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과 공포의 2시간 "이승엽 나가" 야유, 두산 팬들은 왜 그렇게 분노했을까 [WC2 현장]
쩌렁쩌렁한 군중의 목소리가 경기 종료 후 2시간이 넘게 잠실구장 주변에 울려 퍼졌다. 지난해 홈 최종전의 야유에 상처를 받았던 이승엽(48) 두산 베어스 감독에겐 크나 큰 타격이 됐을 반응이었다.
이승엽 감독이 이끄는 두산은 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KT와 2024 신한 SOL 뱅크 KBO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에서 0-1로 졌다.
부정적 의미의 역대 최초 주인공이 됐다. 10개 구단 체제 출범과 동시에 2015년 와일드카드가 신설된 이래 10년 만에 처음으로 4위 팀의 준플레이오프 진출 실패 불명예 기록을 썼다.
올 시즌 구단 역대 최다인 130만 관중을 돌파한 두산의 가을야구에도 폭발적인 관심이 집중됐다. 와일드카드 2경기에도 잠실구장은 모두 매진을 이뤘으나 실망스런 경기력에 관중들은 순식간에 '안티'로 돌변했다.
경기 후 그라운드에 도열해 관중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할 때부터 심상찮은 기운이 감지됐다. 잠실구장엔 "우~"하며 두산 팬들의 야유가 울려 퍼졌다.
더 충격적인 건 관중들이 경기장을 모두 빠져나간 후였다. 숫자를 헤아리기도 어려울 정도의 팬들이 귀가를 미루고 선수단 출입구 주변에 자리를 잡았고 '본격적인' 야유를 퍼붓기 시작했다. "이승엽 나가"라는 주된 구호 속에 각종 메시지가 잠실구장 주변을 감쌌다. 심지어는 이승엽 감독에게 '연고 팀인 삼성으로 돌아가라'는 듯 노골적으로 '삼성의 이승엽'을 외쳤다.
반면 선수들이 잠실구장을 떠날 때는 따뜻한 박수와 함께 응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노골적으로 비판의 화살은 이승엽 감독만을 향했다. SSG 랜더스가 KBO 최초 5위 결정전에서 패하며 가을야구 진출이 무산된 뒤에도 일부 SSG 원정 팬들이 "이숭용, 나가"를 외치며 감독 퇴진을 요구하기도 했으나 그때와는 비교하기 힘들 정도의 규모와 긴 시간 동안의 야유가 이어졌다.
이승엽 감독이 나오기만을 기다리듯 각종 야유 구호를 쏟아내던 팬들은 해가 지고 나서도 한참 동안이나 경기장 주변에 머물렀다. 서서히 하나 둘 자리를 떠났고 야유 물결은 경기 종료 후 2시간여가 지난 후에야 잦아들었다.
이 감독은 "잘 치고, 잘 달리는 것도 중요하다. 거기에 이런 큰 경기, 단기전에서는 뒤쪽 타자에게 잘 연결해주고, 실수 없이 찬스가 왔을 때 놓치지 않는 응집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삼진이 많았다"면서도 "디테일한 야구를 하지 못했다. 또 홈에서 주루사를 당했다. 올해 정규시즌에서 장타력으로 재미를 봤었는데, 이번 단기전에서는 터지지 않았다"고 패인을 짚었다.
이어 "내년을 위해서는 더욱 공격적인 야구도 중요하다. 또 디테일한 야구를 해야 한다. 상황에 맞는 야구를 하는 게 중요하다. 아무래도 (김)재호도 마찬가지고, (김)재환이, (양)석환이, (정)수빈, (허)경민이 등 베테랑 위주라 아직 어린 선수들과 경쟁 체제가 아직 이루지 못했다. 베테랑들에게 의존해야 한다. 주전과 백업의 실력 차가 많이 난 게 문제점이라 생각한다. 이 격차를 어떻게 줄이느냐에 따라 강팀이 될 수도 있고, 그대로 흘러갈 수도 있다. 여러 가지 생각이 드는 시즌이었다"고 말했다.
