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합의" 이유로 할 수 있는 게 없었다…'조부 살해'는 공권력 개입 막힌 탓
수차례 가정폭력 신고…"함께 살겠다" 피해자 말에 분리 못 해
두 달 전 20대 손자가 70대 할아버지를 살해한 일이 있었습니다. 반복되는 가정폭력에 두 사람을 완전히 분리하는 조치도 두 번이나 내려졌지만, 합의하고 다시 살았다는 이유로 경찰은 더 이상 조치를 할 수 없었고 결국 살인으로까지 번졌습니다.
김지윤 기자입니다.
[기자]
현관문이 경찰 통제선으로 막혀있습니다.
이 주택에서 70대 남성 A씨가 숨졌습니다.
아래층에 살던 20대 손자가 할머니가 맞았다는 소리를 듣고 올라가 흉기로 찌른 겁니다.
[이웃 주민 : 때리는 소리가 막 나고 아저씨는 죽는다고 소리가 나고… (흉기에) 찔려서 다리가 다 피투성이야.]
A씨는 평소에도 아내를 여러 차례 때렸습니다.
지난해 12월부터는 한 달에 한 번꼴로 가정폭력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재발 위험이 높을 때 취해지는 임시조치도 내려졌습니다.
아내와 함께 집에 있을 수 없고 100m 이내 접근도 할 수 없게 된 겁니다.
그런데 조치 중간에도 두 번이나 폭행신고가 있었습니다.
조치를 어기고 다시 함께 살다가 결국 사건은 벌어졌습니다.
[용혜인/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 : (경찰이) 적극적으로 임시조치 위반 여부를 감독하거나 위반했을 경우 피해자 보호조치에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습니다.]
경찰은 임시조치를 위반한 가정폭력 가해자를 법원의 허가를 받아 유치장 등에 가둘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두 사람이 합의했다는 이유로 할 수 있는 게 없었습니다.
[허민숙/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 : 가정폭력은 피해자가 관계를 끊어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임시조치 위반은 강력범죄로 이어질 수 있는 중대한 신호기 때문에 반의사불벌조항을 폐지하고 공권력이 강하게 개입될 필요가 있습니다.]
경찰은 "거동이 어려운 아내가 A씨와 분리를 원치 않았고 A씨가 70대 후반으로 나이가 많은 점을 고려해 강제로 분리하진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영상취재 정상원 영상편집 김지훈 영상디자인 신하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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