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룩김치[한성우 교수의 맛의 말, 말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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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고 자라면서 익힌 사투리는 어느 날 갑자기 별똥별처럼 반짝일 때가 있다.
지인들과 밥을 먹는 자리에 배추와 무를 네모로 썰고 파와 배로 색과 맛을 더한 뒤 국물을 듬뿍 잡은 김치가 나왔다.
일행 중 하나가 "마룩김치네!"라고 하자 옆에서 "어? 강화도 사람이야?"라는 말이 뒤를 이었다.
그리고 나박김치는 본래 무를 네모나게 썰어 넣고 국물을 많이 잡은 김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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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고 자라면서 익힌 사투리는 어느 날 갑자기 별똥별처럼 반짝일 때가 있다. 지인들과 밥을 먹는 자리에 배추와 무를 네모로 썰고 파와 배로 색과 맛을 더한 뒤 국물을 듬뿍 잡은 김치가 나왔다. 일행 중 하나가 “마룩김치네!”라고 하자 옆에서 “어? 강화도 사람이야?”라는 말이 뒤를 이었다. 서로의 고향을 모르고 있었는데 ‘마룩’이란 말 때문에 고향을 들키고 고향이 읽힌 것이다. 마룩김치는 황해도와 황해도의 영향을 받은 강화도에서 주로 쓰니 그럴 수밖에.
‘마룩’은 언뜻 보면 우리말이 아닌 듯 보인다. 그런데 본래 ‘말국’이었고, 이것이 ‘국물’을 가리키는 말이라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지역에 따라 ‘멀국’으로 나타나기도 하는데 어느 것이든 건더기가 아닌 국물, 그것도 맑은 것에 초점을 맞춘 말이다. ‘말국’이 ‘마룩’이 되는 것은 마술처럼 보이지만 과거엔 ‘ㄹ’ 뒤에서 ‘ㄱ’이 탈락하기도 했다. ‘ㄱ’이 탈락한 자리에 받침 ‘ㄹ’이 옮겨지니 ‘마룩’이 된 것이다.
그런데 김치에 국물이라고? 어떤 김치든 국물이 조금씩 있기 마련이지만 이 마룩김치는 국물이 아주 많은 김치를 가리킨다. 이런 김치는 ‘물김치’라고 불리기도 하고 ‘나박김치’라고 불리기도 한다. 물김치는 국물을 많이 잡아 시원하게 먹을 수 있는 김치이다. 그리고 나박김치는 본래 무를 네모나게 썰어 넣고 국물을 많이 잡은 김치이다. 조금 다른 김치이지만 국물이 많다는 점에서는 같다.
다른 지역을 여행하다 보면 같은 음식인데도 이름이 다르거나, 혹은 이름은 같은데 다른 음식인 것을 종종 발견하게 된다. ‘짠지’는 무나 오이를 소금물에 절인 것을 이르지만 황해도에서는 김치 전체를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다. 옌볜(延邊) 지역에서 찰떡이라고 파는 것은 인절미와 차이가 없어 보인다. 이상하다거나 틀렸다고 할 일이 아니다. 지역에 따라 말도 음식도 조금씩 다르지만 모두 이 땅에서 난 재료로 만든 음식이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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