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가 가져간 AIIB부총재…기재부와 '자리 거래' 의혹 [관가 포커스]

강경민 2024. 10. 4.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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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우리나라 몫으로 사실상 배정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부총재직 최종 후보로 금융위원회 전직 1급 간부 출신을 선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초 AIIB 부총재 최종 후보를 놓고 기획재정부 현직 1급 간부와 금융위 전직 1급 간부가 유력 후보로 거론됐는데, 금융위 출신이 선정된 것이다.

금융위는 기재부 출신이 사실상 국제기구 이사직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AIIB 부총재 자리만큼은 가져와야 한다고 강력하게 요구했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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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경DB

정부가 우리나라 몫으로 사실상 배정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부총재직 최종 후보로 금융위원회 전직 1급 간부 출신을 선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초 AIIB 부총재 최종 후보를 놓고 기획재정부 현직 1급 간부와 금융위 전직 1급 간부가 유력 후보로 거론됐는데, 금융위 출신이 선정된 것이다.

4일 기재부와 금융위에 따르면 금융위 1급 간부를 지낸 C씨는 조만간 AIIB 후임 부총재 국제공모에 지원할 예정이다. 행시 35회인 C씨는 재정경제부(현 기재부)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2008년 금융위가 출범한 후 자리를 옮겨 금융정책국장, 상임위원 등 요직을 지냈다. 최근엔 한 아시아 국가 대사직을 역임했다.

한국인이 AIIB 부총재직을 맡게 되면 2016년 이후 8년 만이다. 2016년 출범한 AIIB는 중국이 주도한 국제금융기구다. 아시아·태평양지역 개발도상국의 인프라 구축을 목표로 설립됐다. 미국과 일본이 각각 주도하는 세계은행과 아시아개발은행(ADB)에 대항하기 위해 중국이 설립을 주도했다. 현재 100여개국의 회원국을 두고 있다.

한국은 AIIB에 7억5000만 달러(약 1조원)를 출자했다. 지분율은 3.8%로 다섯 번째로 많다. 중국이 30.7%를 보유한 최대 주주이며, 이어 인도(8.6%), 러시아(6.7%), 독일(4.6%) 순이다. 이 때문에 출범 당시 초대 부총재 한 자리를 한국 몫으로 배정받았다. AIIB는 총재 1명과 부총재직 5명을 두고 있다.

2016년 6월 출범 당시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이 AIIB 최고리스크관리책임자(CRO)를 겸직하는 부총재로 선임됐다. 하지만 홍 전 회장이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 관련 논란에 휩싸이며 돌연 휴직계를 냈고, AIIB는 같은 해 12월 홍 전 회장에게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이어 8년간 부총재직은 다른 나라의 몫으로 배정됐다.

정부는 그동안 회원국 중 지분율이 다섯 번째로 많은 우리나라에 부총재직이 다시 배정돼야 한다고 지속해서 요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와중에 5명의 부총재 중 올 하반기에 3명의 임기가 만료되면서, 우리 몫으로 부총재직이 사실상 배정됐다는 것이 정부 고위 관계자의 설명이다.

부총재직은 국제공모를 거친 후 AIIB 이사회에서 최종 결정한다. 부총재직 선임에도 AIIB 최대 주주인 중국의 입김이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 정부 설명이다. 다만 돌발 변수가 없다면 우리 정부가 올린 최종 후보의 부총재 선임이 확실시된다는 것이 정부 고위 관계자의 설명이다.

최종 후보 선임 과정에선 금융위 출신 C씨와 기재부 현직 1급 간부인 K씨가 물밑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행시 37회인 K씨는 최초의 행시 출신 여성 사무관이자 기재부 첫 여성 과장 및 부이사관·국장·실장 등 ‘최초’ 수식어가 따라붙는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지난달 초까지 기재부 외부에 있는 자문회의에서 1급 간부 역할을 맡았다가 교체됐다.

금융위는 기재부 출신이 사실상 국제기구 이사직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AIIB 부총재 자리만큼은 가져와야 한다고 강력하게 요구했다는 후문이다. 이 과정에서 기재부는 금융위가 맡은 공기업 사장 자리를 기재부 몫으로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기업 사장 등의 고위직 자리를 확보할 경우 기재부 현직 1급들의 연쇄 이동이 가능해 인사에 숨통이 트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고질적인 인사 적체에 시달리는 기재부가 고위직 자리를 금융위에 양보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며 “대신 공기업 사장 등 다른 자리를 가져오기로 모종의 밀약을 맺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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