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바쁨·외로움… ‘현대 사회’의 면면을 짚다[북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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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Modernity)라는 시대를 한 단어로 요약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세계적인 작가 알랭 드 보통과 그가 주축이 돼 만든 '인생학교'라도 어느 때보다 혼란스럽고 또 가장 발전된 이 시대를 정의하지는 못한다.
그리고 이제 "신은 죽었고, 현대가 그를 살해했다." 신의 자리를 대체한 것은 자본이다.
그리고 그 끝에는 알랭 드 보통이 "현대의 공식 종교"라고 표현하는 행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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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랭 드 보통·인생학교 지음│최민우 옮김│오렌지디
‘현대’(Modernity)라는 시대를 한 단어로 요약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세계적인 작가 알랭 드 보통과 그가 주축이 돼 만든 ‘인생학교’라도 어느 때보다 혼란스럽고 또 가장 발전된 이 시대를 정의하지는 못한다. ‘생존법’이라는 제목을 단 이 책이 자본주의와 외로움, 개인주의 등 18개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이 시대의 특징과 맥락을 짚어내는 이유이기도 하다.
18세기 중엽, 유럽의 북쪽에서 시작된 현대라는 시대 구분은 곧 신과의 작별을 뜻했다. 삶이 신의 손에 달렸던 종교의 시대를 지나 인류는 선택과 고민을 하게 됐다. 책에 따르면 대부분의 인류 역사에서 삶에는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었다. 평생 종사할 수 있는 직업은 하나뿐이었고 결혼할 수 있는 후보도 한 명, 삶의 터전도 한 곳이었다. 고민은 종교의 영역이었다. 삶의 의미나 노동의 이유와 같은 질문은 신에게 위탁했다.
그리고 이제 “신은 죽었고, 현대가 그를 살해했다.” 신의 자리를 대체한 것은 자본이다. 1882년 베를린에 생긴 최초의 백화점은 소비의 시대를 열었고 우리는 거실을 꾸밀 가죽 소파부터 주방에 둘 유리 식기까지 모든 것을 고르기 시작했다. 이전까지 별 볼 일 없던 “작은 것들”이 진정으로 중요해졌고 이는 새로운 사회 계층을 만들어냈다. 샴푸와 수세미와 같은 소소한 제품을 솜씨 좋게 판매한다면 한때 나라를 정복해야 모을 수 있었던 규모의 돈도 평화롭게 축적할 수 있었다. 이집트의 파라오나 로마 제국의 황제, 프랑스의 귀족이 아닌 이들도 상위층에 오를 수 있게 된 것이다.
책은 장마다 고민하고 선택한 인간이 만들어낸 변화를 키워드로 제시한다. 삶의 형태에 대한 사유는 ‘물질주의’와 ‘개인주의’를 낳았고 노동에 이유와 목적이 생기자 ‘외로움’과 ‘바쁨’ 그리고 ‘완벽주의’가 이어졌다. 그리고 그 끝에는 알랭 드 보통이 “현대의 공식 종교”라고 표현하는 행복이 있다. 다만 이는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삶은 본질적으로 비극적인 것. 우리 시대는 미묘하게 그리고 지독하게 비참해질 자유를 허용하지 않는다. 행복을 좇지만, 불행하고 공허해지는 사회에서 생존하기 위해서 그 지향점에 질문을 던질 시간이다. 296쪽, 2만7500원.
신재우 기자 shin2roo@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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