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주긴 아깝다…"통일을 왜 해, 세금 더 내기 싫다"던 20대의 시선

안채원 기자, 김인한 기자, 오석진 기자 2024. 10. 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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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MT리포트] 우리의 소원은 통일?(上)
[편집자주] 헌법 3조는 대한민국 영토를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이미 우리와 '적대적 두 국가' 관계임을 천명했다. 우리 정치권에서도 통일을 포기하자는 주장이 나온다. 20대 절반 가까이가 "통일할 필요 없다"고 한다. 그럼에도 우리가 통일의 꿈을 접어선 안 되는 이유는 뭘까.
20대 "통일 왜 해요?" 김정은 "두 국가"…그렇다고 통일 포기해?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일 "김정은 동지께서 9월 30일 국제축구연맹 2024년 20살 미만 여자월드컵 경기대회에서 우승한 선수들과 감독들을 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만나주시었다"라고 보도했다. / 사진=뉴스1

북한이 오는 7일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헌법에서 '자주·평화통일·민족대단결' 조항을 삭제하는 방안을 논의한다. 남북한을 통일해야 할 한 민족이 아닌 '적대적 두 국가'로 헌법에 못 박기 위한 수순이다.

국내에서도 20·30대 청년층을 중심으로 통일에 대한 반대 여론이 커지고 있다. 통일을 의무처럼 강요하는 종전의 교육 방식에서 벗어나 통일의 당위성과 필요성 등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가 필요한 시점이란 지적이다.

정부 관계자는 2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에 "북한이 7일 최고인민회의에서 '자주·평화통일·민족대단결' 조항 삭제 등 헌법 개정에 대한 토의를 할 것"이라며 "이번 토의를 거쳐 연말 또는 내년 초에 ('적대적 두 국가'를 명시하는) 헌법 개정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말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북남관계는 더이상 동족 관계, 동질 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 전쟁 중에 있는 두 교전국 관계로 완전히 고착되였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통일하지 말자"며 통일 포기론을 주장하자 상당수 청년층이 호응했다. 통일연구원이 지난 6월 발간한 '통일의식조사 2024'에 따르면 '통일이 필요하다'고 답한 응답자는 전체의 52.9%로 2020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특히 1991년 이후 출생한 30대 중반 이하 세대에서는 46.5%만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통일연구원이 2020~2024년 실시한 통일 필요성 여론조사 결과. / 그래픽=윤선정 디자인기자

청년들이 통일에 부정적인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 부담이다.

통일이 현실화할 경우 북한 주민들을 돕기 위해 남한 주민들이 경제적으로 희생해야 할 수 있다는 우려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남북한의 1인당 소득 격차는 약 30배였다. 독일의 경우 통일 당시 동독과 서독의 1인당 소득 격차는 3~4배 정도에 불과했는데도 통일 후 작지 않은 후유증을 겪었다.

그러나 청년 세대가 통일에 대해 부정적이라고만 볼 수만은 없다. 머니투데이가 심층 인터뷰한 20대 남녀 6명 모두 '우리나라가 북한과 통일을 해야 하나'라는 질문에 "통일은 꼭 하지 않다도 된다"고 답했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통일을 포기한다면 현재의 북한 영토가 중국에 흡수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일을 포기할 수 있나'라고 질문했을 땐 6명 중 5명이 "그렇게 되는 일은 막아야 한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모순적 인식에 대해 북한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되지 않은 것도 한몫한다고 진단했다. 3년 간의 대규모 전쟁을 70년 넘게 '6·25'란 날짜로 부르는 현실이 이를 방증한다. 양무진 북한대학교대학원 교수는 "전투면 몰라도 큰 전쟁을 부를 때는 날짜를 붙이지 않는 게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전쟁 상대였던 북한을 다른 국가로 볼 것인지, 국가 내 반란세력으로 볼 것인지부터 명확히 정리되지 않은 것이다.

전문가들은 통일시 단기적으론 경제적 부담이 없지 않겠지만 장기적으론 경제적 효과가 상상 이상일 것이라며 이런 내용이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다고 지적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남북한이 통일을 할 경우 저출생·고령화·저성장 등 현재 한국이 직면한 여러 국가적 난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서 열린 2024 코리안드림 통일실천대행진에서 드론쇼가 펼쳐지고 있다. / 사진=뉴스1

"통일 싫지만…북한, 중국땅 되는건 안돼" 20대들 '돌변'한 이유

판문점. /사진제공=로이터

"통일을 한다면 우리가 손해를 봐야 하잖아요. 더 잘 사니까." 김민재(23, 가명)

"자식을 안 낳을지도 모르는데 미래세대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 손해를 감수하고 통일하고 싶지 않네요." 이다정(20, 가명)

"한민족이라는 생각도 점점 옅어집니다." 유대한(27, 가명)

"합쳐지면 사회 갈등이 심각하지 않을까요. 시민의식도 많이 차이날거고." 홍진수(28, 가명)

"이산가족이 유일하게 공감되는 이유였어요. 그런데 이젠 그 분들도 많이들 돌아가셨다고 해서요." 윤일종(27, 가명)

"통일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얘기라고 생각해요." 김상현(27, 가명)

머니투데이가 만나본 20대들은 통일에 대한 생각을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 공통점은 통일에 대해 부정적이라는 것. 그러면서도 이들은 북한 체제붕괴시 북한의 영토가 중국에 넘어가는 것에는 반대하는 일부 모순된 인식을 보였다.

