 "지난 2020년 수해 피해 반복될까 우려"
사평면 떠나 살 수 있는 '현실적 보상책' 마련해야
'요식 행위' vs '국책 협조' 주민 반응 엇갈리기도
전남도, "주민 의견 수렴회 통해 찬반 듣기로"
전남 화순군 주민들이 동복천 일대에 추가로 기후대응댐을 건설하겠다는 환경부의 계획에 반발하고 있다. 일부 주민은 댐 건설에 찬성하거나 환경부가 적절한 계획안과 보상책을 제시한다면 국가사업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나서 주민 사이 갈등도 우려된다.
전라남도 등 관계기관은 4일 오전 전남 화순군 사평면종합복지회관에서 사평면 주민 9명이 참석한 가운데 환경부의 기후대응댐 건설 계획과 관련한 주민 면담을 진행했다.
참석한 주민들은 지난 2020년 수해 피해를 상기시키며 추가의 댐을 만들 경우 일대의 수해 피해가 극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난 2일 화순군청에서 진행된 환경부의 기후대응댐 건설 계획안에 따르면 주암댐 저수구역 내 사평면 건물 80채가 수몰 위기에 처할 예정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수몰 피해 지역에서 농사를 짓고 사는 주민들은 터전을 잃고 떠날 곳이 마땅치 않다며 이주비 등 현실적인 보상책을 주문하기도 했다.
화순군농민회 전 회장직을 맡았던 김정기씨는 "고향을 떠나야 하는 일반 농민으로서는 이미 사평면의 지가가 낮아져 보상을 받아도 다른 곳에 터전을 마련하기 어렵다"며 "체육공원 등 주민편의시설을 건립한다고 해도 와닿지 않는 복지 혜택"이라며 현실적인 대안 마련을 강조했다.
오방록 전 화순군의회 부의장은 "전답이 있는 사람들은 현재 책정된 수준의 보상을 받았을 때 아파트 등으로 이동해 나가서 살 수 있는 여건이라 문제가 크지 않지만 7~80%는 그럴 수 없는 현실"이라며 "오히려 삶의 터전과 일터를 잃고 현실적이지 못한 보상책으로 도시 빈민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현했다.
장태수 기후대응댐 사평면 대책위원장은 주암댐 상류와 동복댐 하류 사이에 위치한 사평면을 '물 아파트'로 만들 셈이냐고 꼬집기도 했다. 장 위원장은 "댐이 3개가 들어오면 기존 낙과 피해와 농작물의 출수율 저하로 인한 소득 감소는 더 극심해지고 사평면의 지가 상승도 이뤄질 수 없다"고 설명했다.
주민들은 지난 댐 건설 과정에서 전남도와 환경부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지 않아 투명한 댐 건설 행정이 이뤄질지 걱정스럽다고 주장했다.
환경부가 주민들 반발에 수몰 피해를 줄인 또 다른 계획안을 공개하자 일부 주민은 "설명회와 다르게 댐의 위치가 변하면서 기존에 없던 피해가 나오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며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정부 부처와 행정기관의 약속 이행을 명확히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일부 주민은 "불안정한 법률 탓에 신뢰도가 떨어진다"면서도 "이를 개선하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며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한 주민은 "요식 행위가 아닌 현장의 소리를 환경부 관계자와 전남도지사 등이 직접 듣길 바란다"며 "신설 댐 특별법 제정 또는 댐 건설 관련 법안의 개정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어 "무려 20년 전에 제정된 법을 적용해 현장 상황과 동떨어진 경우가 많다"며 "보상 방안을 보완한다면 국가 시책인 만큼 적극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주민 간 이견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으면서 반발도 계속되자 화순군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화순군청 박종옥 상하수도사업소장은 "주민들과 아직 협의를 진행하는 단계일 뿐 설명회 등 대화 창구를 마련하거나 일정을 따로 잡은 상황이 없다"며 "무엇보다 주민 의견을 들어보고 군에서 주민들과 같은 입장을 개진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남도는 이날 면담을 통해 이달 말쯤 주민 의견 수렴회를 환경부 주관으로 개최하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졌다고 설명했다. 전남도 관계자는 "공식적인 창구를 통해 군민들이 반대 의견을 개진해야 법률 개정 등을 건의할 수 있게 된다"며 "하천 유역 관리 계획에 포함돼 현실적인 보상안도 다시 논의하는 첫발을 내딛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미 화순에 동복댐과 주암댐 등 2개 댐이 건설된 가운데 환경부와 전남도가 주민 민원과 우려를 해소할 대안을 새롭게 제시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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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CBS 김수진 기자 sjsj@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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