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저성장 시대 관료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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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은 그냥 직장인이 아니다.
최근 한국행정연구원이 공무원 644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공직 수행 의지는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공직에 실망해 민간으로 이탈하는 공무원도 늘었다.
10여 년 전부터 중앙부처 세종시 이주, 공무원연금 개혁, 재취업 제한 조치가 잇따르며 불만도 누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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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은 그냥 직장인이 아니다. 국민을 책임지는 봉사자(헌법 7조 1항)다. 국민에 대한 봉사가 당면 목표이기에 복무규정에는 공사(公私) 분별과 근무기강 확립, 질서 존중이 우선 가치로 담겼다. 유감이지만 이를 제대로 이해하는 공직자는 빠르게 줄고 있다. 최근 한국행정연구원이 공무원 644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공직 수행 의지는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소명의식이 사라지고 무사 안일주의와 복지부동이 그 자리를 꿰찼다. 공직에 실망해 민간으로 이탈하는 공무원도 늘었다. 현장에서 만난 관료들은 "업무에 관심 없다" "칼퇴근하는 게 낙"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퇴화하는 공직사회의 직접적인 원인은 취약한 성과 보상이다. 10여 년 전부터 중앙부처 세종시 이주, 공무원연금 개혁, 재취업 제한 조치가 잇따르며 불만도 누적됐다. 생활 근거가 강제 이전됐고 경제적 이익까지 줄었다는 피해의식에 '워라밸'(일·가정 양립)부터 챙기자는 인식이 강해졌다. 적폐 청산 논란에 연루됐던 공무원이 송사에 휘말리자 중요한 정무적 결정은 피하고 보자는 학습효과가 생긴 것 역시 한몫했다. 공직사회의 질은 국민 권익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기강 회복을 전제로 처우 개선에 나설 필요가 있다. 또 직무군제를 강화해 전문성을 높이고, 개방형 공무원을 늘려 민간 인재를 수혈하는 처방이 급하다.
보다 긴 호흡으로는 저성장 시대 관료의 역할에 대한 깊은 성찰이 있어야 한다. 그동안 한국을 이끌었던 관료사회 성공 공식은 더 이상 시류에 맞지 않는다. 산업화 국면 특정 기간산업에 경제 부흥을 맡긴 강력한 규제로 한강의 기적을 일궜고, 관료 권한이 막대해졌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민간 역량이 공공 부문을 크게 앞질렀고, 막강해진 입법부 앞에 행정부가 할 수 있는 영역은 크게 줄었다. 큰 정부에 대한 환상만 남고, 실질적으로는 작은 정부의 시대가 됐다. 규제로 대표되는 관료 권한은 경제 성장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됐다. 이 비대칭성을 줄이기 위해서는 남은 관치 흔적은 제거하고, 민간 인재를 혼합하되 국가관은 확고히 심어주는 방향 설정이 필요하다.
[김정환 경제부 기자 flame@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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