◇예상되는 경제·사회적 문제 너무 커…통일 '굳이'

(파주=뉴스1) 오대일 기자 = 5일 오전 경기 파주시 도라산 남북출입국사무소에서 국내 55개 인도적 대북 지원단체 협의체인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북민협)의 대북 수해지원용 밀가루 500톤을 실은 트럭들이 북녘으로 향하고 있다. 북민협과 민화협은 북한 평안남도의 수재민들을 돕기 위해 1차로 밀가루 500톤(2억 6천만 원 상당)을 개성 육로를 통해 북한에 지원했다. 2012.10.5/뉴스1 /사진=뉴스1

김민재씨는 "북한은 많이 가난하고 어려운 상황인걸로 알고 있다"며 "결국 통일 과정에서 경제적인 부분은 우리 몫이 될 것"이라고 했다. "얼굴도 모르는 데다, 우리에게 위해를 가하기도 했던 사람들에게 우리 세금이 들어가는 건 싫다"고 했다.

이다정씨는 "다들 북쪽으로 올라가서 살고싶지 않을 테니 (북한 주민들이) 내려올 텐데 일자리 문제도 걱정된다"며 "가뜩이나 취업난인데 사람이 늘어나면 일자리를 구하기 더 힘들어질 것 같다"고 했다. 이씨는 "통일이 미래 세대에 이득이라고 해도 난 하고 싶지 않다"며 "자녀가 있는 사람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자식 없는 나한테 먼 이야기"라고 했다.

유대한씨는 "통일 과정뿐 아니라 그 이후에도 우리나라가 큰 재정을 투입해야 할 것"이라며 "우리가 경제적인 부분에서 양보한다면 '북한은 우리에게 뭘 해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것도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윤일종씨는 "어릴때부터 교육을 받으면 통일의 이유 중 이산가족 문제가 가장 공감되는 부분이었는데, 이젠 남은 분들이 굉장히 적은 걸로 알고있다"며 "점점 통일을 '왜' 해야하는지 의문이 많이 든다"고 했다.

홍진수씨는 사회 갈등이 가장 걱정된다고 했다. 홍씨는 "시민의식 차이로 인해 절도·가정폭력 등 범죄부터 사회적 통념까지 많은 부분에서 갈등이 빚어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과거 독일도 통일 당시 서독과 동독 국민들끼리 갈등이 많다고 들었다"며 "우리는 분단 기간이 더 길어서 갈등이 더 심할 것 같다"고 했다.

김상현씨는 "어른들을 보면 통일은 '당연히' 해야하는 것 같아보인다"며 "장단점이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할까'하는 생각이 가장 크다"고 했다. 김씨는 "긍정·부정을 떠나 가능한 이야기인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북한 정권 무너지면 영토는 중국 것?…"그건 안 돼"

백두산(2,744m) 북파지역 천문봉에서 바라본 천지. /사진=김휘선 기자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이들은 '북한 정권이 무너질 때 북한 영토를 중국이 가져가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는 대체로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당장 통일은 반대하지만 한반도 영토를 중국에 내줄 수 없다는 것이다.

김민재씨는 "한반도가 중국에 넘어가는 건 못 본다"며 "중국 뿐 아니라 제 3국이 끼어드는 건 안 될 일이다"고 했다. 그는 "통일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고도 했다.

이다정씨는 "지금도 그렇지만 북한 영토를 중국이 갖게 되면 우리가 섬나라가 되어 고립되는 느낌이다"며 "한·중·일 사이에서 중국을 더 견제하게 될것 같다"고 했다. 이씨는 "한국사에서 한반도를 중심으로 모든 내용이 전개되니 자연스레 우리 땅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중국이 점령할 경우 빼앗기는 느낌이 강하다"고 했다.

유대한씨는 "방을 뺏기는 느낌이다"라며 "기숙사 2인실에서 룸메이트와 사이 나쁘게 지내다가, 갑자기 룸메이트가 없어지니 옆방 사람(중국)이 와서 '우리가 여길 쓰겠다'고 하는 것 같다"고 했다.

홍진수씨는 "중국이 북한 땅을 가져가는 건 싫다"며 "북한과 독립적으로 있고 싶을 뿐이다. 통일을 원하지 않는다고 당장 중국과 접경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홍씨는 "남 주긴 아깝고 내가 갖기는 싫은 느낌이다"며 "역사문제에서도 동북공정이 더 심해질 것 같다"고 했다.

