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희의 영화 같은 하루] [183] Just don’t waste your life doing this
“내가 신이라면 청춘을 인생의 마지막에 두겠다(If I were God, I would put youth at the end of life).” 19세기 프랑스 작가 아나톨 프랑스는 이렇게 말했다.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우며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지닌 시기, 하지만 막상 그 시간엔 청춘의 아름다움을 체감하기 어렵다. 영화 ‘원맨(In the Land of Saints and Sinners·2024·사진)’의 주인공 핀바는 청춘의 소중함을 모르는 철부지 케빈이 딱하기만 하다.
핀바(리암 니슨 분)는 아일랜드의 작은 시골에서 정체를 숨긴 채 살인청부업을 하고 있는 킬러다. 2차 대전에 참전했다 돌아왔지만 사랑했던 아내는 이미 죽고 자신도 우울증에 걸려 이제 할 수 있는 일은 전장에서 매일같이 했던 일, 살인뿐이다. 하지만 이 냉혹한 킬러도 일 밖에선 다정한 이웃이며 매력을 느끼는 이웃집 여성도 있고 무고한 사람을 죽이지 않는다는 철칙도 있다. 그와 반대로 케빈(잭 글리슨 분)은 20대 철부지 킬러로 인생의 목적도 없이 그저 돈이 된다면 마구 사람을 죽이는 망나니다.
핀바는 아끼던 마을 아이를 구하려다 우연히 IRA(북아일랜드 무장 단체) 테러리스트를 죽이게 된다. 결국 그들과 척을 지고 킬러를 그만두려 하지만 마을 주민들을 인질로 잡은 IRA는 핀바를 놓아줄 생각이 없다. 이런 처지를 알게 된 케빈은 그나마 자기를 진심으로 대해주는 핀바를 돕기 위해 테러리스트들과 함께 싸우려 나선다.
손에 무수한 피를 묻힌 핀바는 누구에게 조언할 자격이 없다고 여기지만 그래도 케빈에게 애정 어린 조언을 건네며 만류한다. “너는 젊어. 다른 일 찾아. 성자처럼 살라는 말은 아니지만 이 짓 하면서 인생 낭비하지 마(You’re young, find something else to do. I’m not saying you need to be a saint or anything like that, just don’t waste your life doing this).” 평생 죄인으로 살던 핀바는 성자처럼 홀로 자신을 희생하려 사지에 뛰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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