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밖 난이도에 “외국인보다 못하면 어쩌나”도

최수문기자 기자 2024. 10. 4.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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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사람보다 점수가 낮으면 안 되는데···초등학교 이후 처음이에요." 받아쓰기를 마친 김 모 씨는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유 장관에게 직접 호명된 으뜸상 수상자 이 씨는 스스로를 "초등학교에서 애들을 가르치고 있다"고 소개하면서 "문제가 굉장히 어려웠지만 다행히도 제가 공부한 부분에서 많이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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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체부·국립국어원 ‘전국민 받아쓰기 대회’
한글주간 일환으로 4일 경복궁 개최
공식 행사로 치러지긴 이번이 처음
130명 경합···외국인 참가자도 10명
우승자는 초등학교 교사 이재명씨
유인촌 “한글 홀대 실태 돌아봐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4일 경복궁 흥복전에서 열린 ‘제1회 전 국민 받아쓰기 대회’에 참석해 시상을 마치고 수상자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문체부
[서울경제]

“외국 사람보다 점수가 낮으면 안 되는데···초등학교 이후 처음이에요.” 받아쓰기를 마친 김 모 씨는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성적이 나온 후 그는 수상은 못했지만 다행히 상위권이라고 귀띔했다. 다른 한 참가자는 “지금이라도 배웠으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 뜻깊은 대회였다”고 소감을 밝혔다.

4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 흥복전 마당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 국립국어원이 주최하고 국어문화원연합회가 주관해 내외국민 130명이 참가한 ‘제1회 전 국민 받아쓰기 대회’가 열렸다. 일부 TV 프로그램 등에서 이벤트를 한 것을 빼고 공식 받아쓰기 행사가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문체부는 설명했다. 제578돌 한글날을 기념하는 2024 한글주간(4~10일)의 첫날 행사로 진행됐다.

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올해 한글주간은 ‘괜찮아?! 한글’을 주제로 했다”며 “이는 무분별한 외국어 남용과 과도한 줄임말이나 신조어 등으로 한글이 홀대받고 있는 현 실태를 돌아보고 한글이 갖는 의미를 되새기며 소중한 최고의 문화 자산인 한글의 가치를 체험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이번 받아쓰기 대회에 우리 국민 신청자는 총 3320명이었는데 이 중에서 지역 예선을 거쳐 120명이 꾸려졌고 이들이 이날 본선에 나왔다. 이외에 일본 출신 방송인 후지모토 사오리와 독일 출신 방송인 다니엘 린데만 등 10명의 외국인 특별 참가자가 보태졌다.

280자 정도의 2개 제시문을 듣고 원고지에 적는 방식이었는데 쉽지 않았다는 평가다. 제시문은 “그는 택견에 있어서 만치는 전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인물이다. 스스로를 별 볼 일 없다며 과소평가하던 그는 펜실베이니아에서 열린 워크숍에 느지막이 참석했다”는 식이었다.

출제된 문장에는 ‘욱여넣다’ ‘객쩍다’ ‘오도카니’ ‘숫제’ 등 일상적으로 쓰이면서도 헷갈리기 쉬운 낱말들이 등장했고 ‘펜실베이니아’ ‘워크숍’ ‘브로슈어’ 등 한글 표기가 어려운 외래어들도 포함돼 변별력을 높였다.

발음이 좋기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배우’ 출신 유 장관이 영상에서 글을 낭독했고 이어 현장에서 모 방송국 아나운서들이 이를 되풀이했다. 문제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출제됐다고 한다. 이날 린데만은 유창한 한국어로 “다시는 안 보고 싶다”며 “문제가 많이 어려웠다”고 토로했고 사오리 역시 “제가 (한국어에) 꽤 자신이 있었는데 자신감이 사라졌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4일 서울 경복궁 흥복전에서 열린 ‘제1회 전 국민 받아쓰기 대회’ 참가자들이 제시문을 받아쓰고 있다. 조태형 기자

우승자에게 수여하는 문체부 장관상은 이재명 씨에게 돌아갔다. 유 장관에게 직접 호명된 으뜸상 수상자 이 씨는 스스로를 “초등학교에서 애들을 가르치고 있다”고 소개하면서 “문제가 굉장히 어려웠지만 다행히도 제가 공부한 부분에서 많이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상금 300만 원을 부상으로 받았다.

국립국어원은 “내년에 또 만나자”며 2회 대회를 예고했다. 한글주간에는 한글문화산업전·학술대회·공연 등 문화 행사가 잇따라 진행될 예정이다.

최수문기자 기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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