김상현씨도 "단기적인 관점에서는 통일이 손해 같았는데, 영토 문제로 접근하니 생각이 달라진다"며 "북한 정권이 무너지기 전에 언젠가는 통일해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분단 리스크 '인지' 여부 따라 '통일 필요성' 달라진다

통일에 대한 20대의 인식에 이같은 모순이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민족주의적 특수성보다는 자본주의적 보편성이 더 크게 작용하는 세대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거대 명분이 아닌 실질적 손익을 따져서 그때 그때 결정한다는 뜻이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젊은 세대는 자신을 한국인으로 인식하기보다는 세계 사회의 시민으로 인식한다"며 "우리 민족의 특수성이 담긴 주제인 분단, 통일 이런 것들을 자신과 가까운 일로 생각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 위원은 "이는 평소에 분단의 아픔과 위험에 대해 인지할 일이 살아오면서 별로 없었고, 지금도 없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막상 통일을 하지 않을 경우에 나에게 직접적인 피해나 위험이 올 수 있다고 생각하면 통일을 해서라도 그런 피해나 위험을 막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단순히 통일의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 20대들이 '필요하지 않다'고 답했다고 해서 20대들이 통일을 하기 싫어한다는 결론을 내버리는 건 위험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남북관계가 좋을 때의 여론조사 결과와 남북관계가 좋지 않을 때 여론조사 결과가 판이하게 다르다"며 "젊은 세대를 포함한 모든 세대가 남북 분위기가 좋고 통일이 가까운 미래처럼 느껴지면 통일을 빠르게 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반대로 남북관계가 경색돼 도발이 잦아지면 통일하지 말자는 여론이 높아진다. 어느 한때의 조사 결과를 가지고 국가 정책이 흔들려선 안 된다"고 말했다.

한국전쟁? 남북전쟁? 자유수호전쟁?…"6.25에 진짜 이름 붙이자"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달 13일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북한 특수작전무력훈련기지를 현지 시찰하고 전투원들의 훈련을 지도했다고 보도했다. / 사진=뉴스1

'북한'은 우리에게 무엇일까. 다른 국가인가? 국가 내 반란세력인가?

우리 사회는 이 질문에 70년 넘게 답을 하지 못했다. 3년이나 이어진 국제적 전쟁을 수 십 년이 지나도록 '6.25'란 발발 날짜로 부르는 옹색한 현실이 그 결과다.

6.25에 제대로 된 이름을 붙이는 건 북한에 대한 개념 정립부터 시작해야 한다. 6.25에 대한 명명을 계기로 북한을 어떤 존재로 바라볼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담론을 시작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제언했다.

6·25는 외국에서 '한국전쟁'(The Korean War)으로 불린다. 타자의 시각을 반영한 명칭이다. 북한은 '조국해방전쟁'이라고 부른다. 자신들의 통치 정당성을 부여하며 철저히 편파적으로 붙인 명칭이다.

미국은 1861년 발발한 남북전쟁을 '내전'(The Civil War)이라고 부른다. 미국은 노예제도를 둘러싼 갈등으로 일어난 이 전쟁을 내전이라고 명명함으로써 미 연방 내 충돌임을 분명히 했다. 누가 잘못했고 누가 승리했는지 등의 내용은 담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6.25에 대한 명명 논의가 이념 논쟁으로 번지면서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얼마나 우리가 북한에 대한 논의에 취약한지 분단의 원인이 된 전쟁의 명칭조차도 합의를 못 한 것에서 드러난다"며 "각자의 이념과 역사관을 반영해서 해석을 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이념을 넘어서서 치열한 논쟁을 통해 합의를 해내야만 한다"고 말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이데올로기를 배제하고 사실에 기반해 남북 분단이 어디서부터 시작됐고 원인은 무엇인지 역사적 사실부터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새롭게 정립해야 할 명칭에 대해서는 의견이 제각각이다. 변상정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6·25를 넘어 '자유수호전쟁'과 같은 개념을 정립하면 단어 자체로 북한을 우리 자유민주주의 체제 안으로 들인다는 의미가 내포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익명을 요구한 한 통일 전문가는 "미국과 같이 '남북전쟁'이라는 표현으로 가장 중립적인 명칭을 사용해야 한다"며 "북한이 우리 민족이고 결국 함께 가야 할 존재라는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립외교원장을 지낸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은 "국제전이라는 점이 더 강조되는 '한국전쟁'이 맞다고 생각한다"며 "남침이라는 사실도 중요하지만 미국이 아시아 질서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한국을 분단시킨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건국일 논란과 마찬가지로 6·25전쟁에 대한 명칭 문제도 학문·역사적 관점에 따라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치열한 논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사안"이라고 했다.

6.25전쟁 74주년인 25일 오후 연평도 해변에서 바라본 북녘의 모습이 고요하게 보이고 있다. / 사진=뉴시스


안채원 기자 chae1@mt.co.kr 김인한 기자 science.inhan@mt.co.kr 오석진 기자 5ston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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