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투사 상처 치료부터 5000년 인체 해부 역사의 ‘책장’을 펼치다[책과 삶]
해부학자의 세계
콜린 솔터 지음 | 조은영 옮김
해나무 | 416쪽 | 2만8000원
<그레이 아나토미>는 드라마 팬들에겐 2005년 방영을 시작해 지금도 시즌이 계속되는 인기 의학 드라마 제목으로 익숙하지만, 원래는 1858년 초판이 발간된 해부학 서적이다.
영국 런던의 해부학자 헨리 그레이는 세인트조지 수련병원에서 강사로 일할 때 학생들을 위한 교과서가 필요하다고 느껴 삽화 363점이 실린 750쪽짜리 책을 펴냈다. 이 책은 현재까지 42번째 개정판이 나왔으며 여전히 사용되고 있다.
<해부학자의 세계>(The Anatomists’ Library)는 지난 5000년간 해부학의 역사를 다룬다. 고대 이집트의 의학 지식을 다룬 ‘에드윈 스미스 파피루스’는 뇌의 여러 부위를 기술하고 머리를 다쳤을 때 나타나는 증상을 설명했다. 이 기록은 주술이 아니라 관찰을 앞세웠다는 점에서 의학 역사에 큰 의미를 가진다.
튀르키예 출신 갈레노스(129~216)는 검투사의 상처를 치료하며 해부학 지식을 얻었다고 한다. 그는 여러 해부학 서적은 물론 <내 저서에 관하여>라는 자서전까지 남겨 이후 1000년간 절대적 영향을 미친 의학의 선구자가 됐다.
해부학 서적의 역사를 건조하게 나열하는 책은 아니다.
해부학이 세상과 어떻게 관계를 맺었는지도 여러 에피소드를 통해 서술한다. 해부학이 인기를 끌던 17~19세기 해부용 시신이 부족해 시신 도굴꾼이 기승을 부렸던 이야기, 해부학이 의사뿐 아니라 다빈치 같은 예술가의 관심까지 끈 사연도 담겨 흥미를 더한다.
19세기 말 인체 해부학에 대한 거시적 이해가 어느 정도 완성된 이후 해부학이 어떻게 교육되고 있는지도 알려준다. 해부학 서적 150여권을 소개하고, 흥미로운 도판 240여점을 수록했다.
백승찬 선임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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