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9→8→7→6→5→5위 결정전→최초 WC 업셋’ 놀라운 가을 마법, 어디까지 올라갈까
[OSEN=잠실, 길준영 기자] 프로야구 KT 위즈가 0% 확률을 뒤집고 준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다.
KT는 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1-0으로 승리했다. 1차전에 이어서 2차전까지 가져간 KT는 KBO리그 역사상 최초로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업셋에 성공하고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타선에서는 강백호가 6회 1타점 적시타를 때려내며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다. 4타수 2안타 1타점 활약. 배정대도 3안타 경기를 했다. 선발투수 웨스 벤자민은 7이닝 3피안타 6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선보이며 포스트시즌 통산 2승째를 수확했다. 고영표(1이닝 무실점)-박영현(1이닝 무실점)으로 이어지는 불펜진도 실점을 허용하지 않고 두산 타자들을 압도하며 사상 첫 5위 준플레이오프 진출을 이끌었다.
가을의 기적에 도전했던 KT는 올해 파란만장한 시즌을 보냈다. 시즌 개막을 앞둔 미디어데이에서 이강철 감독은 “올해는 처음부터 달리겠다”라고 각오를 다졌지만 실제 결과는 완전히 달랐다. 고영표, 소형준 등 선발투수들의 부상이 잇따르면서 시즌 시작부터 페이스가 뚝 떨어졌고 4월 21일까지 리그 최하위에 머물렀다.
시즌 중반부터는 승수를 쌓아가며 추격을 시작했지만 엄상백, 웨스 벤자민 등이 잔부상을 당해 여전히 선발 로테이션이 덜덜거렸고 결국 6월 30일까지도 리그 9위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매년 시즌 초반에 하위권에 머무르다가 후반 스퍼트를 하며 가을야구에 나섰던 KT지만 이번에는 현실적으로 반등이 쉽지 않다는 평가도 많았다.
그럼에도 KT는 다시 한 번 저력을 보여줬다. 7월 13승 6패(월간 승률 1위)를 기록하며 무섭게 질주를 시작했고 월 24일 처음으로 리그 5위로 올라섰다. 후반기에는 페이스가 다시 조금 하락했지만 완전히 순위 경쟁에서 이탈하지는 않았고 시즌 마지막까지 SSG와 엎치락뒤치락하며 순위 경쟁을 벌였다.
1경기만 패하더라도 가을야구 진출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3연승을 내달리며 정규시즌을 마친 KT는 6년 연속 5할 승률을 넘겼지만 그럼에도 5위를 확정하지 못했다. 함께 5위 경쟁을 하던 SSG도 4연승을 질주하며 72승 2무 70패 승률 .507 동률을 이뤘기 때문이다. 결국 KBO리그 역대 세 번째 순위결정전이자 첫 번째 5위 결정전이 열렸다.
KT는 포스트시즌 진출이 걸린 단판승부에서 또 한 번 놀라운 명승부를 만들어냈다. 지난 1일 열린 SSG와의 5위 결정전에서 8회초까지 1-3으로 끌려갔지만 8회말 로하스의 역전 스리런홈런이 터지면서 4-3 역전승에 성공했다. 이날 승리로 KT는 5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을 달성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4위 두산을 만난 KT는 또 한 번 기적을 꿈꿨다. 2015년 와일드카드 결정전이 도입된 이래로 지난해까지 열린 9번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5위 팀이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한 적은 없었지만 KT는 1차전에서 윌리엄 쿠에바스의 호투를 앞세워 4-0으로 완승을 거뒀고 사상 첫 5위 팀 준플레이오프 진출 가능성을 높였다. 이강철 감독은 2차전 경기 전 인터뷰에서 “여기까지 왔고 어제 이겼으니까 욕심이 안생길 수가 없다. 흐름이 초반에 안좋다가 올라왔다가 후반에 안좋았다가 막판에 다시 올라왔다. 우리가 올라가는 페이스 같다. 오늘 이기면 준플레이오프까지 좋은 기운이 가지 않을까 싶다. 결국 오늘이 이기는게 관건이다”라며 의지를 불태웠다.
2차전에서도 KT의 강력한 마운드가 빛났다. 벤자민(7이닝)-고영표(1이닝)-박영현(1이닝)으로 이어지는 투수진이 단 한 점도 허용하지 않고 9이닝 동안 두산 타선을 꽁꽁 묶었다. KT는 2022년 10월 13일 KIA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 6회부터 이날 경기까지 22이닝 연속 무실점을 기록하며 와일드카드 결정전 최다 연속 이닝 무실점 신기록도 달성했다.
2015년 KBO리그가 10개 구단으로 확대되면서 와일드카드 결정전이 도입된 이래로 지난해까지 5위팀이 4위팀을 꺾고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한 사례는 없었다. 5위팀이 4위팀을 상대로 1차전 승리를 가져간 것도 2016년 KIA와 2021년 키움이 유이했다. 하지만 올해 KT는 역대 세 번째로 1차전에서 승리를 거뒀고 사상 최초로 2차전까지 승리하면서 업셋에 성공했다.
이강철 감독은 “팀 이름을 잘 지은 것 같다. 최초 기록도 잘하고. 롯데전부터 경기를 오는 과정들이 이길 경기가 아닌데 이기는게 뭔가 만들어지는 느낌이었다. 앞선 인터뷰에서는 설레발이 될까봐 말을 못했지만 계속 뒤집고 뒤집으니까 기세와 분위기가 좋아지더라. 마지막 롯데전부터 올라오는게 운이 따르는 경기력이 나오는 것 같다. 최초, 최초 그러니까 이런 것을 만들려고 그랬나 싶다. 7회에 (2021년 1위) 타이브레이커가 떠올랐다. 그 때랑 똑같이 강백호가 좌전안타를 쳤다. 참 잘풀린 것 같다”라며 사상 첫 와일드카드 결정전 업셋을 만들어낸 것을 기뻐했다.
10위부터 시즌을 시작해 공동 5위까지 올라갔고 5위 결정전 역전승, 와일드카드 결정전 업셋 등 가을의 마법을 부린 KT가 어디까지 올라 갈 수 있을지 팬들의 기대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fpdlsl72556@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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