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력 그자체 두산, 5회 ‘무모한 도전’으로 유일했던 기회도 날렸다[WC 2]

심진용 기자 2024. 10. 3.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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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양석환(오른쪽)이 3일 잠실에서 열린 KT와 와일드카드 결정 2차전 5회말 홈에서 태그 아웃되고 무릎을 꿇은 채 아쉬워하고 있다. 연합뉴스



타격은 침체할 대로 침체했는데, 그나마 찾아온 단 한 번의 기회도 허무하게 날렸다.

두산이 3일 잠실에서 열린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까지 KT에 0-1로 패했다. 전날에 이어 2연패로 가을야구가 끝났다. 2015년 와일드카드 결정전 도입 이후 4위 팀이 5위 팀에 덜미를 잡힌 건 처음이다.

5회말 두산은 이날 경기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를 잡았다. 양석환이 선두타자 안타로 출루했고, 강승호의 땅볼에 2루까지 진루했다. 1사 2루에서 허경민의 좌전 안타가 나왔다. 짧은 타구였고, 2사가 아닌 1사였기에 침착하게 주자를 멈춰 세우고 후속 기회를 노려볼 만했다. 그러나 고토 코지 두산 3루 코치는 뒷걸음질 치며 계속해서 크게 팔을 돌렸다.

무모한 도전이었다. KT 좌익수 멜 로하스 주니어가 공을 주워들었을 때 양석환은 3루 베이스를 제대로 밟지도 못한 상태였다. 양석환은 발 느린 주자다. 로하스는 타격에 가렸을 뿐 수비 능력 또한 부족하지 않은 수비수다.

로하스의 홈 송구는 다소 벗어났지만, 포수가 잡기에 크게 무리는 아니었다. KT 포수 장성우가 공을 잡고 몸을 틀어 태그를 할 때까지 양석환은 홈으로 들어오지 못했다. 1사 1·3루가 될 수도 있었던 상황이 단 한 번의 판단 미스로 2사 2루가 되고 말았다. 후속 김기연이 투수 앞 땅볼로 물러나며 두산은 허무하게 득점 기회를 날렸다.

두산은 경기 마지막까지 점수를 내지 못했다. 전날에 이어 와일드카드 결정전 2경기 모두 1점도 내지 못했다. 두산은 와일드카드 결정전 첫 ‘업셋’과 함께, 와일드카드 결정전 첫 2경기 연속 무득점 패전의 불명예까지 뒤집어썼다.

두산 타선은 경기 내내 무기력했다. 투수 앞 땅볼만 6번 때렸다. 안타 3개 포함 외야까지 나간 타구가 5개 밖에 없었다.

두산의 무리한 판단도 어쩌면 이런 이유일 수 있다. 타선은 무기력했고, 상대 투수 웨스 벤자민의 구위도 좋았다. 1사 1·3루에서 하위타자 김기연이 외야 플라이라도 때려줄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웠다. 타자의 주력을 생각하면 병살 위험도 있었다. 양의지의 부상 탓에 5회부터 김기연을 빼고 대타를 투입하는 선택 또한 어려웠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두산의 도전이 패착이 됐다는 걸 부인할 수는 없다.

두산이 이날 경기 유일했던 득점 기회를 날린 바로 다음 이닝, KT가 곧장 점수를 올렸다. 1사 3루에서 강백호가 깔끔한 좌전 적시타를 때렸다. 이날 양 팀 통틀어 유일한 득점으로 결승점이 됐다. 두산 선발 최승용의 깜짝 호투에 이날 KT 타선 역시 부진하기는 마찬가지였지만, 모처럼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두산은 이날 19세 고졸 신인 마무리 김택연을 7회에 올리는 등 말 그대로 총력전을 펼쳤다. 9이닝을 1실점으로 막았으니 마운드 총력전 자체는 성공했다. 선발 최승용이 4.2이닝 무실점으로 대호투했고, 7회 2사에 오른 김택연이 2.1이닝 무실점하는 등 젊은 투수들이 분전했다. 그러나 기어이 1점을 뽑지 못한 타선의 침묵으로 두산의 2024시즌은 목표했던 것보다 빠르게 끝났다. 5회 홈 아웃이 두고두고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잠실 |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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