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진] 개미가 인간보다 6600만 년 먼저 농사 지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지금으로부터 6600만 년 전 거대 운석 '칙술루브(Chicxulub)'가 지구에 충돌해 공룡을 비롯한 생명체가 대량 멸종했다.
연구진은 곰팡이 균류 475종과 개미 276종의 유전자 데이터를 분석해 개미가 6600만년 전 운석 충돌 직후 곰팡이를 재배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4000만년 전 곰팡이를 개미에 완전히 의존시켜
지금으로부터 6600만 년 전 거대 운석 ‘칙술루브(Chicxulub)’가 지구에 충돌해 공룡을 비롯한 생명체가 대량 멸종했다. 5차 대멸종이라 불릴 정도로 생태계에 큰 변화를 가져온 사건이다. 하지만 이 운석 충돌이 개미들에게는 오히려 새로운 생존 방법을 찾는 기회가 됐다.
미국 스미스소니언 국립자연사박물관이 이끄는 국제 연구진은 4일 “유전자로 분석한 결과 개미와 곰팡이의 오랜 공생 관계가 소행성 충돌 때부터 시작됐다”고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했다.
아메리카 대륙과 카리브해 지역에 사는 개미 중 약 250종은 곰팡이를 재배한다고 알려져 있다. 예를 들어 잎꾼개미는 신선한 잎을 잘라 곰팡이에게 먹이고, 곰팡이는 균사가 부푼 공길리디아라고 하는 일종의 버섯을 만든다. 공길리디아는 개미의 먹이가 되고, 또 다시 개미는 곰팡이에게 식물을 공급한다. 이 방식은 수백만 마리에 달하는 대형 개미 집단을 살린다.
연구진은 곰팡이 균류 475종과 개미 276종의 유전자 데이터를 분석해 개미가 6600만년 전 운석 충돌 직후 곰팡이를 재배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인간이 수천년전에 농사를 짓기 시작한 것보다 훨씬 빠르다.
연구를 이끈 테드 슐츠 연구원은 “소행성 충돌로 대기가 먼지로 뒤덮여 태양이 가려지면서 많은 식물들이 멸종했다”며 “식물의 잔해를 분해하는 곰팡이들이 급격히 번성하면서 개미들의 새로운 식량원이 됐고, 이때부터 개미들이 곰팡이를 체계적으로 재배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개미가 곰팡이 농사를 시작한 지 약 4000만년이 지난 시점에는 잎꾼개미처럼 고등농업 방식을 발전시켰다는 것도 밝혔다. 당시 지구의 기후가 급격히 변화하면서 남아메리카의 열대우림은 점차 말라붙어 목지와 초원으로 바뀌었다. 연구진은 “당시 환경 변화에 맞춰 개미가 곰팡이를 습한 열대우림에서 건조한 서식지로 옮기며 재배를 이어갔다”며 “곰팡이는 이전 조상들로부터 고립돼 개미들에게 완전히 의존하게 됐고, 지금의 고등 농업 시스템이 정착된 것”이라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환경 변화가 생물 간 협력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슐츠 연구원은 “개미들이 곰팡이를 재배하는 방식은 인간이 작물을 재배하는 것과 매우 유사하다”며 “개미들이 고등 농업을 시작한 시점까지 정확히 추적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참고 자료
Science(2024), DOI: https://doi.org/10.1126/science.adn7179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김지수의 인터스텔라] 텅 빈 채 그저 달리네… 당신이 겪는 그 증상의 이름은 ‘시들함’
- 中, 석화단지 또 증설 완료… 갈수록 심화하는 중국발 공급과잉
- [2024 연말정산]⑥ 10일 남은 2024년… 막판 절세 포인트는?
- [정책 인사이트] 스크린 파크 골프장·PC방·건강관리실로 변신하는 경로당
- [시승기] 비·눈길서도 돋보이는 ‘포르셰 911 카레라’
- 무너진 30년 동맹…퀄컴, ARM과 소송서 승소
- “탄핵 시위 참가자에 음식·커피 주려고 내 돈도 보탰는데 별점 테러” 자영업자들 하소연
- 中에 신규 수주 밀린 韓 조선… “효율·경쟁력은 더 높아져”
- 치솟는 프랜차이즈 커피값에… ‘한 잔에 500원’ 홈카페 경쟁
- 늦은 밤 소주잔 기울이며 직원 애로사항 듣는 김보현 대우건설 사장, ‘사람’과 ‘소통’ 강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