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종말” 윤 대통령 겨냥…김정은 “온전치 못한 사람”

윤 대통령 국군의 날 기념사 비난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2일 “서부 지구의 조선인민군 특수작전부대 훈련기지”를 현지시찰하며 지휘성원(지휘관)들한테 윤석열 대통령의 국군의 날 기념사를 “괴뢰들이 떠안고 있는 안보불안과 초조한 심리를 내비친 것”이라고 규정했다고 3일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지난 1일 국군의날 기념사에서 “북한이 핵무기 사용을 기도한다면 북한 정권 종말의 날이 될 것”이라고 한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해 “윤석열 괴뢰” “뭔가 온전치 못한 사람”이라고 비난했다. 그가 윤 대통령의 실명을 언급하며 비판한 것은 윤석열 정부 출범 초기인 2022년 7월27일 ‘전승 69돌 기념행사’ 연설 이후 2년3개월 만이다. 당시 김 위원장이 사용한 표현은 “윤석열과 그 군사깡패들”이었다.

2일 서부지구 특수작전부대 훈련기지를 시찰한 김 위원장은 군 지휘관들을 향해 윤 대통령의 국군의날 기념사를 “괴뢰들의 안보불안과 초조한 심리를 내비친 것”이라고 평가한 뒤 이렇게 말했다고 4일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윤 괴뢰가 핵을 보유하고 있는 국가의 문전에서 군사력의 압도적 대응을 입에 올렸는데 뭔가 온전치 못한 사람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사지 않을 수 없게 한 가관”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적들이 ‘만약’ 공화국의 주권을 침해하는 무력 사용을 기도하려 든다면 핵무기를 포함한 모든 공격력을 사용할 것”이라며 “그러한 상황이 온다면 서울과 대한민국의 영존(영구 존속)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022년 7월27일 연설에서도 “위험한 시도는 즉시 강력한 힘에 의해 응징될 것이며 윤석열 ‘정권’과 그의 군대는 전멸될 것”이라 엄포를 놓은 바 있다.

김 위원장의 이런 발언은 지난 1일 윤 대통령 연설에 대한 맞대응 성격이 짙다. 당시 윤 대통령은 “북한 정권은 오직 권력 세습만을 추구하며 주민들의 참담한 삶은 외면한 채 핵과 미사일로 우리를 위협하며 퇴행과 몰락의 길을 고집하고 있다”고 했다. 남과 북의 최고지도자가 ‘힘에 의한 평화’를 강조하며 “종말” “영존 불능” 같은 거친 언사로 위태롭고 험악한 기싸움을 벌여 위기지수를 끌어올리고 있는 셈이다.

국방부도 이날 입장문을 내어 “우리 국군통수권자를 직접 비난한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는 행태”라며 “핵도발 즉시 북한 정권은 종말을 고할 것이다. 핵·미사일 개발과 궁핍한 고립을 자초하는 것이야말로 정권 종말의 길”이라고 강경하게 대응했다.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의 발언을 4일치 1~2면에 펼치고,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부부장의 전날 담화를 3면 머리로 올렸다. 전체 6개면 가운데 3개면을 대남 비난에 할애하며 지대지미사일 ‘현무-5’를 처음 공개한 남쪽의 국군의 날 행사에 신경질적 반응을 보인 것이다. 앞서 김 부부장은 국군의날 기념행사를 “식민지 고용군의 장례 행렬”이라 폄훼한 담화를 3일 저녁 조선중앙통신으로 발표했다.

김 위원장과 김 부부장의 연이은 대남 비난은 오는 7일 열릴 최고인민회의 14기11차 회의를 앞둔 ‘대남 적개심 고취’ 목적이 강해 보인다. 이번 회의에서는 남북관계를 “가장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로 규정하고 “‘통일’ ‘화해’ ‘동족’이라는 개념을 완전히 제거해야 한다”고 밝힌 김 위원장의 신노선을 헌법에 반영하는 ‘사회주의헌법 수정보충’이 주요 의제로 다뤄진다.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2일 “서부 지구의 조선인민군 특수작전부대 훈련기지”를 현지시찰하며 지휘성원(지휘관)들한테 윤석열 대통령의 국군의 날 기념사를 “괴뢰들이 떠안고 있는 안보불안과 초조한 심리를 내비친 것”이라고 규정했다고 4일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늘어선 군인들 뒤로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를 수반으로 하는 당중앙위원회를 목숨으로 사수하자”라는 구호판이 걸려 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한편 김 위원장의 ‘인민군 특수작전부대 훈련기지’ 시찰은 지난달 11일 이후 21일 만이다. 김 위원장은 “우리는 계속 힘을 키워야 한다, 오직 두 손에 틀어진 힘만이 적을 다스리고 자기자신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담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11일 ‘조선인민군 특수작전 무력훈련기지’ 현지시찰 땐 “전쟁은 사전에 광고를 내고 하지 않는다”며 “투철한 대적의식과 주적관”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이 유사시 후방 침투와 파괴를 주요 임무로 하는 특수부대를 한달새 두차례나 방문한 건 전례를 찾기 어려운 이례적 행보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