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온 '고독한 미식가' "아저씨 혼밥 드라마 누가 볼까 했는데 벌써 12년"

라제기 2024. 10. 3.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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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전 이 드라마를 만났을 때 아저씨가 혼자 밥 먹는 모습을 누가 좋아할까 불안했습니다. 이렇게 오래 방송되고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기자들을 만나리라는 건 꿈도 꾸지 못 했습니다."

일본 인기 드라마 시리즈 '고독한 미식가'의 배우 마쓰시게 유타카가 부산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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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판 연출·주연 마쓰시게 유타카
"봉준호 감독에게 함께 하자 제안 
영화 기대한다는 말에 용기 내 연출"
황태해장국이 주요 음식으로 등장
마쓰시게 유타카는 "어제 저녁으로 곱창을 먹었고 점심으로는 부추전에 삼겹살 또는 삼계탕을 먹을 생각"이라며 "걷기가 생활화해 살이 안 찌는 듯한데 오늘 아침에는 6㎞ 를 걸었다"고 말했다. 부산=연합뉴스

“12년 전 이 드라마를 만났을 때 아저씨가 혼자 밥 먹는 모습을 누가 좋아할까 불안했습니다. 이렇게 오래 방송되고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기자들을 만나리라는 건 꿈도 꾸지 못 했습니다.”

일본 인기 드라마 시리즈 ‘고독한 미식가’의 배우 마쓰시게 유타카가 부산을 찾았다. 부산국제영화제 참석을 위해서다. ‘고독한 미식가’를 영화로 만든 ‘고독한 미식가 더 무비’의 감독 겸 주연배우 자격이다. 그는 8일 부산 해운대구 영상산업센터에서 한국 기자들을 만났다. 검은 뿔테 안경을 쓴 그는 ‘고독한 미식가’라기보다 ‘고독한 학자’ 풍모였다.


"방송 쪽 자극 주고 싶어 영화화"

‘고독한 미식가’는 인기 만화가 원작이다. 평범한 직장인 고로가 외근을 나갔다가 인근 음식점에서 음식을 즐기는 과정을 담았다. 2002년 일본 방송 TV도쿄에서 첫 소개된 후 13년째 방송을 이어왔다. 한국과 대만, 중국에서도 인기를 모았다. 영화화는 이번이 처음이다. 마쓰시게는 “일본 방송 환경이 좋지 않아 인력 유출이 심하다”며 “영화를 만들어 방송 쪽에 용기와 자극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영화화 과정은 쉽지 않았다. 마쓰시게는 “원래 영화 소년으로 연기에 입문”했으나 장편영화 연출은 처음이다. 게다가 드라마는 “스태프들이 모든 준비를 해 놓으면 제가 그냥 가서 먹는 연기만 하면 됐으나” 영화는 달랐다. 시나리오부터 섭외, 촬영까지 모두 자신이 간여해야 했다.

마쓰시게는 “봉준호 감독에게 용기를 내 함께 하자고 이메일을 보냈다”며 “일정이 맞지 않아 함께 할 수 없으나 영화를 기대한다는 답을 받았는데, ‘기대’라는 말에 영화를 반드시 완성해야겠다고 다짐했다’고 돌아봤다. 마쓰시게는 봉 감독이 참여한 옴니버스 영화 ‘도쿄!’에 출연한 인연이 있다. 마쓰시게는 “프랑스와 한국 등을 직접 가서 식당 섭외를 하고 음식들이 시나리오에 잘 녹아 들도록 고민을 많이 했다”며 “맛있는 걸 먹으며 연출까지 했으니 제게는 기적”이라고 말했다.


"유재명 영화 보고 '이 배우다' 캐스팅"

'고독한 미식가 더 무비'는 고로가 옛 국물 맛 재현을 위해 노력하면서 겪는 일을 그린다. 경남 거제시 구조라섬도 배경으로 등장한다. 미디어캐슬 제공

‘고독한 미식가 더 무비’는 정년 퇴직한 고로가 프랑스로 지인을 만나러 갔다가 큰 ‘숙제’를 안고 오면서 시작한다. 고로는 옛 연인의 아버지가 어렸을 적 어머니가 해 준 ‘국물’ 맛을 재현해 달라는 부탁을 해결하기 위해 일본 고토 열도를 찾는다. 태풍으로 조난을 당해 한국 경남 거제시 한 섬에까지 간 그는 의도치 않게 닭보쌈과 황태해장국을 맛보기도 한다.

마쓰시게는 “일본 후쿠오카에서 나고 자라 한국 라디오를 자주 들어 한국은 친숙한 나라”라며 "어른이 돼 부산에 오니 기후가 일본과 같고, 식재료로 같은 해산물과 채소를 쓰는데 맛이 달라 충격이 컸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의 주제가 ‘국물 맛 찾기’인데 황태해장국을 활용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푸드 코디네이터와 여러 식재료를 실험했던 게 제게는 모험이었다”도 덧붙였다. 영화에는 한국 배우 유재명이 짧게 출연한다. 마쓰시게는 “한국 배우 캐스팅을 위해 열심히 한국 영화를 봤다”며 “영화 ‘소리도 없이’(2020)를 보고 이 배우다 하는 생각에 유재명에게 연락을 했고 운 좋게도 출연하겠다는 답을 받았다”고 밝혔다.

일본 숨은 맛집을 12년 동안 섭렵한 마쓰시게에게 한국인 여행객에게 추천할 곳을 물었다. 마쓰시게는 “방송이 나가면 저도 가서 먹을 수 없을 정도로 손님이 줄을 선다”며 “방송이 되기 전 저에게 물어보면 그 때 슬쩍 알려주겠다”는 ‘현답’을 내놓았다.

부산=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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