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감독이 정말 “나가” 소리를 들을 정도였나…비판은 OK, 선 넘는 비난은 지양해야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이승엽 나가.”
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끝난 두산 베어스와 KT 위즈의 와일드카드결정2차전. 정규시즌 5위 KT가 와일드카드결정전 최초로 업셋을 달성했다. 두산은 최초 불명예 기록의 희생양이 됐다. 두산 팬들이 화가 나는 건 당연하다.
그런데 일부 팬들은 2차전 직후 잠실구장 중앙출입구 근처에서 “이승엽 나가”를 1~2시간 정도 외쳤다. 두산 선수들에겐 환호를 보내면서도 이승엽 감독에겐 불만을 표했던 것이다. 팬들은 단순히 와일드카드결정전 업셋 희생양을 떠나서, 지난 1~2년간 이승엽 감독이 보여준 시즌운영 자체에 불만을 품고 있다.
이승엽 감독은 2023시즌을 앞두고 3년 18억원이라는, 신임감독으로서 파격적인 조건을 받고 지휘봉을 잡았다. 지난 2년간 정규시즌 5위와 4위를 각각 차지했다. 2년 연속 와일드카드결정전을 치렀으나 3전 3패.
우선 와일드카드결정 1~2차전을 지켜보면, 딱히 이승엽 감독의 결정적인 미스는 보이지 않았다. 1차전 선발투수 곽빈이 1회에만 4실점한 게 컸다. 그러나 당시 이승엽 감독에겐 선택지가 별로 없었다. 어차피 곽빈 아니면 조던 발라조빅이어야 했다. 곽빈이 1차전에 안 나오고 두산이 준플레이오프에 간다고 해도 어차피 곽빈을 또 써야 했다.
올 시즌 두산은 외국인투수들이 부상과 부진으로 전멸했다. 올해 두산 외국인투수 4명(브랜든 와델 7승, 시라카와 케이쇼 4승, 조던 발라조빅 2승, 라울 알칸타라 2승) 거둔 승수의 합계는 단 15승이다. 이는 엄밀히 말해 프런트의 책임이지 이승엽 감독의 책임은 아니다. 외국인투수들이 제 몫을 못하면서 선발진의 힘이 떨어졌고, 이는 불펜의 과부하로 이어졌다. 시즌 막판엔 선발과 불펜 할 것 없이 마운드 운영이 힘겨웠다. 이런 상황서 4위라면, 선방했다는 평가가 많다.
타선이 18이닝 동안 무득점에 시달리긴 했다. 이걸 이승엽 감독의 책임으로 묻는다면 할 말은 없을 듯하다. 단, 양의지의 부상에 의한 타격 불가 등 갑작스러운 돌발 사태도 있었다. 딱히 감독이 개입할 상황도 많지 않았다.
두산은 올해 이승엽 감독을 비롯해 김한수-이영수 타격코치, 박흥식 수석코치까지 1군에 타격 전문가가 수두룩했다. 그러나 두산의 올해 공격력은 리그 중간 수준이었다. 이 부분은 확실히 현장이 풀어가야 할 숙제다.
야수진의 경우 이승엽 감독이 중앙 내야와 코너 외야에 나름대로 자연스러운 리빌딩을 시도했으나 매끄럽지 않은 측면이 보인다. 이런 부분에 대해선 구단과 현장이 날카롭게 리뷰를 할 것이다. 지난 2년간 이승엽 감독의 경기운영 역시 마찬가지다.
이승엽 감독이 부임하기 직전 두산은 이미 2010년대 후반 왕조시대가 완전히 끝나가고 있었다. 2022시즌의 경우 포스트시즌도 못 나갔다. 이승엽 감독은 이런 팀을 2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올렸다. 2년간 포스트시즌서 1승도 못한 책임은 있다. 순위를 떠나 지난 1~2년간 팀이 드라마틱하게 좋아진 측면이 느껴지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도 2년 연속 5위다. 아주 좋지도 않았지만, 최악의 결과는 아니다. 그렇다면 팬들에게 “나가” 소리를 들을 정도인지는 의문이다. 물론 야구 팬들의 정당한 의견 피력, 비판은 언제든 필요하다. 이승엽 감독도 두산 구단도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나 팬들도 선을 넘는, 과도한 비난은 지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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