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서의 글로벌아이] `통제 불능` 이스라엘, 중동 확전 뇌관 터지나

박영서 2024. 10. 4. 0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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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이 지난 1일(현지시간) 레바논 국경을 넘어 친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를 상대로 지상전을 시작했다. 이에 따라 가자전쟁 1년 만에 중동 지역 전반으로의 확전 우려가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미국의 중동 외교가 사실상 실패한 셈이다. 격랑에 휩싸인 중동 정세에 국제사회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8년 만에 레바논 침공

이스라엘군이 지난 1일 새벽 북부 국경을 넘어 레바논 남부에서 지상 작전을 전개했다. 2006년 이후 18년 만에 레바논에서 지상전을 개시한 것이다. 특공대, 낙하산부대, 기갑여단 등 98사단 소속 부대들이 레바논 남부로 진입했고, 36사단이 추가로 투입됐다.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등지도 폭격하는 등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헤즈볼라가 게릴라전으로 맞서면서 이스라엘군에서 전사자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스라엘은 지상전을 통해 헤즈볼라를 국경에서 북쪽으로 29㎞ 떨어진 곳에 있는 리타니강 이북으로 밀어낸다는 계획이다.

아랍권의 반이스라엘 정서는 임계점을 넘어섰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이스라엘에 맞서 전체 무슬림 사회가 연대할 것을 촉구했고, 아랍권 22개국으로 구성된 아랍연맹은 국제사회를 향해 레바논과 연대해달라고 호소했다.

이란의 향후 행보가 관심사다. 어떻게 대응할지는 현재로선 불분명하다. 마음 같아선 직접 이스라엘을 타격하고 싶을 것이다. 서방의 제재로 고립된 경제가 전쟁으로 치명상을 입으면 체제 존립마저 위협받을 수 있어 속만 태우는 형국이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이란의 석유 생산 시설과 군 기지를 공격한다면 결단을 내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네타냐후의 위험한 도박

18년 전 이스라엘은 헤즈볼라에 납치된 2명의 병사들을 구출하기 위해 레바논에 병력을 투입했다. 하지만 이스라엘군은 국경 인근에서 헤즈볼라 대원들을 만나 고전했다. 이스라엘군 탱크는 폭탄 세례를 받거나 대전차 미사일 공격을 당하기도 했다. 전쟁은 34일 만에 끝났고 이스라엘은 승리를 선언했다. 하지만 납치된 2명의 병사를 구하지도 못했고 120여 명의 전사자를 낳았다. 헤즈볼라의 군사조직도 무력화하지도 못해 사실상 패배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스라엘군은 당시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철저한 준비를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도 과거에 그랬듯 득보다는 실이 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하산 나스랄라를 비롯한 많은 고위 지휘관이 죽었음에도 헤즈볼라는 여전히 전투 경험이 풍부한 수천 명의 전투원과 대규모 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자신들이 잘 알고 있는 지형을 활용해 이스라엘군을 괴롭힐 것이다. 헤즈볼라는 2006년 이후 레바논 국경 인접 마을을 요새화했고, 지하에 터널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대부분이 시아파인 국경 주민들도 헤즈볼라를 지지하고 있다. 40년 이상 지속되어 온 헤즈볼라 조직의 해체는 현실적이지 않은 것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이스라엘군은 제한적 작전을 수행하더라도 장기 전투로 끌려갈 가능성이 높다. 전쟁 장기화는 막대한 전쟁 비용을 의미한다. 이스라엘 경제는 이미 가자전쟁으로 타격받고 있다. 국방비 지출이 크게 늘었고, 국내 소비와 수출도 위축되고 있다. 30만명에 가까운 예비군이 소집되면서 기업들은 인력 부족을 겪고 있다. 특히 관광산업이 휘청거리고 있다. 예루살렘 구시가지의 관광 명소는 조용하고 호텔은 비어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분명히 위험한 도박을 하고 있다. 전면전은 이스라엘을 포함해 중동 전체에 재앙이다. 하지만 네타냐후는 그 길을 선택했다. 도박이 성공하면 그의 정치적 생명은 연장되겠지만 실패하면 몰락은 자명하다. 도박의 성공 여부는 불투명하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될 것이란 점은 분명하다.

◇미국의 한계, '바이든 외교'의 퇴색

이스라엘의 레바논 지상전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금 휴전을 해야 한다"며 지상전 반대 입장을 밝힌 지 몇시간 만에 이뤄졌다. 휴전을 촉구해온 바이든 대통령은 또다시 체면을 구겼다.

지난 1년 동안 바이든 대통령은 하마스와 헤즈볼라에 대한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존중하는 한편, 민간인 사상자를 제한하고 지역 내 분쟁 확산을 막는 정책을 공들여 추진해왔다. 특히 그는 대선 후보에서 내려온 이래 지난 두 달간 가자지구 휴전 문제에 집중해왔었다.

그러나 중동 상황은 되레 악화일로다. 이번에도 네타냐후 총리는 '나스랄라 암살'에 이어 '지상전'이라는 초강경수를 던졌다. 게다가 네타냐후는 먼저 행동하고 나중에 미국과 협의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지난달 27일 나스랄라를 폭사시킬 때도 미국에 미리 통보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바이든 대통령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이스라엘에 무기 공급을 끊으면 친이스라엘 표가 떨어져 나가고, 그렇다고 이스라엘을 계속 밀어주면 반이스라엘 표가 떨어져 나간다.

이렇게 바이든 대통령이 딜레마에 빠져있는 반면 네타냐후는 '미 대선'을 인질로 삼아 칼자루를 마음대로 휘두르고 있다. 역대급 공격을 퍼부으며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해 20%대까지 추락했던 네타냐후의 지지율은 지난달 29일 공개된 이스라엘 '채널12' 방송 여론조사에선 43%를 기록했다.

이제 미국은 초강대국에 걸맞은 적극적 참여자가 아닌 구경꾼 신세가 됐다. 이는 중동에서 미국의 억지력 약화를 보여주고 있다. 미국의 한계이자 바이든 외교의 퇴색이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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