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 대통령이 1950년 국군 평양입성 환영대회에 ‘개인 자격’ 참석한 이유

지난달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2개 국가론’ 수용을 제기하며 헌법 3조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로 한다'는 영토조항을 “지우든지 개정하자”고 주장했다. 이후 파문이 컸지만, 영토조항은 오래된 논란이다. 1990년대 이후 정치권, 학계, 시민사회에서는 영토 조항을 고쳐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나왔다. 2000년대 초·중반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의 목요상 정책위원회 의장, 홍준표 의원, 남경필 의원 등도 영토조항 개정을 주장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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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토조항 개정을 주장하는 쪽은 현실과 맞지 않다고 강조한다. 먼저 휴전선 이북은 현실적으로 북한 정권이 통치하기 때문에 영토조항의 실효성이 없다는 점을 든다. 북한의 국가성을 인정하지 않고 반국가단체로 취급해 남북 교류협력과도 충돌한다고도 한다. 영토조항이 남북한의 유엔 회원국 지위와도 부합하지 않는 점도 지적한다. 1991년 9월 남북한이 유엔에 동시가입해 한반도에 2개의 국가가 실재하는 현실을 인정했다는 것이다.
지난 30년 동안 영토조항 수정 주장이 꾸준히 나왔지만, 여론의 지지를 못 얻고 있다. 국민 정서가 영토조항 수정을 분단 고착화, 통일 포기로 여겨 반대하기 때문이다.

영토조항 논란은 북한의 국가성 인정 여부가 핵심인데, 한반도 유사시 한국의 주권 확보란 측면에서도 따져볼 수 있다.
윤석열 정부는 ‘자유의 확산’을 통일정책 기조로 내세워 흡수통일을 추구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역대 보수 정부는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강조하며 급변사태와 북한붕괴론 등에 희망을 걸고 흡수통일을 추진해왔다. 이들은 “유사시 북한을 접수하면 한국의 통치권이 북한 지역으로 자동적으로 확대된다”고 믿는다.
하지만 역사적 선례, 미국, 일본, 중국 등의 태도를 보면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아주 높다.
한국전쟁 때인 1950년 9·10월 한국과 미국은 38선을 넘어 북진해 평양을 점령했다. 당시 이승만 대통령은 “북한도 엄연히 대한민국 땅이다. 북한에 대한 주권행사는 응당 우리가 해야 한다”며 1950년 10월12일 북한에 파견할 행정관을 임명하는 등 독자적인 북한 통치 준비에 나섰다.
하지만 미국의 북한 점령정책 기조는 이와 달랐다. 38선 이북에 대한 대한민국의 주권을 부인하고 유엔의 이름으로 북한을 점령하고 통치하려고 했다. 1950년 10월21일 평양에 미 1군단 군정부를 설치하고 미군 장교를 군정관으로 임명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1950년 10월30일 한국정부가 임명한 5명의 북한지역 도지사의 행동을 금지했다.
이승만 대통령은 1950년 10월30일 국군 평양입성 환영대회에 참가해 평양 시민 앞에서 연설했다. 그런데 이 대통령의 평양 방문은 ‘대한민국 대통령’ 자격이 아니라 ‘개인 이승만 자격’이었다. 미국이 한국의 북한 점령지역 통치권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전쟁 뒤 수복지구 행정권 이양 과정도 비슷했다. 수복지구는 한국전쟁 전 38선 이북이라 북한에 속했는데 전쟁 뒤 휴전선 남쪽이라 한국에 편입된 곳을 말한다. 경기도 연천과 강원도 철원 화천 양구 인제 고성 양양 등이 해당한다. 수복지구에는 한국 정부 행정권이 미치지 못했고, 전쟁 뒤 유엔군사령부의 군정이 실시됐다. 1953년 7월 정전협정이 체결된 지 1년4개월 뒤인 1954년 11월17일 유엔군사령부의 수복지구 행정권 이양으로 수복 지구가 남한에 편입됐다.
한국전쟁 때 미국의 38선 이북 점령지역 통치 방식, 수복지구 유엔사 군정 실시 사례는 “유사시 한국의 통치권이 북한 지역으로 자동적으로 확대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 경우 한반도 유사시 상황 관리의 주도권을 미국에 넘겨주고 한국의 주권이 제약받는 상황이 우려된다.
지난 2022년 12월 일본이 “일본에 대한 공격을 막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자위 조치로 상대 영역에 유효한 반격을 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내용을 뼈대로 한 ‘적 기지 반격 능력’을 국가안보전략으로 채택했다. 북한에 대한 선제 공격과 관련해 일본 정부는 ‘반격 능력은 자위권 행사로 다른 국가의 허가를 얻는 게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일본은 반격 능력 행사의 명분으로 자위권을 내세우나 실제 쟁점은 북한 땅을 한국 영토로 보느냐다. 일본은 반격 능력으로 북한을 선제 공격할 때 한국의 허가가 필요없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유엔 회원국인 북한을 한국과 별개인 주권국가로 보기 때문이다.

2015년 10월 서울에서 열린 한-일 국방장관 회담에서 당시 한민구 장관은 “북한이 헌법상 우리 영토이기 때문에 유사시 자위대가 들어갈 경우 우리 정부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일본의 나카타니 겐 방위상은 명확한 답변을 피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일 국방장관회담에 이어 열린 일본 특파원 간담회에서 일본 당국자는 “한국의 유효한 지배가 미치는 지역은 휴전선 이남”이라고 말해 큰 논란이 일었다.
북한내 급변사태가 발생할 경우 북한과 국경을 맞댄 중국이 어떤 형태로든 개입할 것이란 예상이 많다. 중국의 개입 유형은 단독 개입, 다국적군 개입, 유엔 평화유지군 개입 등이 꼽힌다.
한반도 주변 강국인 미국, 중국, 일본은 짬짜미라도 한듯 유사시 북한 지역에 대한 한국의 통치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한국이 미국·중국·일본에 따지려면 헌법상 영토조항을 논리적 근거로 삼는 수밖에 없어 보인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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