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집값 뛴 서울·수도권에서 ‘담합·위법’만 수백 건 잡혔다니

2024. 10. 3.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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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상승을 주도하는 서울 강남 3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수도권 분당·하남 등지에서 집값 담합·편법 증여가 성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주택 시장 불안 심리를 자극해 집값 상승이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악순환을 막기 위해선 이런 위법한 거래부터 싹을 끊고 엄단해야 한다.

국토교통부는 3일 ‘수도권 주택 이상 거래에 대한 관계기관 합동 현장점검 및 기획조사’ 결과 편법 증여, 법인자금 유용, 대출 규정 위반, 시세 담합 등 위법 의심 거래 397건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불법이나 편법으로 집값을 높이려거나 집값 상승에 올라타 시세차익을 보려는 투기적 행태들이 활개치고 있다는 뜻이다. 서울 송파구 대단지 아파트 주민 A씨는 자녀 학업 문제로 빨리 이사를 가기 위해 다른 집보다 3000만원을 낮춰 ‘급매’로 집을 내놨다가, 입주민 소셜미디어에서 ‘공개 저격’을 당하고 이 집을 매물로 올린 중개업소는 주민들의 집단항의에 물건을 내렸다고 한다. 집값 담합으로 금지된 행위들이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국토부의 지난해 하반기 아파트 거래 분석에서는 집값 띄우기에 쓰이는 미등기 거래도 518건이나 적발했다.

정상 거래를 가장한 편법 증여도 여전했다. B씨는 부모에게 차입한 14억원과 증여받은 5억5000만원, 주택담보대출 3억5000만원으로 21억원 아파트를 샀다고 한다. 부모로부터 증여받은 돈을 본인 돈인 것처럼 위장 거래한 것이다. 집을 살 때 주택담보인정비율(LTV) 한도를 넘긴 선순위 임차보증금이 있으면 대출이 안 될 것을 우려해 임차인인 부친을 전출시킨 뒤 대출받고 다시 전입하게 한 사례도 적발됐다. 이런 위법적인 증여·대출 의심 등 적발 사례의 68.5%는 서울에 몰렸고, 강남구·송파구·서초구와 마용성 지역 순으로 빈번했다. 경기도에선 성남시 분당구와 하남시 등에서 가장 많았다.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집값이 불붙으며 실수요자와 집 없는 서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독버섯처럼 살아 있는 집값 담합, 위법적인 증여·대출·거래들이 주거 약자들의 불안과 위화감을 더욱 키운다. 부동산은 투기를 막고 가격을 안정시켜야 정책 신뢰가 높아지고, 자산 양극화도 완화해 사회적 불평등을 줄일 수 있다. 그러려면 정부는 투명한 거래 질서부터 확립해야 한다. 그 위에 안정적인 주택공급과 자산 가격에 걸맞은 합리적 세제 정비가 뒤따라야 한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 본 아파트의 모습. 권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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