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쩐의 전쟁'에 몰래 웃는다…2500억 버는 회사들 [김익환의 컴퍼니워치]
NH·메리츠·하나, 이자수입만 최대 2500억 전망…주관사도 짭잘
PF 공백 메우는 증권사…"진짜 승자는 증권사·로펌"
"이 싸움의 진정한 승자는 증권사·로펌이네요."
여의도 증권가가 요즘 표정 관리를 하고 있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으로 상당한 수입을 벌어들이고 있어서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MBK파트너스·영풍이 경영권 확보를 위해 5조원 넘는 실탄을 조달한 결과다. 증권사들이 양측에 실탄을 대면서 이자수입으로만 최대 2500억원을 벌어들일 전망이다.
법률사무소 김앤장을 비롯한 로펌들도 적잖은 수입을 챙길 전망이다. 비용지출이 커지는 만큼 고려아연 분쟁 당사자들의 '승자의 저주' 우려도 불거졌다.
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고려아연·영풍정밀 공개매수에 나선 고려아연과 MBK파트너스·영풍은 직간접적으로 5조5000억원가량을 차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려아연과 최 회장 일가, 베인캐피털이 메리츠금융그룹과 하나은행, 하나증권, 스탠다드차타드은행, 한국투자증권 등으로부터 3조5700억원가량을 조달했다. MBK파트너스도 NH투자증권으로부터 1조6270억원 규모의 차입금을 마련했다. 영풍도 단기차입금 형태로 금융회사서 3000억원을 차입했다. 여기서 발생하는 이자비용만 대략 2500억원에 이른다.
고려아연은 자사주 공개매수 자금 마련을 위해 메리츠캐피탈 메리츠증권을 비롯한 메리츠금융그룹으로 1조원 규모의 사모사채를 발행했다. 만기는 1년으로 금리는 연 7%대로 설정됐다. 'AA+(안정적)'로 평가받는 고려아연 공모채 조달금리는 연 3%대다. 공모채보다 4%포인트 높게 발행하면서, 메리츠금융그룹도 적잖은 이자수입을 올린 셈이다. 연간 700억원의 이자수입이 예상된다. 고려아연은 이 채권에 대해 조기 상환할 권리가 있어 가능하면 빠르게 상환할 것으로 보인다.
고려아연은 하나은행과 스탠다드차타드은행으로부터 1조7000억원의 차입금을 조달했다. 지난달 말에는 기업어음(CP)으로 4000억원을 조달했다. 고려아연 우호주주로 참여한 베인캐피털도 한국투자증권을 통해 3700억원을 조달했다. 만기는 9개월이며, 금리는 연 5.7%다. 최 회장 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한 제리코파트너스도 영풍정밀 공개매수에 참여하기 위해 하나증권을 통해 1000억원을 차입했다. 만기는 9개월이며, 금리는 연 5.7%다. 고려아연, 베인캐피털, 제리코파트너스의 이자비용은 1809억원이다. 차입금 조기상환권 등을 반영하면 이자비용은 더 줄어들 수 있다.
MBK파트너스는 NH투자증권으로부터 1조6270억원가량을 조달하면서 700억원의 이자비용이 예상된다. 물론 조기상환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자비용은 이를 밑돌 가능성은 있다.
공개매수 경쟁이 한층 격화되면 차입금 조달도 늘면서 증권사들의 이자수입도 한층 불어날 전망이다. 증권사들은 공개매수 주관 실적·수수료도 올리고 있다. NH투자증권은 MBK파트너스 연합의 고려아연·영풍정밀 공개매수 주관사다. 미래에셋증권과 하나증권은 각각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제리코파트너스의 영풍정밀 공개매수 주관사다. 하나증권의 경우 이번에 첫 공개매수 주관 실적을 쌓았다.
증권사는 물론 로펌들도 적잖은 자문수입을 올릴 전망이다. 법률사무소 김앤장 법률사무소와 법무법인 화우가 이번 분쟁에서 최윤범 회장과 고려아연의 법률자문·법무소송을 맡고 있다. 베이커맥켄지앤케이엘파트너스, 세종 등은 MBK파트너스를 돕고 있다. 이들 로펌도 상당한 수익을 챙길 전망이다.
증권사·로펌의 수입은 고려아연과 영풍의 내부자금과 MBK파트너스의 출자금 등에서 빠져나간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고려아연 경쟁이 격화되는 만큼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승자의 저주' 우려는 깊어질 전망"이라며 "고려아연의 진짜 승자는 증권사·로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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