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도설] 동맹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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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쓰시타 선생은 물러가라." 1927년 4월 14일 오전 11시께 경남 김해왕릉공원에 김해공립보통학교 5학년생 70여 명이 모여 쩌렁쩌렁 구호를 외쳤다.
학생들은 이튿날부터 수업에 들어가지 않겠다며 휴업을 결의했다.
동맹휴학은 학생들이 자기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취하는 저항 수단이다.
실제로 1926년 6·10 만세운동이나 1929년 광주학생항일운동의 시작은 모두 동맹휴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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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쓰시타 선생은 물러가라.” 1927년 4월 14일 오전 11시께 경남 김해왕릉공원에 김해공립보통학교 5학년생 70여 명이 모여 쩌렁쩌렁 구호를 외쳤다. 마쓰시타 고로라는 일본인 교사가 이유없이 체벌을 가하는가 하면 수업도 무성의로 일관해 그의 퇴출을 학교 측에 촉구하는 집회였다. 학생들은 이튿날부터 수업에 들어가지 않겠다며 휴업을 결의했다. 지금으로 치면 초등학생들이 집단으로 수업을 거부한 셈이다. 보통학교부터 전문학교, 대도시부터 산간벽지까지 일제 강점기였던 1920년대는 동맹휴학의 시대나 다름 없었다.
동맹휴학은 학생들이 자기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취하는 저항 수단이다. 일제시대 동맹휴학은 단순히 학교 단위의 집단행동을 넘어 압제에 대항하는 민족운동의 한 줄기로 대접받는다. 실제로 1926년 6·10 만세운동이나 1929년 광주학생항일운동의 시작은 모두 동맹휴학이었다. 군부독재와 권위주의 정권을 거치는 과정에서도 수업 거부, 입학·졸업식 보이콧은 반대 의사 표현수단으로 강력했다.
전국 40개 의대 중 처음으로 서울대 의대가 학생들의 휴학을 승인해 논란이다. 학생들이 돌아온다 해도 1년치 커리큘럼을 3개월 만에 마칠 수 없다는 현실적 판단이 이유다. 의대 정원 증원에 반대한 휴학계 제출 행위를 법률적으로 인정할 수 없는 불법 동맹휴학으로 규정하는 정부는 곧장 서울대 의대 집중 감사에 돌입, 승인 철회를 압박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7월 가이드라인을 통해 학생들이 복귀만 하면 유급시키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지금까지 각 대학에서는 성적 처리 기간을 미루며 학생들을 기다린다는 입장이었지만, 서울대의 전격적인 승인 이후로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고등교육법상 휴학은 병역 장애 임신(출산), 기타 학칙으로 정하는 사유에만 가능하다. 전국 의대 어디에도 학칙상 의료 개혁 반대를 동맹휴학 사유로 허락하는 학교는 없다. 그러나 의대생들은 정부가 의료계에 메스를 대려고 할 때마다 휴학으로 저항해왔다. 2000년 의약 분업 때는 3개월, 2020년 의대 정원 확대 시도 땐 20여 일 이어졌다. 2000년 의약 분업은 정부안대로 시행됐지만 의대 정원이 줄어들었고 2020년 증원 시도는 무위에 그쳤다. 두 번 다 사실상 의대생들의 승리였던 셈이다. 정부나 대학이 휴학을 공식 승인하든 말든 의대 정원 증원 방침이 유지되는 한 학생들의 복귀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무슨 명분을 붙여도 대중의 공감을 못 얻는 의대생 휴학 사태의 해법은 갈수록 꼬여간다.
강필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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