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특검법' 부결됐지만 '이탈표' 늘었다…與, 커지는 우려
국민의힘이 '김건희 특검법'을 또 한 번 막아냈지만 종전보다 이탈표가 늘어난 것이 확인되면서 앞으로도 특검을 저지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 김건희 여사 관련 공천개입 등 각종 의혹이 잇따르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더 강력한 특검법 재발의를 예고했다.
여야는 4일 국회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채상병·김건희 특검법, 지역화폐법을 무기명 재표결에 부쳤다. 이 법안들은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지 못해 부결, 자동 폐기됐다.
재적 의원 300명이 모두 출석한 가운데 김건희 특검법은 찬성 194표, 반대 104표, 기권 1표, 무효 1표로 나타났다. 채상병 특검법은 찬성 194표, 반대 104표, 무효 2표였다. 지역화폐법은 찬성 187표, 반대 111표, 무효 2표로 집계됐다.
범야권 192명 전원이 찬성표를 던졌다고 가정하면 쌍특검(김건희·채상병 특검법) 법안에서 국민의힘(소속 의원 108명)에서 찬성 2표와 무효 및 기권 2표 등 4표의 이탈표 발생한 것으로 파악된다. 지역화폐법의 경우 반대로 야당에서 최대 5표의 이탈표가 나왔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지난달 19일 본회의에서 이들 법안들을 강행처리했다. 필리버스터를 포기한 국민의힘은 가결 직후 윤석열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 행사를 건의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본회의 전 의원총회에서 김건희·채상병 특검법과 지역화폐법 부결을 당론으로 채택했는데, 해석에 따라 최대 4명이 당론을 거스른 것이다.
채상병 특검법의 경우 직전인 지난 7월 재표결에서 출석 299명에 반대가 104표였는데, 반대표가 비슷한 규모로 유지됐단 평가가 나온다. 반면 김건희 특검법의 경우 21대 국회 시절인 지난 2월 재표결 때보다 이탈 규모가 확실히 늘었다. 지난 2월 재표결 때는 국민의힘 의원이 110명 참석한 가운데 찬성 171표, 반대 109표, 무효 1표였다. 당시 국민의힘은 이탈표가 없다고 자평했다.
여권에선 당혹감이 읽힌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일단 법안들이 모두 부결로 결론이 났다는 점에 방점을 찍으면서 이탈표 규모에 대해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추 원내대표는 이날 본회의 표결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탈표 4표를 어떻게 보느냐'는 물음에 "우리가 모든 108표를 공개 투표가 아니고 공개 의사를 확인하지 않기 떄문에 정확한 숫자에 관해서 얘기할 수 없다"며 "오늘 표결을 통해 총의를 바탕으로 한 재의요구에 대해 부결을 시켰다는 것에 아주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단일대오가 깨졌다고 보지 않는다. 단일대오가 유지됐고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고 답했다.
신동욱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기대는 한 표도 이탈 안 하는 거였다"며 "한 두 표 정도는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탈표가) 4표면 좀 많이 나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안철수 의원은 본회의 표결 후 기자들과 만나 '김건희 특검법에 찬성했나'란 질문에 "아니다. 나름의 소신을 갖고 투표를 했지만 저렇게 4표 정도 다른 의견을 가진 분들이 계실 줄은 몰랐다"고 했다. 채상병 특검법에 찬성표를 던져온 안 의원은 김건희 특검법엔 반대 의사를 밝혀왔다.
안 의원은 "원래 국민들께서는 정치인들에게 법만 지키면 되는 게 아니라 더 높은 수준의 도덕적인 것 요구하지 않나"라며 "비록 검찰에서 법률적으로 문제가 없고 기소하지 않더라도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국민들이 생각하시면 그건 사과하는 게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지난 당대표 선거에서도 4명 모두 (김 여사의 사과가) 필요하다고 얘기하지 않았나"라고 했다.
이처럼 당내에서 김건희 특검법에 반대표를 던진 의원들 중 상당수는 김 여사의 각종 리스크를 우려하며 사과 등 입장 표명을 공개 요구하고 있다. 김 여사와 대통령실의 향후 대응에 따라 또 앞으로 국정감사 등을 통해 추가적으로 제기되는 김 여사 관련 의혹에 따라 민주당이 재발의할 김건희 특검법에 여당 의원들이 추가로 찬성표를 던질 여지도 있다는 의미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채상병 특검법의 경우 이탈표가 확대되진 않았다"며 "공수처 수사 결과 발표 이후 여론 추이가 어떻게 되느냐에 달려있다고 본다. 11월로 예정된 이재명 대표의 1심 판결과 재보궐 선거 등이 추가적 이탈 여부를 가를 변수"라고 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여당의 내부 갈등구도를 이용하려 했지만 아직은 여당에서 갈등하면 공멸한단 생각과 민주당의 입법독재에 맞서 똘똘 뭉쳐있다"며 "야권에서도 반발이 있는 이재명 대표의 지역화폐법까지 끼워서 특검법을 밀어붙인 것은 타이밍을 잘못 잡은 것이다. 무리수였다"고 평가했다.
그는 "정기국회 끝나고 연말쯤 되면 김 여사 관련 각종 의혹 등으로 대통령이 사실상 레임덕에 빠지면서 여권의 분위기도 달라질 것이다. 민주당이 그 때 조금 더 국민들의 공감을 살 만한 내용을 담아서 특검법을 재발의하면 여당도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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