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도이치 큰손들’ 대통령 취임식 초청…김 여사 주가조작 의혹 증폭

배지현 기자 2024. 10. 3.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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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백 손 턴 검찰, 도이치 수사 어디로
김건희 여사가 지난 1일 국군의날 기념식이 열린 경기도 성남시 서울공항에 도착해 이동하고 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에서 김건희 여사와 함께 ‘패밀리’로 지목된 인물들이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 초청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제이티비시(JTBC)는 도이치모터스 2차 주가 조작 ‘주포’로 꼽히는 김아무개씨가 과거 검찰 조사에서 “비피(BP) 패밀리가 있다”며 “거기에는 권오수, 이종호, 김○○, 김건희, 이○○ 이런 사람들이 있다”고 진술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비피는 블랙펄의 약자로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 자산운용사 블랙펄인베스트를 의미한다. 검찰의 명품 가방 무혐의 처분 뒤 관심이 쏠리고 있는 주가 조작 사건에서 김 여사의 연루 정황은 더욱 짙어지고 있다.

김 여사와 ‘또 다른 가족’

한겨레는 2일 윤 대통령 취임식 초청자 명단에 ‘비피 패밀리’로 지목된 이아무개씨와 김아무개씨가 포함돼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 ‘비피 패밀리’의 존재는 김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에 깊숙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근거 중 하나다. 도이치모터스 2차 주가 조작의 ‘주포’인 김아무개씨는 검찰에서 ‘김 여사도 비피 패밀리의 일원’이라고 진술했는데 또 다른 ‘비피 패밀리’인 이씨와 김씨가 대통령 취임식에 초청된 사실까지 뒤늦게 확인된 것이다. 윤 대통령 취임식 초청자 명단에서 이씨와 김씨 초청자는 명기돼 있지 않지만, 명단의 앞뒤로는 모두 김 여사가 초청한 손님이어서 이들도 김 여사가 초청한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대통령 취임식 초청 주체는 윤 대통령과 김 여사, 국민의힘 정도였다. 주가 조작 사건으로 기소돼 재판 중이던 권오수 전 회장은 초청되지 않았고 부인과 아들이 참석했는데 이들은 김 여사가 초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씨는 도이치모터스 주요 주주로,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과 고려대학교 경영학석사과정(MBA) 동문이다. 도이치모터스 주식 거래를 통한 매매차익만 25억원 이상인 것으로 파악됐다.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 항소심 판결문에는 이씨가 권 전 회장이 소개한 투자전문가에게 돈을 맡겼다가 손해를 보자 권 전 회장이 투자금을 보전해줬다는 점도 적시됐다.

김씨는 도이치모터스가 2007년 12월 제3자 배정 방식으로 신주 10만주를 발행하는 유상증자를 할 당시 김 여사와 함께 초기 투자자로 참여했다. 당시 액면가액은 1주당 1만원이었으나 발행가액은 5만원이었다. 액면가의 5배에 이르는 가격에 매입한 것인데, 이는 도이치모터스 우회상장을 위한 자금으로 활용됐다. 당시 도이치모터스는 총 5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했는데, 김씨는 4억원, 김 여사의 어머니 최은순씨는 3억원, 김 여사는 2억원을 투자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판결문에 “유상증자에 참여한 초기 투자자들은 모두 피고인 권오수와 가까운 지인”이라고 적었다.

김 여사와 이씨, 김씨는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시기 이후에도 꾸준히 친분을 이어온 것으로 보인다. 이씨는 윤 대통령이 대통령 예비후보일 때 개인 최고 한도액인 1천만원을 후원했고, 김씨의 회사는 김 여사가 운영하는 코바나컨텐츠 전시회 티켓 4300만원어치를 협찬 명목으로 구매하기도 했다.

검찰은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에 동원된 계좌주 91명의 혐의 유무를 판단하는 전수조사 등을 진행하며 사실상 수사를 마무리하는 단계다. 91명에는 김 여사와 어머니 최씨도 포함돼 있다. 사건 처분은 이달 예정된 국정감사 이후에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는데, 김 여사의 주가 조작 의혹이 증폭되면서 검찰의 고심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압수수색도 않고…애초 수사 의지 있었나”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김승호)는 2일 “명품 가방은 최재영 목사가 김 여사와의 우호적 관계 또는 접견 기회로 공여했다고 보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며 김 여사를 무혐의 처분했다. 검찰은 김창준 전 미국 연방하원의원의 국정자문위원 임명과 현충원 안장, 통일티브이(TV) 송출 재개 등 여러 청탁이 최 목사가 선물을 준 지 오래 지난 뒤 이뤄졌거나, 김 여사가 응답하지 않았다는 이유 등으로 ‘직무 관련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직무 관련성이 없는 선물이기에 윤 대통령 역시 배우자가 ‘수수 금지’ 물품을 받은 사실을 확인했을 때 서면신고를 해야 한다는 의무가 없다는 논리도 내놨다. 공여자인 최 목사도 무혐의 처분됐다. 검찰의 결론은 지난달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가 최 목사를 기소하라고 권고한 것과도 배치된다. 2018년 제도 도입 이후 수심위의 기소 권고를 검찰이 받아들이지 않은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법조계에선 김 여사가 받은 500만원 상당의 금품이 윤 대통령의 직무와 관련 없다는 논리를 이해할 수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이 사건에서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의도는 명확해 보인다”며 “대통령 직무 범위는 포괄적이기 때문에 직무 관련성이 없다는 검찰 주장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검찰의 부족한 수사 의지를 질타하는 목소리도 있다. 검찰 간부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검찰이 애초에 수사 의지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압수수색을 하거나 최소한 하려는 노력도 하지 않고 내놓은 결론을 어떻게 납득할 수 있겠나”라며 “증거 수집을 위한 기본적 수사 행위도 하지 않고 진술과 제출한 자료만 가지고 무혐의 처분을 하는 것은 절차적 정의를 어긴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 목사는 이날 “검찰이 수심위에서 내린 기소 의견을 존중하지 않은 것은 실체적 진실 발견 의무는 외면하고 오직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위하여 변호인 역할에 집중해서 그런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이 사건을 고발한 서울의소리 쪽은 “즉각 항고하겠다”고 밝혔다.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 강재구 기자 j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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