냉정하게 패인을 분석했지만 결국 그 잘못을 모두 본인에게 돌렸다. 이승엽 감독은 "너무 죄송스럽다. 야구장에 나오는 게 가장 행복했다. 선수들과 있으면서, 하루하루 스트레스 받는 직업이지만, 굉장히 선수들이 열심히 하려는 모습을 봤다. 제가 아직 부족한 것 같다"며 "선수들은 정말 2월 1일부터 10월 3일까지 정말 열심히 했다. 아직 제가 부족한 것 같다. 선수들이 제일 고생 많았다. 응원해주신 팬들께 죄송하다"고 전했다.
두 가지의 가능성으로 접근해볼 수 있다. 첫째는 자신의 심정을 나타낼 수 있는 적절한 표현을 찾지 못했을 가능성이다. "억울하다"는 말이 나온 것은 사실이지만 앞뒤 발언의 맥락을 헤아려봤을 때 그 본질적 이유를 찾기는 힘들었다. '분통하다', '침통하다', '슬프다' 정도의 표현을 잘못 발언한 것일 수 있다.
또는 자신을 향한 야유가 정말로 억울했을 가능성이다. 직접 언급했듯 타선이 전혀 힘을 내지 못했고 감독으로서 어쩔 도리가 없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지난해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비판을 받았던 투수 운용도 이번엔 크게 흠잡을 데가 없었다. 불펜이 책임진 12⅓이닝 동안 두산은 단 1실점에 그쳤다.
어쩌면 자신을 향한 야유의 본질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어 그런 표현이 나왔을 수도 있다. 시즌 내내 팬들의 비판의 목소리와 직면해왔던 이승엽 감독이다. 주된 이유로는 '과거 두산의 색깔을 잃었다', '불펜 투수 혹사가 심하다'는 것이었다.
결과만 놓고 보면 충분히 제기할 수 있는 비판이라고도 볼 수 있으나 그렇게 될 수밖에 없던 원인이 있었다. 두산의 색깔을 잃었다는 것은 크게 '뚝심의 야구'를 펼치던 두산이 '스몰볼' 야구로 변했다는 것과 선수들의 '허슬 플레이'가 사라졌다는 이야기였는데 과거 타선의 힘이 강했던 때와 이승엽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엔 큰 차이가 있었다. 팀 타율만 봐도 늘 상위권을 지키던 기록은 곤두박질쳤고 득점도 그만큼 힘들어졌다. 더구나 베테랑 선수들의 비중이 높아지며 과거만큼 활발한 야구를 펼치기 힘들어진 탓도 있었다.
자연스럽게 불펜 활용이 많아질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두산은 불펜 평균자책점 1위에 달할 만큼 올 시즌 불펜에서 두각을 나타낸 선수들이 많았다. 승리를 위해 잘하는 투수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건 감독이라면 당연스러운 판단이다. 물론 상황에 맞지 않는 기용과 그 정도에 대한 논란이 있을 수는 있지만 어떤 팀보다 불펜 투수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분명했다.
더불어 진작부터 '화수분이 말랐다'는 평가를 들었던 상황에서 또 다른 악재까지 닥쳤다. 구단 관계자 중 누구도 쉽게 입밖으로 꺼내진 못했지만 '오재원 리스크'로 인해 주전급 백업 선수들 다수를 쓰지 못하게 됐고 이는 뎁스의 치명상을 입혔다.
다만 다수의 팬들에겐 '더 잘할 수 있었다'는 전제가 깔려 있는 듯 했고 그 결과가 이례적인 야유로 이어졌다. 2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이라는 결과에도 팬들과 선수들, 이승엽 감독 모두 씁쓸하게 시즌을 마무리하게 된 상황이다.
잠실=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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