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당해 온 공간과 존재의 실체화…‘이름 없는 성; An Anonymous Saint’展 [전시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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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의 대표적인 성매매 집결지였던 속칭 평택 '쌈리'가 폐쇄 수순을 밟고 있다.
특히 '성'이 성(聖), 성(城), 성(姓) 등 중의적으로 받아들여지듯 전시는 물론 공간으로서 '쌈리'가 맥락에 따라 여러 의미로 해석되길 바라는 의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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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의 대표적인 성매매 집결지였던 속칭 평택 ‘쌈리’가 폐쇄 수순을 밟고 있다. 낡고 빈 점포가 늘어가고 있지만 보이지 않는 장벽이라도 세워진 것처럼 행인 누구도 쉽사리 근처를 지나지 않는다. 공간이 주는 불쾌한 아우라가 여전한 까닭에 숫제 없는 공간, 모르는 공간인 셈으로 치기 때문이다.
‘교차공간818’과 ‘공간 삼리’에서 지난 2일부터 진행 중인 안민욱 개인전 ‘이름 없는 성; An Anonymous Saint’은 공간이 주는 불편한 감정을 넘어 공간으로서 ‘쌈리’를 직면하려는 시도다.
앞서 작가는 지난해 12월 ‘공간 삼리’에서 열린 평택1구역 재개발지역 전시프로젝트 ‘그린라이트’에 작품 ‘영적(映赤) 드로잉’으로 한 차례 공간이 주는 낯설고 불편한 감정을 표현한 바 있다.
이번 전시에선 지난 전시 당시 느꼈던 감정에 더해 그간 부정 당해 온 공간을 직면하려는 시도를 담았다.
안 작가는 이 지역이 “부정(不正)하다는 믿음에서 존재를 부정(否定)당하고 있는 처지”에 있다면서도 그간 쌈리가 이곳에서 일하거나 드나들던 사람들의 ‘익명성’에 기대 버젓이 유지돼 온 상황에 질문을 던졌다.
전시 제목이 ‘이름 없는 성’인 것도 같은 이유다. 특히 ‘성’이 성(聖), 성(城), 성(姓) 등 중의적으로 받아들여지듯 전시는 물론 공간으로서 ‘쌈리’가 맥락에 따라 여러 의미로 해석되길 바라는 의도다.
이번 전시는 공간 삼리 1층과 교차공간818 2~3층으로 나눠 이뤄진다. 공간 삼리 1층에선 지난해 전시한 ‘영적 드로잉’을, 교차공간818 2층에선 ‘잉로드 적영’, ‘회전 드로잉’, ‘수평 도미노’를 전시한다. 마지막으로 옥상 공간인 3층에선 ‘돔→성( )스러운’을 관람할 수 있다.
이번에 선보이는 ‘회전 드로잉’은 지난해 전시한 관객 참여형 작품인 ‘영적 드로잉’에서 추출한 도형 이미지를 반복적으로 배열한 작품이다. 작가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관객들이 직접 작품을 건 캔버스를 회전시켜 작품의 위, 아래를 자유롭게 뒤집을 수 있도록 했다.
작품을 뒤집듯 기존에 쌈리에 대해 갖고 있던 정의와 부정의, 깨끗함과 더러움, 불법과 경제 활동 등 ‘쌈리’를 이분법적이거나 고정적 시각에서 벗어나 볼 것을 촉구한다.
특히 ‘돔→성( )스러운’은 돔 구조물 안에 놓인 의자에 앉아 재생되는 음향과 함께 전시의 주제를 곱씹어 볼 수 있는 설치작품이다. 인간이 성당에서 돔 형태의 구조물과 그 속에 울려 퍼지는 성가를 통해 신의 실존과 신성을 공간적으로 경험할 수 있듯이 쌈리란 공간을 돔 속에서 지각하고 실체화하면서 직면토록 했다.
안 작가는 “작품 좌측엔 홍등가가 존재하는 동시에 우측 역 광장에선 선교 등 종교활동이 이뤄지고 있다”며 “마치 두 공간 사이의 경계 같은 지인 이곳에서 관객과 느낀 감정을 공유하고 생각을 증폭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정은 교차공간818 전시감독은 “평택은 ‘한 다리만 건너면 누구든 다 알 수 있다는 말을 흔하게 하는 지역’이지만 쌈리는 누가 있는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없다고 하던 익명의 공간”라며 “이처럼 알 수 없지만 실존하는 존재에 다가가려는 시도로 작가는 거울과 반영구조, 드로잉과 회전운동, 도미노와 연쇄작용 등 방식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오는 27일까지.
안노연 기자 squidgam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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