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6km, 15승 화려함 뒤 숨겨져있던 사실...곽빈은 빅게임 피처가 아니었다 [WC1 현장분석]

김용 2024. 10. 2.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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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빈은 빅게임 피처가 될 수 없는 것인가.

외국인 선수 사정이 시즌 내내 좋지 않은 영향도 있었지만, 그들이 있어도 곽빈에게 에이스 역할을 기대할만한 시즌이었다.

곽빈의 담력을 시험할 수 있는 무대는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이었다.

KT 선발 쿠에바스도 긴장하고 몸이 풀리지 않은 듯 1회 정수빈과 김재호에 연속 안타를 맞으며 위기를 맞이했지만, 클린업트리오를 범타 처리하는 위기 관리 능력을 보여줘 곽빈과 대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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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KT와 두산의 와일드카드 1차전, 1회초 4실점 후 이닝을 마친 두산 곽빈이 아쉬워하며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잠실=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4.10.02/

[잠실=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곽빈은 빅게임 피처가 될 수 없는 것인가.

또 무너졌다. 참혹했다. 두산의 시리즈 플랜도 완전히 망가졌다.

두산 베어스는 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서 KT 위즈에 0대4로 완패했다.

정규시즌을 4위로 마쳤다. 2경기 중 1경기만 이기면 되는 유리한 싸움. 하지만 1차전을 힘 없이 내주며 KT 기를 살려주게 됐다. 사상 최초 와일드카드 업셋의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생겼다.

KT가 1회 4점을 냈다. 설명이 필요없는 승부처였다. 선발 싸움에서 두산이 밀린 것이다.

두산 선발은 에이스 곽빈이었다. 올시즌 15승을 거두며 삼성 라이온즈 원태인과 공동 다승왕이 된 한국야구의 미래. 외국인 선수 사정이 시즌 내내 좋지 않은 영향도 있었지만, 그들이 있어도 곽빈에게 에이스 역할을 기대할만한 시즌이었다.

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 두산 베어스와 KT 위즈의 경기. 두산 곽빈이 역투하고 있다. 잠실=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4.10.02/

하지만 곽빈에게 걱정되는 점이 있었다. 큰 경기에서 보여준 게 없다는 것. 이 경기 전까지 와일드카드 결정전 2경기 포함, 가을야구 5경기에서 승리가 없었다. 2021 시즌 와일드카드 결정전과 준플레이오프, 한국시리즈 2경기에서 1승도 거두지 못했다. 물론 그 때는 에이스급 투수로 아물기 전.

충격은 지난해였다. 12승을 거두며 NC 다이노스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 선발로 나섰다. 하지만 서호철에게 충격의 만루포를 허용하며 무너진 아픈 기억이 있었다. 3⅔이닝 5실점 강판. 두산은 충격패로 구단이 사과문을 게재하기도 했었다.

곽빈의 담력을 시험할 수 있는 무대는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이었다. 류중일 감독이 문동주(한화)와 함께 원투펀치로 활용하려 했다. 하지만 담 증세를 호소하며 한 경기도 던지지 못했다. 시즌 종료 후 APBC 일본과의 결승전에서는 좋은 투구를 했으나, 상대적으로 압박감이 덜한 대회였다.

2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KT와 두산의 와일드카드 1차전, 1회초 무사 2,3루 두산 곽빈이 KT 강백호에 1타점 적시타를 내준 후 아쉬워하고 있다. 잠실=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4.10.02/

올해 정규시즌에서는 더 성장했다. 그래서 이날 가을 등판이 기대됐고, 그에게 많은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압박감을 전혀 이겨내지 못했다.

최고구속은 156km를 찍었다. 하지만 가운데에 들어가지 않으면 쓸모가 없었다. 경기 시작하자마자 첫 타자 김민혁을 상대로 볼넷을 내줬다. 긴장한 듯 제구가 전혀 되지 않았다. 여기서부터 꼬였다.

직구 구위는 좋은데, 자신있게 승부를 들어가지 못했다. 볼카운트가 몰리고, 어쩔 수 없이 카운트를 잡기 위해 변화구를 던지다 난타를 당했다. 장성우, 강백호, 오재일의 3연속 적시타가 모두 변화구 승부에서 나왔다. 그 전까지 스트라이크와 볼의 차이가 극명했다. 그러니 KT 타자들이 존을 좁혀놓고 집중력 있게 타격할 수 있었다.

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 두산 베어스와 KT 위즈의 경기. 2회초 무사 1루 두산 선발 곽빈이 강판당하고 있다. 잠실=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4.10.02/

1이닝 4실점. 2회 첫 타자 심우준에게 다시 볼넷을 내주자 두산 벤치는 빠른 결단을 내렸다. 마운드에 둬도, 나아지지 않을 거라는 판단에서였다. 그렇게 이 경기는 1회 KT쪽으로 기울었다. 1이닝 5안타 2볼넷 4실점. 투구수는 무려 36개였다.

KT 선발 쿠에바스도 긴장하고 몸이 풀리지 않은 듯 1회 정수빈과 김재호에 연속 안타를 맞으며 위기를 맞이했지만, 클린업트리오를 범타 처리하는 위기 관리 능력을 보여줘 곽빈과 대비됐다.

물론 모두 곽빈의 책임으로 돌릴 수 없다. 이날 두산은 양의지의 쇄골 부상으로 포스트시즌 출전 경험이 없는 김기연이 마스크를 썼다. 그의 볼배합에도 문제가 있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큰 경기에서 약한 이미지를 이어간다면, 리그를 대표하는 특급 에이스로 성장할 수 없다. 과연 곽빈에게 다시 한 번 기회가 주어질까. 일단 두산이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해야 한다. 동료들을 먼저 응원해야 한다.

잠실=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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