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BTS 슈가 사태와 軍의 사기
지난 1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국군의 날 시가행진 현장을 취재했다. 세종대로를 행군하는 국군 장병들의 발걸음, 그 오(伍)와 열(列)에 단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었다. 수천 명 시민들의 환호에 상기된 표정을 짓는 장병들의 얼굴은 검게 그을려 있었다. 40도를 넘나든 기록적 폭염 속에서 얼마나 땀 흘려 훈련했을지 짐작할 수 있었다. 시민들은 나라를 수호하는 군(軍)을 직접 마주하니 신기하면서도 안심이 된다고 했다. 이 축제의 한복판에서 지난 8월 ‘슈가 취재기’가 문득 떠올랐다.
방탄소년단(BTS)의 멤버 슈가(31·본명 민윤기)는 지난해 9월부터 사회복무요원으로 군(軍) 대체 복무 중이다. 지난 8월 만취 상태로 전동스쿠터를 운전해 경찰에 적발됐고, 지난달 27일 법원에서 1500만원 벌금형을 받았다. 하지만 사회복무요원 징계는 따로 받지 않았다. 사회복무요원 복무규율 8조는 ‘사회복무요원은 직무의 내외(內外)를 불문하고 그 품위가 손상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한다. 하지만 병역법은 ‘근무시간 중 근무기강 문란행위를 한 경우’에만 징계가 가능하다고 규정한다.
퇴근만 하면 사고를 쳐도 징계 대상이 아니라는 병무청 논리에 많은 현역병이 “일선 부대에선 상상조차 못할 일”이라며 “차별 대우를 받는 기분”이라고 했다. 현역병들은 일과 시간 이후는 물론 휴가 중에도 범죄를 저지르면 군형법 적용을 받고 조직 내 징계도 별도로 받는다. 국방부 군인·군무원 징계업무처리 훈령 8조는 ‘징계권자는 음주운전의 경우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한 징계의결을 요구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사회복무요원과 함께 동일하게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지만, 실제 군에서 국가 안보를 직접적으로 책임지는 현역병이 더 불리한 처분을 받는 셈이다.
사회복무요원이 퇴근 이후에도 음주 운전 등 품위 손상 행위를 저지르면 징계를 할 수 있도록 병역법 개정 등을 검토하는지 병무청에 물었다. 슈가 사건 발생 후 현재까지 2개월 동안 병무청은 의미 있는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근무 시간 이후에도 법규를 준수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그 ‘다양한 방안’에 병역법 개정도 포함되냐고 묻자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인공지능(AI) 같은 답변이 돌아왔다.
일각에선 ‘현행법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이미 벌금형을 받지 않았느냐’고 한다. 하지만 당사자가 BTS 멤버든 또다른 누구든 사회복무요원과 현역병이 같은 사안을 두고도 차별 대우를 받고 있다는 점은 국군의 사기(士氣)와 직결되는 중대한 문제다. 군은 사기를 먹고 산다. 정치권과 정부가 병역법 개정에 나서기를 기대한다. 그럴 때 올해 국군의 날 시가행진에서 장병들이 보여준 헌신에 응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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