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라 상자’ 명태균·김대남 녹취록[이철호의 시론]
사방으로 유탄 튀는 金 녹취록
맞춤형 여론조사 의혹도 심각
여론 왜곡은 최악의 선거 부정
용산의 “개인 허풍” 해명 옹색
김건희특검법 재표결 앞두고
韓 따돌리기로 내분만 키우나
명태균 사건은 겉으론 공천 개입이 문제지만, 진짜 악성 종양은 여론조사 조작이다. 명 씨의 미래한국연구소와 피플네트웍스리서치(PNR)가 개입한 지난 대선 여론조사들은 보수 신문조차 “윤석열 후보 지지율이 너무 높게 나온다”고 의심할 정도였다. 그 마법 밑에는 과도하게 높게 잡은 유선전화 비율이 교묘히 숨어 있었다. 2022년 1월에는 “같은 날 조사인데 다른 쪽의 1.5%포인트 격차와 달리 PNR은 윤 후보가 10%포인트나 앞섰다”는 비판을 받았다.
명 씨가 김영선 전 의원의 세비 절반을 뜯어간 ‘반띵’의 뿌리도 여론조사에서 비롯됐다. 경남도민일보에 따르면, 2020년 1월과 2월 미래한국연구소와 PNR의 경남 창원시 진해 여론조사에서 느닷없이 김 전 의원이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압도적으로 이기고, 당내 지지도 1위를 차지했다. 맞춤형 조사 의혹이 퍼질 수밖에 없었다. 결국 미래통합당은 그를 예선 탈락시키고, 이달곤 전 행정안전부 장관과 유원석 전 창원시의회 의장의 경선을 통해 이 전 장관을 공천했다.
2022년 경기지사 선거도 마찬가지였다. 김은혜 대통령 당선자 대변인이 출마하자마자 4월 11일 지지율 21.5%로 단박에 김동연(21%)·유승민(18%)을 제치고 1위를 한 것도 PNR 조사였다. 5월 2일 최종 조사에서도 김은혜 후보의 7.9%포인트 압도적 승리를 예상했다가 빗나갔다. 당시에도 언론들은 “판세가 헷갈릴 정도로 너무 튄다”며 조작 가능성을 의심했다. 지난주에 와서야 PNR 대표는 인터뷰를 통해 “누군가가 작업하지 않았으면 우리처럼 작은 회사의 조사가 그렇게까지 붐업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인정했다. 입맛에 맞는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그것으로 다시 유리한 여론을 만든다면 악성 부정 선거 아닌가.
서울의소리도 김대남 전 대통령실 행정관의 5시간짜리 녹취록을 하나씩 폭로하고 있다. “(김건희) 여사가 이철규를 통해 공천에 관여했다”는 1편 공천 개입에 이어 “한동훈 치면 여사가 좋아할 것”이라는 2편 당무 개입도 폭발력이 엄청났다. ‘한동훈 공격 사주’에다 ‘연봉 3억 원 감사, 내가 골라 갔다’는 낙하산 의혹까지 사방으로 유탄이 튀고 있다. “개인의 근거 없는 허풍”이라는 대통령실 해명은 옹색하기 짝이 없다.
여권은 자중지란이다. 격앙된 한동훈 대표와 친한 그룹은 수사와 배후 색출을 외친다. 이 와중에 윤 대통령은 한 대표를 빼고 원내대표단과 만찬을 했다. 어처구니없는 정무적 판단이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김건희특검법이 채상병특검법 재표결 때와 같은 결과가 나올지는 의문이다. 당시 여당에는 보수 정치권이 두 쪽 나고 탄핵의 빌미를 줄지 모른다는 공포감이 지배했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은 여당 의원 108명에게 1000통 이상의 전화를 걸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4명이 이탈했다. 이번에 부결되면 야당은 내용을 조금 바꿔 또 특검법을 발의할 게 분명하다.
국민의힘 내부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이미 장동혁·진종오 최고위원, 서범수 사무총장, 김상훈 정책위의장, 비서실장인 박정하, 전 비서실장인 김형동, 한지아 수석대변인, 박정훈·고동진·김상욱 등 공개적으로 친한계로 분류되는 의원이 10명이 넘는다. 전당대회 때 한동훈 캠프에 보좌진을 파견한 송석준·배현진·김소희·김위상 의원 등 우호세력도 적지 않다. 김재섭·김용태 의원 등 수도권 소장파 역시 “의원들의 침묵을 동조로 착각하면 안 된다”고 경고한다.
국민의힘 원내대표단은 재표결을 앞두고 출장 자제령까지 내리며 ‘단일 대오’를 압박 중이다. 한 대표 역시 “이번에도 부결하는 게 맞다”고 했다. 하지만 ‘특검법 찬성 65%-반대 24%’의 여론은 여전히 부담스럽다. 검찰의 명품백 무혐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천망회회 소이불루’(天網恢恢 疎而不漏·하늘의 그물은 크고 넓어서 성긴 듯하지만, 결코 놓치는 법이 없다)가 민심이다. 찬성 여론이 58%나 되는 영남권 의원마저 “어쩌면 이번 부결이 마지막”이라며 고민하는 눈치다. ‘윤·한 투톱 갈등’ 속에 무기명 특검법 재표결을 앞두고 이번에는 정진석 실장과 홍 수석이 얼마나 전화통에 매달려야 할지 궁금하다. 이번에 간신히 부결시켜도 다음번엔 어쩔 건가. 명태균·김대남 녹취록이 판도라 상자를 열어젖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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