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고마비의 계절 … 비만치료제 전쟁

김지희 기자(kim.jeehee@mk.co.kr) 2024. 10. 3.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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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비만약' 위고비 이달 출시
1800억원 국내시장 요동칠 듯
국내 제약사는 연구개발 경쟁
한미약품, 한국인 맞춤약 목표
유한·동아 등은 글로벌 임상

천고마비의 계절 가을에 비만치료제들이 한판 전쟁을 벌인다. '꿈의 비만약'으로 불리며 세계적으로 품귀 현상까지 빚은 비만치료제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가 이달 국내 출시되면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위고비의 등장으로 현재 연간 약 1800억원 규모로 추정되는 국내 비만 치료제 시장이 들썩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들도 경쟁에 합류할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위고비보다 우수한 체중감량 효과나 복용 편의성 등을 앞세워 틈새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현재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은 덴마크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와 미국 일라이릴리 '마운자로'(성분명 티르제파타이드)가 양분하고 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글로벌 비만약 시장은 60억달러(약 8조원) 규모에 달하며 2030년에는 1000억달러(약 132조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국내의 경우 위고비와 마운자로의 부재 속에서 노보노디스크의 '삭센다'(성분명 리라글루타이드)와 알보젠의 '큐시미아'(성분명 펜터민·토피라메이트)가 전체 시장의 60%를 점유하고 있다. 이달 중 출시되는 위고비는 한 달 치 기준 37만원(출하가격)으로 책정돼 30만~50만원대인 삭센다와 가격이 유사하지만, 주1회로 투약 방식이 편리하고 체중감량 효과가 높아 시장의 판도를 뒤바꿀 것이란 분석이 적지 않다.

업계에서는 비급여 특성상 의료기관별로 달라질 위고비 가격이 얼마가 될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미약품, 유한양행, 동아에스티 등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들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블록버스터 비만치료제들에 도전장을 냈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9월 가동한 'H.O.P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다수의 비만치료제 파이프라인을 개발 중이다. 비만 정복을 목표로 비만 치료의 전주기 영역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파이프라인 총 5종을 개발하는 프로젝트다.

가장 속도를 내는 것은 국내 임상 3상이 진행 중인 에페글레나타이드다. 한미약품은 에페글레나타이드를 한국인의 체형과 체중을 반영한 '한국인 맞춤형 비만치료제'로 개발해 차별화한다는 전략이다. 한미약품의 독자 플랫폼 기술 '랩스커버리'가 적용된 최초의 장기 지속형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GLP-1) 비만치료제로, 2027년 상용화가 목표다.

한미약품은 이외에도 두 가지 비만 신약을 동시에 개발하고 있다. 지난 6월 미국당뇨학회(ADA)에서 공개된 'HM15275'는 근 손실을 최소화하면서도 25% 이상의 체중감량 효과가 기대된다. 현재 임상 1상 단계로 내년 2상에 진입할 계획이다. 또 올해 11월 미국비만학회에서 그간 비공개해온 추가 파이프라인의 연구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유한양행도 비만치료제 후보물질 'YH34160'의 미국 임상 1상을 준비 중이다. GLP-1 계열 치료제와 동일하게 식욕 억제를 유도하지만, 뇌 하부에서 발견되는 특이 수용체에 작용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전임상에서 위고비(5%)를 뛰어넘는 체중감량 효과(11.9%)를 나타내기도 했다. GLP-1 계열 치료제와 병행 투여가 가능하다는 점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동아에스티는 미국 자회사 뉴로보 파마슈티컬스를 통해 비만약 'DA-1726'의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다. GLP-1 수용체와 글루카곤 수용체에 동시에 작용하는 이중 작용제다. 회사는 약물을 끊은 뒤에도 체중 반등이 비교적 적게 나타날 가능성 등이 있다는 점을 경쟁력으로 내세운다. 최근 글로벌 임상 1상 파트1 결과 안전성을 확인하고 최대 허용 용량을 탐색하기 위한 임상을 추가로 진행할 계획이다.

편의성에 초점을 맞춰 개발에 나선 곳도 있다. 대원제약과 라파스는 '붙이는 비만약'을 함께 개발 중이다. 'DW-1022'는 위고비의 주성분 세마글루티드를 탑재한 마이크로니들 형태의 패치제다. 즉 기존의 주사제를 피부에 붙이는 패치 형태로 바꾼 것이다. 이달 내 임상 1상 투약이 마무리될 예정이다. 일동제약의 자회사 유노비아는 먹는 형태인 경구제로 'ID110521156'의 후속 임상 1상에 나섰다. 지난해 9월부터 수행한 단일용량상승시험(SAD)에 이어 다중용량상승시험(MAD)에 착수한 상태다.

[김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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