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위복과 공멸 갈림길의 윤·한 갈등[포럼]

2024. 10. 4.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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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30일 불거진 '김대남 녹취록' 사건은 바람 잘 날 없는 한국 정치에 정권 말기적 현상과도 같은 징후를 나타냈다.

대통령실 선임행정관을 지낸 김대남(현 서울보증보험 상근감사위원)이 좌파 성향의 '서울의소리' 기자와 통화한 녹취록이 공개돼 일파만파의 대형 사건으로 번질 조짐이다.

그 배후가 있든 없든 이번 녹취록 파문은 윤·한 갈등이 갈 데까지 다 갔다는 것을 의미한다.

윤·한 갈등의 본질은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의 충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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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함 前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지난 9월 30일 불거진 ‘김대남 녹취록’ 사건은 바람 잘 날 없는 한국 정치에 정권 말기적 현상과도 같은 징후를 나타냈다. 대통령실 선임행정관을 지낸 김대남(현 서울보증보험 상근감사위원)이 좌파 성향의 ‘서울의소리’ 기자와 통화한 녹취록이 공개돼 일파만파의 대형 사건으로 번질 조짐이다.

녹취록 대부분이 신빙성은 떨어지나,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에서 한동훈 후보를 낙마시키기 위한 ‘공격 사주’를 한 사실이 드러났다. 그 배후 여부에 따라 윤석열·한동훈 갈등은 더욱 첨예화할 수도 있어 보인다. 김대남이 지난 7월 10일 통화에서 “잘 기획해서 (한동훈을) 치면 (김건희) 여사가 아주 좋아할 것”이라고 말한 데 대해 한 대표와 친한계는 그 공작 사주 배후로 김 여사와 대통령실을 정조준했다. 그 근거로, 8월에 김대남이 3급 행정관으로는 가기 힘든 감사 자리에 임명된 것을 들었다.

‘김대남 배후설’에 놀란 대통령실은 허풍인 걸 갖고 당정 갈등을 유발한다며, ‘대통령 부부와 전혀 친분 없다’고 황급히 밝혔다. 대통령실의 정치력이 미흡한 게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대통령실 전 행정관이자 그 혜택을 받은 사람이 저지른 사건이라면 당연히 유감을 표명하고 배후를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밝혔어야 했다. 사건으로부터 발만 빼려는 대통령실의 행태는 참으로 믿음이 가지 않는다. 그 배후가 있든 없든 이번 녹취록 파문은 윤·한 갈등이 갈 데까지 다 갔다는 것을 의미한다.

윤·한 갈등은 김 여사 명품 가방 수수 논란에서 비롯돼 지난 1월 21일 한동훈이 당시 비상대책위원장 직을 사퇴하라는 대통령의 압박으로 표면화됐다. 우여곡절 끝에 일시 갈등 봉합은 했으나, 3월 이종섭 호주 대사 임명과 황상무 수석비서관 막말로 재점화됐고, 4월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문제로 재충돌했다. 4·10 총선 참패로 윤·한 갈등의 골은 더 깊어지고, 한동훈 당 대표 출마 및 대표 당선 후 당직 인선과 오찬·만찬 참여 및 독대 등의 문제로 신경전을 벌였다. 일개 행정관이 음모 조작 사건까지 일으킬 정도로 갈등은 심각했다.

정치에서 갈등은 항상 있게 마련이다. 사실,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정치가 존재한다. 인간관계의 딜레마인 갈등은 ‘비 온 뒤 땅이 굳듯이’ 잘 해결하면 화합과 혁신의 기회를 제공하지만, 빈번하고 파괴적이면 결국 파국으로 간다.

윤·한 갈등은 당·정 관계는 물론 여당의 분열까지도 우려해야 하는 지경이다. 대통령 직무 수행 지지율이 저조하고 야당의 입법 폭주로 이미 불안정해진 정국에서 적전 분열한다면 그 결말은 명약관화하다. 또 한 번의 불행한 헌정 중단 사태로 국가의 운명은 풍전등화가 될 것이다. 국가와 국민을 위한 대의(大義) 차원에서 섣부르고 사사로운 권력투쟁을 중단해야 함은 물론이다.

윤·한 갈등의 본질은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의 충돌이다. 현재 권력은 도전에 의한 조기 레임덕의 출현을 방지하려 하고, 미래 권력은 서둘러 권력의 발판을 마련하려고 한다. 이러한 때 현재 권력은 미래 권력이 정권을 재창출할 수 있도록, 그리고 미래 권력은 현재 권력이 성공적으로 임기를 마칠 수 있도록 상호 협력하는 것이 현명한 갈등 관리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 권력이 먼저 관용을 베풀 필요가 있다.

양승함 前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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