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커상 작가를 만난 출판사 직원 삼총사[낙서일람 樂書一覽]
아래층에 부커상 수상자가 산다
케이크 가비노 지음 | 이은선 옮김
윌북 | 1만7800원
니나, 실비아, 시린은 뉴욕에서 집세를 아끼기 위해 같은 집에 살고 있는 아시아계 여성들이다. 대학에서 “천하에 쓸모없는” 영문학을 공부한 세 사람은 ‘취준생’ 시절을 거쳐 모두 출판사에 취직한다. 니나는 단행본을 내는 상업출판사, 실비아는 가진 건 돈밖에 없는 ‘금수저’ 대표가 운영하는 독립출판사, 시린은 난해한 학술서를 펴내는 대학 출판부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다. 필리핀계 미국 작가 케이트 가비노의 그래픽노블 <아래층에 부커상 수상자가 산다>의 주인공들이다.
세 사람의 일상은 ‘뉴요커’의 화려함과는 거리가 있다. 이들은 고질적인 ‘월요병’, 아시아계가 겪는 미묘한 인종차별, 결혼에 대한 가족들의 압박 등을 헤쳐나가며 진득한 우애를 다져나간다. 문학에 대한 애정, 주체적 삶에 대한 열망도 세 친구를 하나로 묶어주는 접착제다.
어느 날 이들은 아래층에서 혼자 사는 92세 베트남계 여성 베로니카가 세계적인 문학상인 부커상 수상 작가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베로니카는 베트남에서의 경험을 담은 초기 소설로 부커상 수상 작가라는 영예를 얻었으나 후속 작품들은 출판계의 철저한 외면을 받았다. 니나, 실비아, 시린은 절판된 지 오래인 베로니카 작품들의 재출간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책에는 20대 뉴요커들의 일상에 스민 ‘K컬처’의 흔적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이들은 뉴욕 최대 한인마트인 ‘H마트’에서 장을 보고, 가끔은 ‘소주’를 마시거나 찜질방에 간다.
백인 남성 작가들의 작품에 대한 신랄한 비평도 흥미롭다. “빅토리아 시대의 비호감을 모아놓은 명예의 전당이 있다면 <안나 카레니나>의 브론스키와 <마담 보바리>의 모든 남자가 나란히 상석을 차지하고 있을 거야.”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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