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선거 전리품 된 감사 자리, 이대로 둬야 하나
용산 대통령실 선임 행정관 출신인 김대남 SGI 서울보증보험 상근 감사위원이 좌파 유튜버와 통화한 5시간 녹취록이 공개돼 여권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음에도 정상 출근하며 감사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한다. 심지어 대통령을 “꼴통”이라고 비난한 발언까지 공개됐는데도 대통령실 근무 경력을 바탕으로 차지한 자리에서 버티는 것을 보면서 국민은 도대체 어떤 자리이길래 하는 궁금증을 가질 것이다.
김씨는 지난 8월 초 SGI 출근을 앞두고 한 통화에서 “감사는 2인자라도 사장이 뭐라 못 하는 자리” “그냥 만고땡. 사실 사장보다 편하다”고 했다. 김씨는 또 “연봉도 다른 공기업보다 세지. 제네시스 G80 나오고 운전기사 붙여주고 비서 생기고”라며 “내가 선택했지. 찍어가지고. 다른 데는 (임기) 2년인데 여기는 3년이니까”라고 했다. SGI는 준 정부 기관인 예금보험공사가 지분 90% 이상을 소유한 자회사인데, 감사 연봉은 기본급(1억6000만원)에 성과급까지 합해 2억4000만~3억6000만원 수준이고, 법인 카드도 별도로 월 470만원까지 쓸 수 있다.
공공기관 감사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으면서 억대 연봉에 업무 강도도 세지 않아 정치권 인사들 사이에서 ‘꽃보직’으로 변질한 지 오래다. 전임 문재인 정부 때 “보은 인사는 없다”고 해놓고 임기 끝나기 직전까지 공공기관 감사 자리에 대선 캠프나 청와대 출신의 전문성 없는 정치권 인사를 마구 내리꽂았다. “문 정부 출범 이후 약 83%가 ‘낙하산 감사’ 의혹”이라고 당시 야당이던 국민의힘 측이 분석 자료를 냈다. 그래 놓고 여야가 바뀌어도 달라진 건 없다. 윤석열 정부 초반에 단행한 25기관의 상임감사 인선 중 80%가 정치권 출신이었다. 에너지 공기업의 경우, 2013년부터 2023년까지 10년간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의 상임 감사 10명 중 7명이 대선 캠프에 참여하거나 출마 경력이 있는 정치권 인사였다.
이 고질적 ‘낙하산 감사’를 개선하겠다고 지난 2020년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공인 회계사 또는 변호사로 3년 이상 경력이 있거나, 감사 업무를 3년 이상 담당한 사람 등으로 자격 조건을 구체화했지만, 시행령에 1년 이상 정당·시민단체 등에서 근무한 경력도 가능하도록 예외 규정을 두어 있으나 마나 한 법 개정이 됐다. 전문성 강화는커녕 온갖 정치 백수가 머물렀다 가는 통로가 됐다. 정권 전리품이 돼버린 감사 자리를 이대로 둘 것인지 심각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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