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그만할 때" 스스로 결단, 이적 1년 만에 은퇴했지만…한화는 왜 김강민에게 고마워하나
[OSEN=이상학 기자]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외야수 김강민(42)이 24년 프로 커리어를 마무리했다. 23년 몸담은 팀을 떠나 한화에선 1년만 뛰고 유니폼을 벗었지만 짧은 기간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
한화는 지난 2일 은퇴 선수 포함 7명의 선수와 내년 시즌 재계약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29일 대전 NC전에서 은퇴 경기를 가졌던 정우람에 이어 김강민과 이명기도 은퇴를 선언한 것이다. 두 선수 모두 시즌 말미 구단에 은퇴 의사를 전했다.
김강민은 일찌감치 은퇴를 마음먹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월18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된 뒤 9월 확대 엔트리에도 등록되지 않은 김강민은 2군 퓨처스 팀에서 시즌 마쳤다. 이미 주변 사람들에게 “이제 그만할 때가 된 것 같다”는 말을 해왔다.
정우람의 은퇴식 현장도 찾은 김강민은 이미 결정을 내린 뒤였고, 선수들은 물론 구단 관계자들과도 밝은 표정으로 인사했다. 김강민이 스스로 먼저 은퇴를 결정하고, 물러나면서 선수단 정리 작업을 앞둔 한화 구단의 부담도 덜어줬다.
한화 관계자는 “김강민 선수가 시즌 말미에 은퇴 의사를 몇 차례 보였다. 선수 의사를 존중해줘야 했다”며 “팀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선수가 먼저 결정한 부분에 있어 상당히 고맙다. 구단에서 어려워할 수 있는 부분을 스스로 얘기해줬다”고 말했다.
지난겨울 김강민은 뜻하지 않게 논란의 이적을 했다. 2001년부터 23년간 SK, SSG에 몸담은 원클럽맨이었지만 2차 드래프트에서 SSG의 35인 보호선수명단 들지 않았다. 별도의 은퇴 예정 및 논의 표시가 없어 한화가 4라운드 전체 22순위로 김강민을 뽑았다. 하루아침에 프랜차이즈 스타를 잃은 SSG 팬들의 허탈감과 분노가 상당했다.
그대로 은퇴하면 SSG 원클럽맨으로 커리어의 마침표를 찍을 수 있었지만 김강민은 자신을 선수로 원한 한화를 위해 현역 연장을 하기로 했다. 한화는 수비가 좋은 외야수와 오른손 대타감으로 김강민이 필요했다. 젊은 선수들에게 경험을 전수할 베테랑으로서 역할도 기대했다.
그러나 눈에 띄는 성적을 내지 못했다. 올해 1군 41경기 타율 2할2푼4리(76타수 17안타) 1홈런 7타점에 그쳤다. 햄스트링 통증이 반복되며 풀시즌을 뛰기 어려웠고, 5월에 타격감이 좋았지만 6월2일 대구 삼성전에서 코너 시볼드의 강속구에 헤드샷을 당한 뒤 후유증으로 페이스가 완전히 꺾였다.
결과적으로 성적도 나지 않았고, 내년이면 43세가 되는 나이로 인해 현역 연장을 고집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한화로서도 어렵게 설득하고 데려온 선수였지만 1년 만에 정리하는 모양새가 부담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김강민이 먼저 은퇴 결심을 했고, 구단의 부담을 덜어주면서 좋은 감정 속에 마무리했다.
한화 구단도 은퇴 과정뿐만 아니라 1년 내내 김강민이 팀을 위해 보여준 진심을 인정한다. 개인 욕심을 내려놓고 후배들의 멘토로 훈련 때부터 경기 중에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지난 6월19일 청주 키움전이 대표적이었다.
당시 김강민은 7회 무사 1,2루에서 볼넷을 골라낸 뒤 대기 타석 쪽으로 가서 보호 장비를 풀며 다음 타자 장진혁에게 무언가 말을 건넸다. 이후 장진혁은 키움 투수 박윤성의 초구 직구를 받아쳐 데뷔 첫 만루 홈런을 터뜨렸다. 경기를 마친 뒤 장진혁은 “강민 선배님께서 상대 투수 공이 어떤지 설명을 해줬다. 거기에 맞게 타이밍을 맞춰 초구부터 노림수를 갖고 쳤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장진혁뿐만 아니라 유격수 이도윤, 외야수 최인호, 임종찬, 이상혁 등 여러 젊은 선수들이 김강민에게 도움을 받았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1군 엔트리에서 빠진 뒤에도 선수단과 동행하며 훈련 배팅볼을 던져주는 등 베테랑으로서 보이지 않는 힘이 되어줬다.
한화 관계자는 “스프링캠프 때부터 후배들의 좋은 본보기가 됐다. 1군에 있을 때나 퓨처스에 내려갔을 때나 항상 하나라도 더 가르쳐주려고 하는 모습을 봤다. 장진혁 같은 선수들이 김강민에게 많이 고마워했다”며 “이런 것들이 당장 결과로 나왔다고 볼 순 없지만 언젠가 그런 것들이 우리 젊은 선수들 성장에 자양분이 될 것이다. 1년 그 이상의 것을 우리 팀에서 해준 선수”라고 고마워했다.
선수로서 커리어는 끝났지만 김강민의 다음 야구 인생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원클럽맨 타이틀은 놓쳤지만 새로운 팀에서 여러 경험을 쌓으며 야구 보는 시야를 넓혔다. 선수 생활 말년에 보여준 리더십이라면 지도자로도 손색이 없다. 한화에서 앞으로 그 인연이 이어질지도 관심이다. 전 소속팀 SSG와도 연결고리가 남아있는 만큼 김강민에겐 또 여러 가지 선택지가 놓여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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