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315] 코카콜라와 유토피아
입에 착 감기는데 즐겁기까지…. 미국의 코카콜라가 이런 의미로 중국인 사회에서도 승승장구했다. 이른바 가구가락(可口可樂)이다. 중국어로는 ‘커커우컬러’로 읽는다. 영어 발음에 맞춰 한자로 옮긴 역어(譯語) 중에는 거의 으뜸이다.
그 경쟁사인 펩시콜라가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 모든 일이 순조로워 기쁘다. 이런 맥락에서 나온 한자 명칭이 백사가락(百事可樂)이고 발음은 ‘바이스컬러’다. 역시 공전의 히트를 터뜨린 번역어다. 유사한 사례는 몇 개 더 있다.
프랑스 동남부 작은 마을에서 나오는 맑은 물 에비앙(Evian)을 ‘구름 걸린 곳’이라는 뜻의 의운(依雲), 조립식 가구로 유명한 이케아(IKEA)를 ‘화목한 집’이라는 의미의 의가(宜家)로 옮긴 케이스다. 번역 ‘명품’은 그 전에도 있었다.
영국 토머스 모어가 지은 ‘유토피아’의 번역어다. 청나라 말기 지식인이었던 엄복(嚴復)이 주인공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이 서양 언어를 오탁방(烏托邦)이라는 한자어로 옮겼다. 직역하자면 ‘근거[托] 없는[烏] 나라[邦]’라는 뜻이다.
까마귀를 가리키는 오(烏)는 거짓, 허무 등의 개념으로 종종 쓰인다. 여기서의 용례가 꼭 그렇다. 그리스어 ‘Utopia’라는 말이 본래 ‘존재하지 않는 곳’이라는 뜻이니 이 글자 ‘오’의 인용이 아주 그럴듯하다. 유토피아의 역어는 더 있었다.
장자(莊子)가 언급한 ‘어디에도 없는 곳’이라는 뜻의 무하유향(無何有鄕), 불가의 궁극적인 이상이 펼쳐진다는 화엄계(華嚴界) 등이다. 그러나 의역(意譯)과 음역(音譯)을 겸비한 ‘오탁방’만이 살아남아 오늘날까지 전해진다.
공산당이 내세웠던 중국몽(中國夢)이 시들해졌다. 높은 실업률에 길거리를 헤매는 숱한 중국의 청년에게 이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오탁방’에 불과할 것이다. 이 단어가 아마도 차가운 올겨울의 중국 최고 유행어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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