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동현의 예술여행] [26] 이제 이곳에 미술관이 생깁니다

류동현 전시기획자, 페도라 프레스 편집장 2024. 10. 3.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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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현동 열린송현녹지광장
가을을 맞아 많은 사람들이 찾은 열린송현녹지광장 풍경. 멀리 인왕산이 보인다. / 류동현 제공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 전시를 보러 길을 나선다. 서울관이 있는 삼청동, 사간동 지역은 미술관, 갤러리와 볼거리, 먹을거리가 많아 ‘문화 생활’ 하기 좋은 동네다. 지하철 역에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으로 가는 길에 공원이 있다. 꽤 넓다. 입구부터 흐드러지게 핀 꽃들을 보면서 드디어 가을이 왔음을 느낀다. 산책로도 잘 만들어져 있고, 잔디밭 가운데에는 작은 언덕도 조성되어 있어 주변을 조망할 수도 있다. 열린송현녹지광장의 요즘 풍경이다.

광화문 옆 도심 지역의 이른바 ‘금싸라기’ 땅인 이곳에 공원이 조성된 건 불과 몇 년 전이다. 과거 수십 년 동안 높고 긴 담장으로 둘러싸여 있어 이곳을 지날 때면 담장 안이 어떨까, 종종 궁금증이 일곤 했다. 행정구역상 송현동인 이곳은 경복궁이 세워진 14세기 말 경복궁 왼쪽의 소나무 숲 때문에 송현이라는 이름을 얻은 데서 유래한다. 이후 근현대 시대에 이르러 우국지사의 집에서 친일파의 집으로, 일제 기관의 사택이 되었다가 광복 이후에는 미국대사관 직원 숙소로 활용되었다. 파란만장한 역사다. 흡사 우리 근현대 역사의 압축판이라 생각될 정도로. 1990년대 말 우리 기업이 매입을 했지만 개발이 쉽지 않았다. 결국 서울시가 매입해 2022년 공원으로 개방했다. 폐쇄된 공간에서 개방된 공간으로의 극적인 변화다.

이제 이곳에 미술관이 들어선다. 2021년 삼성이 기증한 이건희 컬렉션을 모아서 공개하는 이건희기증관이다. 요즘 이 미술관에 대한 설계 공모가 진행 중인데, 2027년 개관 예정이다. 미술관이 생기더라도 이 공원은 ‘송현문화공원’이라는 이름으로 계속된다고 한다. 다행이다.

서울관과 주변 갤러리의 전시를 둘러본 후 다시 공원으로 돌아온다. 퇴근 후 많은 사람들이 공원을 산책하고 있다. 여유로이 공원을 둘러보니, 넓은 부지를 이용해서 미술 조각 전시가 열리고 있다. 지금 미술계에서 주목받는 조각 작가들의 작품들이다.

잠시 벤치에 앉아 다리를 쉰다. 독특하게 남산 소나무 후계목이 이곳에 있다. 그 뒤로 인왕산이 보인다. 이건희 컬렉션 중 한 점인 정선의 ‘인왕제색도’와 겹친다. 봄에 공공 미술 작품 ‘스프링’ 주변의 청계천을 걸었다면, 꽃과 조각으로 둘러싸인 가을의 열린송현녹지광장도 산책하기 좋다. 멋진 미술관을 상상하면서 걷는 소소하지만 즐거운 ‘예술 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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